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뜨고 보기 힘든 졸전이었다. 누가 이기든지 좋은 소리는 못 들을 경기력으로 보는 이들을 충격과 공포로 몰아 넣었다.
2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한화의 팀간 3차전 맞대결. 경기는 한화가 7-6으로 승리하면서 위닝시리즈를 마크했다.
한화가 1회 4점을 뽑아내면서 주도권을 잡았다. 그러다가 롯데가 6회말 안치홍, 한동희, 전준우의 3연속 2루타로 2점을 만회했다. 그리고 피터스의 좌전 적시타로 3-4까지 따라 붙었다. 하지만 한화도 7회초 밀어내기 볼넷으로 다시 달아났다.

문제의 7회말이 됐다. 롯데는 대타로 나선 고승민과 김민수가 연속 2루타를 때려내며 1점을 만회했다. 정훈이 범타로 물러났지만 안치홍의 볼넷으로 1사 1,2루 기회가 이어졌다. 타석에는 롯데 벤치에서 가장 타격감이 좋은 한동희가 들어섰다. 한동희는 한화 주현상과 2볼 2스트라이크 승부에서 한복판으로 몰린 125km 체인지업을 통타, 가운데 담장 방향으로 타구를 날렸다. 한동희는 확신의 ‘빠던’을 했다. 그런데 주자들의 움직임이 이상했다. 2루 주자 김민수는 스킵 동작으로 3루까지 거의 다가섰지만 이내 다시 2루로 돌아가 리터치를 준비했다. 한화 중견수 터크먼이 끝까지 따라가는 모습에 현혹됐던 것일가. 그러나 한동희의 타구는 담장 상단에 맞는 큼지막한 타구였다.
장타를 확신한 1루 주자 안치홍은 타구를 지켜보며 2루에 다다랐는데 그 자리에는 김민수가 있었다. 안치홍은 깜짝 놀라 김민수에게 3루로 가라는 신호를 보냈다. 김민수는 뒤늦게 3루로 향했고 2루에 거의 도달했던 한동희도 급브레이크를 걸어 1루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한화의 중계플레이가 시작됐고 주자들은 모두 한루씩 밖에 진루하지 못했다. 동점은 기본, 역전까지도 가능했던 2루타 타구가 득점 없는 단타로 바뀌었다. 한동희는 어안이 벙벙하고 분노에 찬 표정으로 김민수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일단 롯데의 기회가 아직 끝나지는 않았다. 한화도 일단 상대 덕분에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화가 수비에서 치명적인 실책을 범했고 롯데가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이어진 1사 만루에서 전준우의 타석, 전준우는 3루 방면 얕은 파울플라이를 때렸다. 평범한 뜬공이었다. 하지만 투수 김범수가 굳이 타구를 쫓아가서 콜을 했고 3루에 있던 김태연도 타구를 쫓아왔다. 기본적으로 내야수에게 우선권이 있는 타구였다. 그러나 김범수의 안일한 판단이 있었고 서로 콜을 듣지 못하면서 충돌이 발생했다. 김범수의 글러브에 들어갔던 타구는 김태연과의 충돌로 떨어졌다. 결국 실책이 기록되며 전준우는 기사회생했고 이후 역전 2타점 2루타를 때렸다. 롯데로서는 천운의 역전이었다.
그러나 롯데는 계속된 1사 2,3루에서 이대호의 자동고의4구로 만든 1사 만루 기회에서 피터스, 이학주가 모두 삼진을 당하며 추가점을 뽑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롯데 입장에서는 한동희의 타구가 점수로 연결되는 2루타가 됐다면 분위기를 이어가서 상대를 압박할 수 있었다. 또한 팀 내에서 최고 타점 능력을 갖고 있는 이대호의 타격 기회를 스스로 뺏은 꼴이 됐다.
롯데가 달아나지 못한 대가는 결국 재역전으로 돌아왔다. 한화는 이어진 8회초 터크먼의 동점 적시타, 김태연의 역전 희생플라이로 7-6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이후 한화는 윤호솔과 장시환을 올려서 경기를 매듭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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