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마운드가 완전 초토화됐다. 외국인 선발 원투펀치부터 불펜 에이스와 마무리투수까지 줄줄이 이탈했다. 가뜩이나 없는 전력으로 싸우는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도 참 난감한 상황이다.
한화는 22일 대전 SSG전을 앞두고 외국인 투수 닉 킹험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시켰다. 지난 20일 롱토스 중 오른쪽 전완부에 불편함을 느꼈고, 22일 병원 검진 결과 상완근 염좌로 2주 휴식 소견을 받았다.
2주가 지난 뒤 킹험의 상태를 지켜보고 구체적인 복귀 시점을 잡을 계획. 2주 후 다시 몸을 만드는 과정까지 거치면 킹험의 실전 복귀까지 3주 이상 시간이 걸릴 수 있다. 2주 후에 바로 상태가 나아질 것이란 보장도 없다. 넉넉히 한 달 공백을 각오해야 한다.

킹험에 앞서 또 다른 외국인 투수 라이언 카펜터도 지난 20일 엔트리에서 빠졌다. 카펜터의 경우 왼쪽 팔꿈치에 뻐근함을 느껴 보호 차원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두 차례 거르기로 했다. 킹험보다는 공백기가 길지 않겠지만, 당장 1경기가 급한 한화에 외국인 투수 동반 이탈은 치명타가 될 수 있다.
피로가 쌓이는 시즌 중후반도 아니고 4월 개막 초반부터 이렇게 외국인 투수 2명이 동반 이탈하는 경우도 보기 드물다. 수베로 감독은 “어떤 이유를 단정지어서 말하기 어렵지만 흔하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고 인정했다.
외국인 투수들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불펜 에이스로 활약했던 셋업맨 강재민도 스프링캠프 막판 팔꿈치 염증으로 개막 합류가 불발됐다. 강재민이 빠지면서 시즌 초반부터 한화의 불펜 불안도 증폭됐다.
강재민은 지난 19일 2군 퓨처스리그 두산전을 통해 실전 복귀한 뒤 22일 삼성전까지 등판을 소화했다. 강재민의 1군 복귀가 임박했지만 이번에는 마무리 정우람이 빠졌다. 지난 19일 사직 롯데전에서 공 5개를 던진 뒤 어깨에 불편함을 느껴 자진 강판한 정우람은 이튿날 엔트리 제외됐다.

개막 후 한 번도 베스트 전력을 꾸리지 못하고 있는 수베로 감독은 “한 가지 확실하게 하고 싶은 건 조금이라도 안 좋은 징조가 보이면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긴 시즌을 바라보면 미리 해결하는 게 좋다. 이런 부상 문제를 길게 끌고 가선 안 된다”며 조기에 부상을 예방하는 차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4명의 투수 다 큰 부상이 아니다. 특히 카펜터와 정우람의 경우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가 2022시즌부터 도핑방지규정을 강화해 지난해까지 허용됐던 주사 치료를 금지시켰기 때문에 생긴 공백이다. 이전 같았으면 엔트리 말소까진 이어지지 않았다. 부상이라기보다 예방 차원이지만 한화처럼 전력이 약한 팀에는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
아직 1군 데뷔도 하지 않은 슈퍼루키 투수 문동주도 시범경기 합류를 앞두고 내복사근 미세 손상으로 이탈한 뒤 실전 가동이 미뤄지고 있다. 복귀를 서둘러서 좋을 것 없지만 투수들의 반복되는 부상은 어떤 이유에서든 반갑지 않다. 22일 대전 SSG전에서 대체 선발 장민재의 4이닝 무실점 호투로 연승을 했지만 시즌 초반부터 이러면 중후반이 험난해지는 건 자명하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