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이닝 9.4개’ 닥터 K 변신한 롯데 마운드, 그러나 미완의 투수 왕국…문제는 디테일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2.04.20 10: 39

롯데 자이언츠는 올해 탈삼진 왕국을 건설했다.
올해 롯데 투수진은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이닝 당 1개가 넘는 탈삼진을 뽑아냈다. 전체 탈삼진 132개, 9이닝 당 탈삼진 9.40개로 모두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마무리 최준용은 9이닝 당 11.74개(7⅓이닝 10개)의 삼진을 뽑아내며 위력을 떨치고 있고 선발의 찰리 반즈도 9이닝 당 9.57개(26⅓이닝 28개)의 탈삼진을 기록 중이다. 박세웅도 이닝 당 1개에 가까운 8.31개(17⅓이닝 16개)의 탈삼진을 기록 중이다. 모두 구위와 확실한 위닝샷을 갖춘 선수들이다. 유형은 다르지만 나균안도 다양한 구종을 바탕으로 9이닝 당 탈삼진 19.29개(7이닝 15개)의 삼진을 뽑아내고 있다.

롯데 반즈 /OSEN DB

타자들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인플레이 타구를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 ‘스탯티즈’ 기준 롯데의 수비무관 평균자책점(FIP)은 2.53으로 전체 1위다. 탈삼진은 늘어났고 볼넷은 줄었다. 9이닝 당 2.99개의 볼넷에 불과하다. 아울러 피홈런은 ‘사직몬스터’의 도움을 받으며 리그에서 2번째로 적은 5개만 기록했다. 여러 지표에서 투수진은 개선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롯데가 확실하게 ‘투수왕국’으로 거듭났다고 볼 수는 없다. 투수왕국으로 향하는 마지막 디테일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
서튼 감독은 “우리 팀 투수들은 기초를 갈고 닦아서 이를 토대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라면서도 “2스트라이크까지 유리한 카운트를 빨리 잡고도 마무리를 짓는 게 아쉽다”라고 말했다. 2스트라이크에서 피안타율은 1할6푼4리로 6위다. 1볼 2스트라이크에서 피안타율은 2할2푼으로 가장 높다. 유리한 카운트에서 아쉬운 결과들이 나오며 매듭짓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서튼 감독은 “2사 후 볼넷도 줄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롯데 마운드는 2아웃 이후 볼넷뿐만 아니라 출루 자체를 허용한 경우가 많았다. 2사 후 피홈런 4개로 최다 공동 1위, 볼넷 20개로 최다 4위를 기록 중이다. 피OPS는 .773로 리그 두 번째로 높다. 2사 후 이닝을 쉽게 마무리 짓지 못해 스스로 어려움을 자초했다.
19일 사직 한화전에서도 유리한 카운트에서 안타를 맞고 2사 후 출루를 허용해 실점으로 연결됐다. 선발 이인복은 1회초 선두타자 정은원을 상대로 2스트라이크를 먼저 잡고도 5구 승부 끝에 안타를 허용해 선제 실점으로 이어졌다. 4회초 선두타자 노시환과도 2스트라이크를 선점하고 결정을 짓지 못해 7구 승부로 이어진 뒤 안타를 맞았다. 4회 2점을 더 실점했다.
2-4로 추격하던 7회초 상황도 아쉬움이 짙었다. 선발 이인복의 뒤를 이어 올라온 문경찬은 첫 2타자 이원석, 정은원을 범타 처리했다. 하지만 2사 후 최재훈에게 볼넷을 내줬고 터크먼에게 우전안타, 노시환에게 볼넷을 허용해 2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결국 뒤이어 올라온 이강준이 하주석에게 허무하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줘 추가 실점했다. 승부가 사실상 기운 실점이었다.
사실 롯데 마운드를 흔드는 것은 불안한 수비다. 실책은 13개로 최다 4위이고, 인플레이 타구를 아웃으로 연결한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 수비 효율(DER)은 .664로 리그 꼴찌다. 스프링캠프 기간 수비 디테일을 강조했지만 내외야를 가리지 않고 수비로 경기를 어렵게 풀어가는 상황이 많다. 실책이 실점으로 연결 되면서 경기까지 그르치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다. 무의미한 가정이지만 실책이 없었다면 롯데는 2~3승 정도를 더 거둘 수 있었고 현재 중위권이 아닌 상위권 경쟁을 펼치고 있었을 것이다. 서튼 감독은 “수비에서의 실책을 줄이고 수비 디테일을 가다듬어야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높은 탈삼진 비율을 투수력의 상승과 팀 성적에 잘 녹여내 극대화시키는 것이 앞으로 롯데의 과제다. 문제로 지적된 부분들이 개선된다면 롯데는 완전한 투수 왕국으로 거듭날 수 있다. 롯데 마운드는 아직 성장이 끝나지 않았다. 더 발전할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jhrae@osen.co.kr
롯데 서튼 감독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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