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가 학폭 가해자?"…설경구→김홍파 '니 부모 얼굴이'(종합)[현장의 재구성]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2.04.18 15: 09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학폭 피해자들의 아픔과 고통은 물론, 가해자들이 진실을 은폐해 무죄로 거듭나려는 과정을 그리는 데 집중한 작품이다.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빠져나가려는 가해 학생들과 그들 부모의 언행이 현실과 맞아떨어져 공분을 일으킨다. 사회문제를 다룬 이 영화가 개봉 후 관객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각색 및 연출을 맡은 김지훈 감독은 학폭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 가해자와 가해자 가족, 그리고 그 주변의 인물들까지 누구나 올바른 선택을 할 수는 없다는 사실에서 출발했다.
김 감독은 18일 오후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언론배급시사회에서 “부모가 아이를 가해자에서 탈출시키려는 과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가해자의 시선에서 학폭을 포커스로 맞추는 게 힘들었다. 연출자로서 어떻게 보면 괴로운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예전에는 ‘내 아이가 학폭 피해자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을 했었다면 이 영화를 찍으면서는 ‘내 아이가 가해자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연출자로서 가해자의 시선을 담는다는 것에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라며 이 같이 연출에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밝혔다.
동명의 일본 연극 및 소설을 리메이크 한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제공 폭스인터내셔널 프로덕션 코리아, 배급 마인드마크, 제작 더타워픽쳐스 폭스 인터내셔널, 제작 프로덕션 코리아, 공동제작주식회사 리버픽쳐스)는 스스로 몸을 던진 한 학생의 편지에 남겨진 4명의 이름, 가해자로 지목된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사건을 은폐하려는 부모들의 추악한 민낯을 그린다.
설경구가 학폭 가해자의 아버지이자 변호사 강호창 역을, 오달수가 가해자 부모이자 병원 이사장 도지열 역을, 고창석이 가해자 부모 겸 국제중학교 교사 정 선생 역을, 김홍파가 전직 경찰청장이자 가해자의 할아버지 박무택 역을 각각 소화했다.
이날 설경구는 “(만약 내 아이가 학폭 가해자라면) 많은 갈등이 있을 거 같다. 솔직히 저라면 어떤 선택을 할지 잘 모르겠다”고 예상했다.
이어 설경구는 “시의적절하다는 표현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학폭은 반복되고 있는 사건이지 않나. 끊임없이 개선돼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한 편의 영화를 찍었지만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될 수 있는데, 조금이라도 근절되기 위해선 이런 이야기가 계속 나와야 한다”고 했다. 이 영화는 피해자의 부모일 때와 가해자의 부모가 됐을 때 달라지는 이중적인 부모들의 선택을 꼬집는다.
김홍파도 “만약에 실제로 제 아이가 가해자였다면 일단 많이 혼을 냈을 거 같다”고 실제로 벌어졌다면 자신도 학부모로서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우희도 이들의 의견에 동조하며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다고 생각하면서 연기했다. 교사이기는 하지만 기간제라서 자격은 주어지지 않고, 학교에서도 권리를 주지 않지 않나. 앞장서서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라, 관객과 접점이 있는 인물이 아닐가 생각했다. 가해자, 피해자가 아닌 제3자로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하는 마음이 들게 하는 인물이다 싶었다”고 전했다.
김지훈 감독은 일본 연극을 바탕으로 영화화를 결정했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고 한다. 가장 큰 이유가 학폭의 문제가 과거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는 데다, 쉽게 답을 내릴 수 없는 중요한 사회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는 학폭의 원인과 해결방안을 또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가해 학생들의 문제가 무엇인지 담으려고 했다. 자신의 자식에게만은 무조건적으로 헌신적인 부모의 이중적 잣대와 사회적 명예와 권위를 가진 사람들의 자식에게는 관대한 주변 어른들의 태도가, 학폭이 끊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말한다.
천우희는 학폭 사건자들의 임시 담임 송정욱 역을 맡아 부모들과 대치하는 과정을 연기로 표현했다. 또한 배우 성유빈은 강호창의 아들이자, 학폭 가해학생 강한결을 연기했다.
성유빈도 “결말까지 나왔을 때 어떤 행동을 하지만 그로선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극중 인물이) 제정신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며 “만약에 실제로 제가 그런 상황에 놓였다면 어떤 행동을 하든, 온전한 정신으로 하는 짓은 아닐 거 같다는 생각도 든다”고 토로했다.
김 감독은 ‘연극을 영화로 만들면서 어떤 부분에서 신경 썼느냐’는 질문에 “이전에도 학폭을 소재로 했던 좋은 영화들이 있었다. 이전에는 피해자의 아픔과 고통에 주로 호소했다. 저는 이 작품의 희곡을 처음 접했을 때 가해자의 시선이라는 것에 많은 충격을 받았다. 연출하며 고통스러웠던 건 가해자의 시선에서 자기 아이를 어떻게 그 세계에서 탈출시키는가에 주안점을 두었다는 것”이라며 “아이들의 세상이 힘들어지는 걸 보면서, 영화를 찍었지만, 한 편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회 전반으로 확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 괴로운 상황이다”라고 가해자의 관점에서 학폭을 다루며 신경 쓴 부분을 이야기했다.
이처럼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학폭 문제의 근원인 가해자의 추악한 태도에 주목한다. 호수에 몸을 던져야만 했던 명문 국제중학교 학생이 편지에 이름을 적은 4명, 그리고 그들의 보호자의 얼굴은 사건의 진실을 좇는 과정에서 과연 어떤 표정을 짓는지 주목해서 보면 좋겠다.
학폭은 철없는 아이들의 장난, 아이들의 사소한 다툼이라고 주장하는 어른들의 얼굴이 얼마나 추악하고 오만한지 스크린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날 김지훈 감독은 “영화를 보실 분들이 ‘아이들이 해선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셨으면 좋겠고 저 역시 ‘앞으로 절대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을 보여드리기 위해 열심히 연출했다”고 다시 한번 힘주어 말했다. 극장 개봉은 이달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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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마인드 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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