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cm 거구의 거인이 조금씩 깨어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타자 DJ 피터스가 기나 긴 침묵을 끝내고 타격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피터스는 2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6번 중견수로 선발 출장해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활약하며 팀의 7-0 완승에 일조했다.
31타석 연속 무안타 침묵으로 깊은 슬럼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듯 했던 피터스다.그러나 지난 15일 사직 KT전에서 천신만고 끝에 안타를 때려낸 뒤 조금씩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다. 15일 경기부터 이날까지 18타수 5안타, 타율 2할7푼8리를 기록 중이다. 확실하게 슬럼프를 탈출했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2루타가 3개나 나오는 등 타구의 질이 좋아지고 있다. 이날 역시 안타 2개가 모두 2루타였다.

경기 후 피터스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인터뷰장에 들어섰다. 그는 “지난 열흘 가량 안좋은 시기가 계속됐다. 슬럼프를 벗어나기 위해 라이언 롱 타격코치와 타격 연습장에 일찍 나와서 훈련을 하고, 얼리 워크도 하면서 타격감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다”라며 “무엇을 수정해야 하고 무엇을 보강해야 하는지 연습을 하면서 배트 중심에 타구가 맞기 시작하고 서서히 결실이 나오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아무래도 적응기가 오랫동안, 그리고 극심하게 나타난 케이스가 피터스였다. 그는 “적응에 시간이 걸렸다. 안 맞기 시작하면서 땅볼이나 뜬공이 많이 나와서 스윙도 잘 안됐다. 투수들이 나를 어떻게 대응하고 어떤 공을 던지고 안 던지는지 알아가는 과정이었다”라고 되돌아봤다.
이어 “안 맞다가 서서히 적응을 해가면서 배워가면서 나아지고 있다. 시즌은 길다. 144경기고. 한 달 만으로 판단하기 힘들다. 144경기가 있는데 이제 20경기도 제대로 안뛰었다. 단정짓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500타석 정도 뛰다 보면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서튼 감독, 성민규 단장 등 이방인 생활의 경험이 있는 코칭스태프와 프런트가 모두 피터스 슬럼프 탈출에 달라붙었다. “스트레스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외국인 코칭스태프가 많고 성민규 단장도 해외 생활 해봐서 외국인의 부담감을 느꼈었다고 한다”라며 “일대일 상담도 했고 어려움을 이해하니까 천천히 풀어가자고 해줘서 스트레스를 벗어내는데 확실히 도움이 됐다”라고 전했다. 이들 역시 100m 달리기가 아닌 마라톤처럼, 시즌을 길게 보자고 조언을 했다고.
그리고 캡틴 전준우와 최고참 이대호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고 자신감을 얻는데 중요한 계기를 만들었다. 피터스는 “안 맞고 힘들 때 전준우, 이대호와 긍정적인 대화를 했고 많은 조언을 해줬다”라며 “자기 자신을 믿어라고 얘기를 하더라. 어떤 장점을 한국에서 뽑아내야 하는지를 얘기해줬다. 어차피 스트레스 받을 바에 편하게 마음 먹고 편하게 플레이 하는 게 외국인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고 낫다는 조언을 해줬다. 그런 면이 심리적으로 도움이 됐고 자신감을 되찾는데 원동력이 됐다”라고 두 고참들의 조언에 고마움을 전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