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던 챔피언이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고액의 FA 해결사들이 마침내 감을 잡을 잡으며 침체됐던 팀 분위기를 바꾼 결과다.
지난해 창단 첫 통합우승의 영광을 안은 KT 위즈. 이후 FA 황재균, 장성우의 잔류와 홈런왕 박병호 영입으로 2022시즌 역시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지만 2년차 징크스는 예상보다 지독했다. 개막 직전 간판타자 강백호의 부상 악재를 맞이한 뒤 부진을 거듭하다가 지난 15일 사직 롯데전 패배로 무려 366일 만에 꼴찌 굴욕을 맛봤다. 당시 KT의 팀 득점권타율은 1할9푼3리로 리그 9위였다.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도 있는 법. 잠자던 KT 타선은 16일 사직 롯데전부터 감을 잡기 시작했다. 부진했던 장성우, 헨리 라모스의 홈런포를 포함 장단 15안타를 앞세워 8-0 완승을 거뒀다. 이후 이튿날 8⅔이닝 무실점의 찰리 반즈(롯데)를 만나며 잠시 기세가 꺾였지만 19일 LG를 만나 16일의 기세를 되살리는 데 성공했다.

투타 조화가 완벽했던 작년 여름의 모습을 재현했다. 가장 큰 원동력은 3년 30억원에 KT맨이 된 박병호와 4년 42억원에 KT에 잔류한 장성우의 반등이다. 일찌감치 4번타자를 꿰찬 박병호는 지난주 한때 타율이 2할6리까지 떨어졌었고, 장성우의 경우 아예 감을 잡지 못하며 5푼9리의 믿기지 않는 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KT는 19일 모처럼 한 이닝에 대거 5점을 뽑는 빅이닝을 만들었다. 상대의 수비 불안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박병호가 2타점 적시타, 장성우가 1타점 적시타로 대량득점을 이끈 부분이 고무적이었다. 박병호는 3일 수원 삼성전 이후 무려 11경기 만에 2타점을 올렸고, 장성우는 14경기 만에 처음으로 멀티히트를 때려냈다.
이들은 20일 경기서 그대로 기세를 이었다. 승부처는 1-1로 팽팽히 맞선 7회였다. 선두로 나선 박병호가 호투하던 LG 선발 아담 플럿코의 초구 직구(144km)를 받아쳐 균형을 깨는 좌월 솔로포로 연결했고, 라모스의 삼진에 이어 장성우까지 플럿코의 3구째 직구(144km)를 받아쳐 비거리 130m 대형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승부의 쐐기를 박는 두 방이었다. 박병호는 이날 시즌 2호 3안타, 장성우는 첫 2경기 연속 2안타에 성공했다.
전력의 핵심인 강백호가 이탈했다고 하나 사실 강백호 1명이 빠졌다고 이 정도까지 고전할 전력은 아니었다. 결국은 남은 해결사들이 집단 슬럼프에 빠지며 지금의 8위(5승 10패)가 만들어진 건데 최근 4경기서 박병호, 장성우 등이 감을 잡으며 향후 순위 상승에 대한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됐다. 그 동안 타선 침묵 탓에 호투에도 번번이 고개를 숙였던 우승 선발진까지 덩달아 신이 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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