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마무리투수 정우람(37)이 이상 조짐을 보였다.
정우람은 지난 19일 사직 롯데전에서 6-2로 앞선 9회 경기 마무리를 위해 등판했다. 그러나 첫 타자 지시완에게 5구 만에 볼넷을 허용했다. 5구째 바깥쪽 높은 직구가 손에서 빠져 스트라이크존을 완전히 벗어났다.
정우람답지 않은 공. 역시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 볼넷을 내준 직후 얼굴을 찡그린 정우람은 3루 덕아웃에 신호를 보냈고, 스스로 마운드를 내려갔다. 갑작스런 상황에 한화는 주현상을 급히 준비했다.

주현상이 후속 3타자를 공 10개로 범타 처리하며 경기를 끝냈다. 2연패를 끊은 한화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원정 10연패도 끊었다. 모처럼 기분 좋은 승리였지만 정우람의 자진 강판이 찜찜함을 남겼다.
한화 구단에 따르면 정우람은 불펜에서 몸을 풀 때부터 왼쪽 어깨에 통증을 느꼈다. 마운드에 올라 한 타자를 상대했지만 좋아지지 않았다. 결국 예방 차원에서 정우람은 자진 강판을 택했다.
정우람은 KBO리그 역대 최다 935경기에 등판한 꾸준함의 대명사. 지난 2004년 데뷔한 뒤 올해로 19년차인데 타고난 몸과 철저한 자기 관리로 커리어 내내 부상 없이 롱런했다. 한화에선 지난 2020년 6월24일 대구 삼성전에서 비가 내리는 마운드에서 미끄러져 발목을 다쳤던 게 유일한 부상. 당시에도 2주만 쉬고 복귀했다.
공을 던지는 팔이나 어깨에는 부상이 없었다. 그런데 이날은 어깨에 뭔가 이상 조짐을 느꼈다. 만 37세로 에이징 커브가 와도 이상할 게 없는 나이라 한화로선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다.

역대 통산 세이브 6위(197개), 홀드 4위(130개)에 빛나는 정우람은 지난 2016년 한화로 FA 이적 후 135세이브를 올렸다. 이 기간 리그 최다 세이브. 2020년부터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한화의 뒷문을 지키고 있다. 올 시즌 초반 세이브 기회가 많지 않아 1개에 그치고 있지만 평균자책점 1.80으로 관록을 보여주고 있다.
만약 정우람의 어깨 상태가 좋지 않아 이탈한다면 한화에는 치명타가 된다. 한화는 올 시즌 구원 평균자책점이 10개팀 중 유일하게 5점대(5.11)로 가장 높다. 김범수(9.39), 김종수(8.44), 윤호솔(6.23) 등 지난해 필승조 투수들이 제 페이스를 찾지 못하고 있다. 팔꿈치 염증으로 개막을 앞두고 재활군으로 간 강재민은 19일 퓨처스리그 두산전에 첫 등판, 1이닝 1피안타 1사구 무실점으로 막았지만 몇 경기 더 상태를 지켜보며 감각을 찾아야 한다.

가뜩이나 불펜이 불안한데 정우람이 빠지면 당장 9회를 맡아줄 마무리가 없다. 전성기가 지났지만 인터벌을 길게 가져가 타자 타이밍을 빼앗는 등 자신만의 생존법으로 버티고 있는 정우람이다. 그를 제칠 수 있는 투수가 한화 불펜에는 아직 없다. 한화로선 정우람에게 별 일이 없길 바랄 뿐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