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투수 윤대경(28)이 뒤늦게 빛을 보기 시작한다. 타자로 지명을 받아 프로에 입단했으나 이후 투수로 전향했다. 방출 후 일본 독립리그까지 찾아갔던 그는 이제 한화 마운드의 기둥으로 점점 성장하고 있다.
올 시즌 한화가 승리한 3승 중 2승은 윤대경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선발 등판 후 불펜 투입도 마다하지 않았고, 다시 선발로 나서 데뷔 첫 퀄리티 스타트(QS)를 기록하며 시즌 첫 승을 기록했다.
지난 9일 대전 KT전에서 5-1로 앞선 7회 2사 후 선발 킹험이 박경수를 11구 승부 끝에 볼넷으로 출루시키자, 윤대경이 구원 투수로 등판했다. 지난 5일 KIA전 5이닝 2실점 후 사흘 쉬고 불펜 등판이었다. 첫 타자 신본기를 3구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이닝을 마쳤다. 9회까지 2⅓이닝 무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퍼펙트 피칭으로 팀의 개막 6연패를 끊는 승리를 지켰다. 7타자 중 딱 1명만 외야 뜬공 아웃.

윤대경은 “감독님이 킹험 다음에 리드하거나 타이트하면 불펜으로 나갈 수 있냐고 물어봐서 당연히 나간다고 했다. 이기기 위해서 나를 불펜으로 기용하겠다는 감독님의 말에 기분이 좋았다. 인정받는 느낌이었다. 사흘 쉬고 던져도 큰 부담없었다”고 말했다.
윤대경은 지난 15일 대전 LG전에서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3피안타 6탈삼진 1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솔로 홈런 한 방이 유일한 실점. 데뷔 10년 만에 첫 QS를 달성했고, 개인 한 경기 최다 이닝을 기록했다.
윤대경은 올 시즌 3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 2.03(13⅓이닝 3실점)을 기록 중이다. 개막전 선발로 등판한 1선발 김민우가 3경기 2패 평균자책점 8.10(13⅓이닝 13실점 12자책)으로 부진한 것을 메워주고 있다.

윤대경은 사연 많은 길을 걸어왔다. 2013년 2차 7라운드로 삼성에 지명을 받았다. 그러나 삼성에선 1군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타자로 입단한 그는 2013년 2군에서 26경기 출장해 타율 2할5푼(36타수 9안타)를 기록했다.
송구 능력이 돋보여 코칭스태프의 투수 권유를 받아들여 2014년 투수로 전향했다. 2016년까지 2군에서 불펜 투수로 뛰다가 현역으로 군 입대를 했다. 2019년 초 군 복무를 마칠 즈음 삼성에서 방출됐다. 타자에서 투수로 도전했으나 점점 가능성을 인정받지 못했던 것이다.
방출 통보를 받은 윤대경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야구를 포기하지 않고 일본으로 건너가 독립리그 니가타 알비렉스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다 한화 스카우트팀과 인연이 닿았고, 스카우트팀은 일본으로 건너가 윤대경의 피칭을 직접 지켜본 후 2019시즌 도중 계약했다.
2019년 한화 입단 후 2군에서만 던진 윤대경은 2020년 투수로서 비약적인 도약을 했다. 2군에서 시즌을 시작했는데, 4경기 4이닝 무피안타 1볼넷 3탈삼진의 완벽한 투구 내용을 보이자 6월 1군에 콜업됐다. 2020년 6월 3일 키움전, 입단 8년 만에 감격의 1군 데뷔전을 치렀다. 3타자를 상대하며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떨리는 데뷔전을 마쳤다.
1군에서 윤대경의 공이 통했다. 직구, 슬라이더로 타자들과 승부가 됐다. 불펜 투수로 등판을 할 때마다 좀처럼 안타를 맞지 않고 실점도 적었다. 6~7월 평균자책점 2점대 초반으로 점점 필승조 역할이 주어졌다. 8월에는 10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0, 후반기(8~10월)에는 평균자책점 1.14로 위력적인 구위를 뽐냈다. 2020년 55경기에서 5승 7홀드 평균자책점 1.59로 잊지 못할 데뷔 시즌을 보냈다.
지난해 불펜에서 필승조로 뛰다가 6월 이후로는 임시 선발로도 던졌다. 2021년 6월 16일에는 롯데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서 데뷔 첫 선발승 기쁨도 누렸다. 프로 입단 후 9년 만에 이룬 기록이었다. 지난해 43경기 2승 5패 7홀드 평균자책점 3.94를 기록했다. 선발로는 9경기 등판해 평균자책점 3.63을 기록.

올해 선발로 보직을 받고 시즌을 시작했다. 수베로 감독은 “윤대경은 선발, 롱릴리프, 불펜 어느 보직이든 잘 맡아주는 것이 장점이다. 김민우와 함께 할 토종 선발을 생각하다가 윤대경을 떠올렸다”며 "확실한 계산이 서는 투수다. 스트라이크를 던질 줄 아는 투수다. 선발 자질이 있고, 올해 슬라이더를 던지면서 확실한 변화구도 추가했다. 승부근성도 있다”며 선발로보직을 바꾼 이유를 설명하며 칭찬했다.
윤대경은 “지난해까지는 슬라이더가 밋밋해 경기에는 못 던졌다. 코치님과 얘기하면서 슬라이더 필요성을 느꼈고 올해 캠프에서 슬라이더를 더 열심히 연습했다. (작년에 변화구로) 체인지업, 커브만 갖고 던질 때 보다는 편해졌다”고 말했다.
윤대경은 공격적인 피칭을 한다. 볼넷이 적은 편이다. 지난해 77⅔이닝을 던지며 34볼넷, 올해 13⅓이닝에 2볼넷이다. 15일 LG전에서 데뷔 첫 QS와 승리 투수가 된 것보다 그는 “볼넷이 없어서 개인적으로 가장 만족한다”고 좋아했다.
윤대경은 “대량 실점은 볼넷부터 시작된다. 내가 위력적인 구위를 가진 투수는 아니지만, 맞는다고 모두 안타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맞아서 주는 점수는 어쩔 수 없다.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부분만 신경쓰고 있다. 볼넷, 스트라이크는 내가 제어할 수 있는 것이다. 스트라이크를 던져서 맞은 이후의 결과는 내가 제어 못 하는 부분이다. 공격적으로 던지고 볼넷을 최소화해서 점수를 주더라도 대량 실점은 하지 말자고 생각한다. 그럼 이닝을 길게 끌고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윤대경이 1군에 데뷔한 2020시즌과 지난해는 코로나로 인해 관중 입장이 제한됐다. 올 시즌에는 100% 관중이 입장하고 있다. 윤대경은 "한화생명이글스파크를 가득 메운 만원 관중 앞에서 한 번 던지는 것이 작은 소망"이라고 했다.
감독의 신임을 받고 있음에도 윤대경은 올 시즌 목표로 ‘선발 5승’으로 잡고 있다. 5승을 한다면, 다시 더 위로 목표를 수정하겠다고 했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