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세 은퇴→목수 변신→100마일 복귀…30세 마이너리거 '행복 야구'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2.04.21 05: 12

5년 전 은퇴 후 목수일을 하던 투수가 마운드에 다시 섰다. 100마일(160.9km) 파이어볼러로 제2의 야구 인생을 시작하고 있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산하 마이너리그 더블A 아마릴로 소드 푸들스 좌완 투수 캠 부서(30)가 파란만장한 스토리의 주인공이다. 미국 스포츠 매체 ‘디애슬레틱’이 20일(이하 한국시간) 부서의 야구 인생을 조명했다. 
지난 2013년 미네소타 트윈스에 입단한 부서는 2017년 상위 싱글A에서 시즌을 마친 뒤 돌연 은퇴를 결정했다. 당시 그의 나이 25세. 메이저리그 꿈을 이루지 못한 채 공을 내려놓았다. “야구장에 오는 게 즐겁지 않았다. 휴식이 필요했다”는 게 부서의 회상. 몸도 마음도 지칠 대로 지친 때였다. 
고교 때부터 대퇴골이 부러저 무릎 수술을 받은 부서는 웨이트를 무리하게 하다 척추뼈가 골절되기도 했다. 대학에 와선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고 재활을 했다. 미네소타에서도 어깨 수술 후 재활 중 교통사고를 당하며 불운이 끊이지 않았다. 지금은 메이저리그의 금지약물에서 제외됐지만 2015년 마라화나 양성 반응으로 50경기 출장정지를 받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사진] 캠 부서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유니폼을 벗은 부서는 새 직업을 찾았고, 아버지를 따라 시애틀 지역 목수 조합에 가입했다. 워싱턴주 북서부 지역에서 천정 목공 일을 하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돈을 벌었다. 그렇게 2년 반의 시간이 흘렀다. 일상에 젖어있을 때 야구가 다시 찾아왔다. 야구 레슨을 하면서 우연찮게 공을 던졌는데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더 놀라운 건 구속이었다. 시속 96마일(154.5km)에 흥분한 친구가 야구 복귀를 권유하자 부서의 마음도 요동쳤다. 
유명 야구 아카데미 드라이브라인에서 4개월 동안 몸을 만든 뒤 세미프로팀 시애틀 스터즈를 거쳐 독립야구팀 시카고 독스에 입단했다. 이곳에서 21경기 23⅓이닝을 던지며 1승2패2세이브 평균자책점 1.93 탈삼진 39개로 활약했다. 메이저리그 팀들도 부서를 주목했다. 미네소타가 보류권을 풀어주지 않아 애를 태웠지만 지난 2월 방출 절차를 밟은 뒤 애리조나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 5년 만에 다시 프로 선수가 된 순간이었다. 
지난 6일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이날 클리블랜드 가디언스를 맞아 7회 구원등판, 1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행운의 구원승도 챙겼다. 최고 구속은 98.3마일(158.2km)까지 측정됐다.  
개막을 앞두고 더블A로 내려온 부서는 구속을 100마일(160.9km)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나 더블A 3경기 성적은 2⅔이닝 7피안타(1피홈런) 3볼넷 3탈삼진 4실점 평균자책점 13.50. 구속에 비해 성적은 별로다. 30세 마이너리그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을지도 모르지만 부서는 지금 이 순간이 즐겁다. 
과거 스스로 운이 좋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었다는 부서는 이제 완전 다른 사람이 됐다. 그는 “이곳에 돌아온 내 자신이 자랑스럽다. 목수일을 할 때도 항상 야구 이야기를 했다. 야구는 내가 하고 싶었던 전부였다”며 “야구장에서 최악의 날이 직장에서 최고의 날보다 낫다. 유니폼을 입고 있는 한 행복할 것이다”고 말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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