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투수로 성장할 때까지 넘지 못했던 천적이었다. 결국 1군 무대 데뷔 8년차에 드디어 천적을 청산했다. 롯데 박세웅이 드디어 한화전 첫 승을 수확하며 전구단 승리를 달성했다.
박세웅은 2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7⅓이닝 97구 5피안타 1볼넷 8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팀의 7-0 승리, 그리고 한화전 승리를 따냈다. 데뷔 첫 한화전 승리이기도 했다.
지난해 도쿄올림픽 대표팀에 뽑히면서 어엿한 국가대표 투수로 성장한 박세웅이다. 올해 역시 이날 경기 전까지 3경기 2승 평균자책점 2.60으로 순항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박세웅이 유일하게 넘지 못했던 ‘천적’이 바로 한화였다. 한화만 만나면 한없이 작아졌다. 통산 한화 상대 전적은 14경기(13선발) 7패 평균자책점 8.53이었다. 박세웅이 1군 데뷔 8년차에 접어들고도 아직 전구단 상대 승리를 거두지 못한 것도 한화전 절대 열세 때문이다.

지난해 국가대표 선발 시점이던 5월 말에서 6월 초, 당시 박세웅은 완봉승 포함해 4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를 이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순항 중에 한화를 만나 4이닝 4실점으로 무너지며 삐끗했다. 지긋지긋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이날 경기 전 서튼 감독은 “박세웅이 한화 상대로 고전했지만 오늘 그걸 깨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라며 “어느 팀을 만나든 철저히 준비를 하고 자신의 루틴에 철저한 선수다. 감독으로서 믿는 선수”라면서 이날 만큼은 천적 청산을 이뤄주기를 바랐다.
1회 시작은 다소 불안했다. 예상치 못한 불운한 상황들이 연거푸 펼쳐지면서 박세웅에게 고난이 닥쳤다. 1회 선두타자 정은원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일단 최재훈을 2루수 병살타로 유도했다. 그러나 2사 후 터크먼에게 중전 안타와 2루 도루, 그리고 노시환에게 3루 강습 내야안타까지 허용하면서 2사 1,3루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통산 상대 전적 4할3푼5리(23타수 10안타)로 약했던 하주석을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워 위기를 극복했다.
2회에도 1사 후 이성곤에게 우전 안타를 내줬지만 견제사로 잡아내며 3타자로 마무리 지었다. 3회에도 1사 후 정은원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지만 최재훈을 1루수 병살타로 돌려세워 주자들을 모두 지웠다.
3회말 타선이 응집력을 발휘하며 3점을 지원했고 이후 박세웅은 부담을 덜어낸 듯 쾌속 순항했다. 4회부터 6회 1사까지 7타자를 연속 범타 처리했고 삼진은 5개를 뽑아냈다. 특히 5회 김태연과 이성곤을 상대로는 2타자 연속 3구 삼진으로 잡아내는 자신감을 보였다.
6회 1사 후 정은원에게 다시 좌선상 2루타를 얻어 맞았지만 최재훈을 유격수 땅볼, 터크먼을 2루수 땅볼로 요리해 실점 위기를 극복했다. 7회에도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어내면서 위력을 이어갔다. 8회 1사까지 잡아낸 박세웅은 마운드를 내려왔고 관중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최고 152km까지 나온 패스트볼(47개)에 슬라이더(18개), 커브, 포크볼(이상 16개) 등 다양한 변화구를 섞어가면서 한화 타자들을 압도했다.
천적을 상대로 흔들리지 않는 편안한 경기 운영을 펼쳤다. 박세웅이 굳건하게 마운드를 지키자 경기 분위기는 급속도로 롯데쪽으로 기울었다. 5회말 이대호의 투런포, 7회 피터스의 적시 2루타. 이학주의 우전 적시타까지 묶어서 7-0으로 달아났다. 무난히 롯데와 박세웅을 향해 승리의 여신이 미소를 지었다.
2015년 7월 25일, 광주 KIA전에서 데뷔 첫 승(6이닝 1실점 선발승)을 거둔 지 2461일 만에 천적을 청산하고 전구단 승리를 달성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