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의 정은원(22)의 부진이 심상찮다.
지난해 뛰어난 선구안으로 출루 능력을 보여줬던 그는 올해 스트라이크존 확대(정상화)로 길을 잃은 것인지 초반 타율과 출루율이 1할대로 부진하다. 타격 사이클에서 슬럼프를 일찌감치 겪고 있는 것인지, 정은원이 돌파구를 마련할 지 주목된다.
정은원은 지난해 타율은 2할8푼3리로 리그 24위였는데, 출루율은 .407로 리그 7위였다. 볼넷을 105개 골라내 '출루왕' LG 홍창기(109볼넷)에 이어 리그 2위였다. 타석에서 선구안과 인내심을 갖고 볼넷을 잘 얻어냈다. 시즌 후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121표를 얻어 KIA 김선빈(85표), 롯데 안치홍(68표)를 제치고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차지했다.

한화의 대표선수, 리그 정상급 2루수로 한 단계 도약을 기대한 올해. 그러나 시즌 초반 13경기에 출장해 타율 1할2푼2리(49타수 6안타), 출루율은 .189에 그치고 있다. 충격적인 출루율이다. 장기인 볼넷은 4개를 얻는데 그치고 있다. 지난해 경기당 볼넷 0.75개에서 올해 경기당 0.31개로 줄었다. 올해 표본이 13경기로 적지만 반토박이 난 셈이다.
정은원은 두산과 개막전에서 5타수 3안타를 기록했는데, 이후 12경기에서 단 3안타 추가에 그치고 있다. 최근 10경기 타율은 8푼3리(36타수 3안타), 심각한 상태다.
정은원은 지난해 타석당 투구수가 4.47개로 리그에서 1위였다. 리그에서 가장 많이 투수의 공을 지켜봤다. 그러나 올해는 타석당 3.94개로 많이 줄었다. 기다릴 여유가 없는 건지, 기다리지 않고 적극적인 타격을 하는 건지 모른다. 스트라이크존 확대로 투수들은 지난해보다 심리적으로 조금 우위 상태에서 공격적으로 피칭을 하는 편이다.
볼을 골라내려고 기다렸다가는 스트라이크존 확대로 인해 오히려 불리한 볼 카운트에 몰려서 자신의 공을 제대로 칠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애매한 공에 삼진을 당하기도 한다. 정은원은 지난해 608타석에서 105삼진, 올해 53타석에서 10삼진으로 타석당 삼진 수도 늘어났다.
수베로 감독은 정은원의 부진에 대해 묻자 “여느 타자들처럼 슬럼프를 겪고 있는 것 같다. 개막전에는 3안타를 쳤는데, 갑자기 침체에 빠졌다. 경기 출장이 감각을 끝어올리는 약이 되지 않을까. 금방 슬럼프를 탈출할 줄 아는 선수라 타격 사이클이 올라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믿음과 신뢰로 타격감이 살아나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정은원은 주전 2루수이자 톱타자다. 리빌딩인 한화가 키워낸 선수, 그를 대체할 만한 자원은 없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은원은 지난 16일 LG전에서 왼손 엄지 잔부상을 당했다. 도루 저지를 위해 태그하려다 손가락이 꺾이는 부상을 입었다. 병원 검진 결과 뼈에는 이상이 없고, 큰 부상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일단 17일 LG전에는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다가, 경기가 연장전에 들어가면서 7-8로 뒤진 연장 10회말 1사 후 대타로 나왔으나 중견수 뜬공으로 아웃됐다
정은원은 오는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를 노리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유격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키움 김혜성(23)이 올해는 2루수로 줄곧 출장하고 있다. 대표팀 2루수 주전을 놓고 경쟁이 불가피하다. 김혜성은 2루에서 빼어난 수비를 선보이며 타율 2할4푼2리 3도루를 기록하고 있다. 발도 빠른 김혜성은 지난해 도루 타이틀을 차지했다.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엔트리는 5월 하순에 확정될 가능성이 많다. 한 달 정도 남은 셈이다. 정은원이 슬럼프에서 빨리 탈출해야 할 이유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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