러프 19G, 알테어 17G…'1할타자' 피터스, 반등 기점은 언제일까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2.04.18 05: 12

연속 타석 무안타 기록의 사슬은 끊어냈다. 하지만 여전히 반등의 모멘텀이 보이지 않는다.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타자 DJ 피터스(27)는 언제쯤 반등의 모멘텀을 가져갈 수 있을까.
피터스는 지난 15일 사직 KT전, 6회말 3번째 타석에서 안타를 때려냈다. 이 안타로 31타석 연속 무안타 굴육을 털어냈다. 이 안타는 1사 만루에서 팀의 역전승 발판을 만드는 천금의 적시타였다. 피터스 개인적으로는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내는 천금의 안타와 타점이었다. 이튿날 16일 경기에서도 안타 1개를 추가하면서 타격감이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피터스의 장점을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는 타석과 타구는 아직 보이지 않는 실정이다. 타고난 파워를 바탕으로 호쾌한 스윙에서 뿜어져 나오는 총알같은 타구는 실종됐다. 17일 KT전에서 첫 두 타석 모두 삼진으로 물러났다. KT 선발 엄상백의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조합에 전혀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그래도 6회말 타석에서는 박시영을 상대로 좌측 폴 바깥쪽으로 살짝 흘러나가는 파울 홈런 타구를 때렸고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타이밍을 잡으면 어떻게든 외야 쪽으로 타구가 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지만 이것이 반등과 반전의 복선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롯데 자이언츠 피터스 /OSEN DB

현재 피터스의 모습은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두 자릿수 홈런을 쏘아 올리고 KBO리그로 넘어온 거포형 선수들이 시즌 초반에 고전했던 모습과 오버랩 되고 있다. 2017년부터 삼성에서 3년 간 활약했던 다린 러프(현 샌프란시스코), 2020년부터 NC에서 2시즌 동안 타선을 이끌었던 애런 알테어가 피터스와 비교되고 있는 선수들이다.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2013년(14개), 2015년(12개)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던 러프는 2017년 삼성에서 KBO리그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러나 시즌 초반 부진했다. 어떻게든 슬럼프 탈출을 위해 땅볼 타구에도 1루에서 슬라이딩을 하는 등 안간힘을 썼지만 쉽지 않았다. 결국 첫 18경기를 치른 뒤 타율 1할5푼(60타수 9안타) 2홈런 5타점 OPS .551의 저조한 기록만 남긴 채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2군에서 조정 기간을 거치고 다시금 기회를 주기로 결정한 것.
삼성 시절 다린 러프 /OSEN DB
2017년 4월 22일 1군에서 말소됐던 러프는 5월 2일, 대구 두산전을 앞두고 등록됐다. 정확히 열흘 동안 2군에서 조정을 한 뒤 1군에 올라왔다. 그리고 콜업 첫 날이자 19번째 경기였던 대구 두산전, 끝내기 홈런을 터뜨리며 막혀있던 혈을 뚫었다. 이후 러프는 기량을 만개했다. 2017년 뒤늦은 시작에도 불구하고 타율 3할1푼5리(515타수 162안타) 31홈런 124타점 OPS .965의 성적으로 최정상급 성적을 올렸고 이후 2019년까지 활약하며 통산 타율 3할1푼3리 467안타 86홈런 350타점 OPS .968의 성적을 남겼다.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로 리턴한 뒤에는 레귤러 멤버로 거듭났다. 
알테어도 필라델피아에서 2017년 19홈런을 쏘아 올리며 거포로 기대를 모았다. 파워는 인정 받았지만 떨어지는 컨택 능력과 높은 삼진 비율을 지적 받았다. 결국 알테어도 2020년 데뷔 시즌 초반에 부침을 거듭했다. 2020년 5월 23일, 첫 16경기 타율 2할4리(54타수 11안타) 3홈런 7타점 OPS .702의 성적을 남기며 두드러지지 못했다. 이따금씩 장타를 때려냈지만 헛스윙과 삼진이 더 기억에 남았던 시즌 초반이다.
그러나 이후 알테어는 완전히 다른 타자가 됐고 타율 2할7푼8리(482타수 134안타) 31홈런 108타점 OPS .893의 성적으로 팀의 창단 첫 통합 우승에 기여했다. 당시 이호준 타격 코치(현 LG)는 알테어의 6월 이후 반등을 확신했고 예언은 적중했다.
피터스가 롯데의 유니폼을 입기로 결정된 이후 비교대상은 알테어였다. 파워를 갖췄지만 컨택 능력은 비교적 떨어지는, 그리고 주력을 갖춰서 넓은 중견수 수비 범위를 갖췄다는 점 등이 공통점으로 거론됐다. 피터스 역시 알테어와의 성공기를 걷는 듯 했지만 현재 모습은 녹록치 않아 보인다.
당시 이호준 코치는 “한국 투수들의 변화구 타이밍을 생각하면서 스윙을 하니까 히팅 포인트가 늦어졌다. 메이저리그보다 한국 투수들의 공이 느린데도 배트 손목 부근에서 타격이 되며 타구가 먹힌다. 심리적인 요인이 크다”라며 알테어의 초반 부진을 설명한 바 있다.
NC 시절 애런 알테어 /OSEN DB
17일 KT전을 중계한 KBS N스포츠의 김태균 해설위원은 “피터스가 외국인 선수답지 않게 배트를 짧게 쥐었다. 생각이 많은 것 같다”라면서 “좋은 스윙을 갖고 있는데 국내 투수들과 타이밍 싸움이 되지 않는다. 타이밍 싸움을 어떻게 이겨내느냐가 반등의 요건”이라며 피터스의 문제점을 진단했다. 어떻게 보면 현재 피터스 역시 2020년 알테어의 데뷔시즌과 같은 문제점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피터스가 수비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에 쉽사리 1군 엔트리에서 제외시켜 2군에서 조정기를 갖기에도 쉽지 않다. 결국 1군에서 마인드 컨트롤을 제대로 하면서 메이저리그에서 좋았던 모습의 기억만 끄집어내야 한다. 러프와 알테어가 반등의 기점으로 잡은 시점에 다가서고 있는 피터스다. 만약 피터스의 배트가 여전히 허공을 휘두르고 있다면 구단 역시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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