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점 차로 뒤진 마지막 9회초 무사 주자 없는 상황. 상대 마무리투수와 8구까지 끈질긴 승부를 펼쳤고, 볼넷과 삼진을 좌우하는 마지막 공이 누구나 납득할만한 스트라이크가 아니었기에 충분히 불만이 생길 수 있었다. 게다가 승부욕이 넘치는 손아섭은 더욱 그랬다. 문제는 표출 방식이었다. 스트라이크를 선언한 주심이 아닌 공을 받은 포수에게 항의를 하며 짙은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 22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 NC 다이노스의 시즌 첫 번째 맞대결.
NC는 선발 신민혁의 난조 속 초반 4점을 헌납했지만 5회 김기환의 희생플라이, 6회 박준영의 밀어내기 볼넷, 그리고 8회 서호철의 1타점 적시타를 묶어 1점 차 추격을 가했다. 그리고 3-4로 뒤진 가운데 마지막 9회초를 맞이했다.

선두타자는 시즌에 앞서 4년 총액 64억원에 NC맨이 된 손아섭. 앞서 안타 없이 볼넷만 2개를 골라냈던 그는 KT 마무리 김재윤을 만나 침착하게 수싸움을 이어나갔다. 1B-2S의 불리한 카운트에서 풀카운트를 만든 뒤 8번째 공을 기다렸다.

김재윤의 8구째 133km 포크볼은 바깥쪽 다소 높은 곳에 형성됐다. 손아섭은 볼넷을 직감하며 1루로 걸어가려는 제스처를 취했지만 오훈규 주심은 스트라이크 콜을 했다. 루킹 삼진이었다.
1루로 향하려던 손아섭은 다시 홈플레이트 쪽으로 몸을 돌려 헬멧을 벗은 뒤 펄쩍펄쩍 뛰었다. 스트라이크 판정에 대한 항의였다. 그런데 이 때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이 발생했다. 타자가 스트라이크를 선언한 주심이 아닌 마스크를 쓰고 있던 포수에게 이를 항의한 것이다.
손아섭은 KT 포수 장성우를 향해 눈을 부릅뜨고 뭔가를 강하게 어필했다. 눈에는 살기가 느껴졌고, 항의는 길어졌다. 이에 이동욱 NC 감독이 그라운드로 나와 손아섭을 제지한 뒤 오훈규 주심과 이야기를 나눴다. 손아섭은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억울한 표정과 함께 그라운드에 침을 세게 뱉은 뒤 그라운드를 떠났다. 이후 더그아웃에서도 한동안 헬멧과 방망이를 잡은 채 멍하니 그라운드를 바라봤다.

NC는 손아섭의 삼진 이후 박건우-양의지의 연속 안타로 1사 1, 2루 찬스를 맞이했다. 그러나 닉 마티니가 헛스윙 삼진, 노진혁이 중견수 뜬공에 그치며 결국 최종 3-4 석패를 당했다. 손아섭 입장에서는 마지막 8구째 콜이 두고두고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손아섭은 왜 포수를 향해 언성을 높였던 것일까. NC 관계자는 경기 후 “손아섭이 포수를 향해 공이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왔는지에 대해 확인을 했다. 워낙 장성우와 친분이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판정은 주심이 했고, 포수는 프레이밍을 통해 미트를 최대한 스트라이크존 안에 넣으려고 했던 것밖에 없다. 중계를 맡은 양상문 SPOTV 해설위원 “(손아섭이) 장성우에게 이야기하는 모습인데 저럴 필요는 없다”고 소신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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