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점을 알고 있으니…” 옛 제자가 꽂는 비수, 당하면 얼마나 아플까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2.04.23 10: 47

흔히들 친정에 비수를 꽂는다는 말을 많이 쓴다. 특히 스토브리그서 이적이 활발했던 2022시즌은 더욱 그럴 수 있다. 그렇다면 적으로 만난 옛 제자의 활약을 더그아웃에서 지켜보는 사령탑의 마음은 어떨까.
지난 2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시즌 3번째 맞대결. 작년 KT의 창단 첫 통합우승에 기여한 허도환은 LG의 9번 포수로 선발 출전해 2루타 두 방을 포함 4타수 3안타 1득점 맹활약을 펼쳤다. 2년 총액 4억원에 LG와 FA 계약한 뒤 시즌 두 번째 선발 포수를 맡아 친정에 비수를 제대로 꽂았다.
22일 수원에서 만난 KT 이강철 감독은 허도환의 3안타를 어떻게 봤냐는 질문에 “그 선수의 장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과거 넥센 시절부터 다른 팀에 가면 항상 불안했다”며 “타격 타이밍이 좋아 걸리면 넘어갈 때가 있다. 쉽게 죽을 순 있지만 그렇다고 쉬운 타자는 아니다. 제2의 포수로서 아직까지 경쟁력이 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7회말 2사 LG 허도환이 좌익수 왼쪽 2루타를 날린 후 2루에서 기뻐하고 있다. 2022.04.21 /rumi@osen.co.kr

2007년 1군에 데뷔한 허도환의 프로 통산 성적은 720경기 타율 2할1푼5리 10홈런 115타점이다. 화려하진 않지만 냉정한 프로 무대에서 무려 15년 동안 생존했다는 자체가 그의 가치를 입증한다. 특히 지난해에는 62경기 타율 2할7푼6리 2홈런 21타점 활약으로 뒤늦게 커리어 최고의 시즌을 보내기도 했다. 작년 이강철 감독이 대타로 기용했을 정도로 승부처 한방이 뛰어났다.
이 감독은 “그 동안 보면 기억에 남는 경기에는 항상 (허)도환이가 있다. 에이스가 나오는 경기 또는 중요한 경기에서 항상 타점을 올려줬다. 끝나고 나면 잔상이 남는다. 작전수행능력도 뛰어나다”고 옛 제자를 향한 오묘한 감정을 전했다.
삼성 김태군 2022.04.16 /sunday@osen.co.kr
NC 이동욱 감독도 같은 날 창원NC파크에서 옛 제자의 비수를 제대로 맞았다. 작년 12월 트레이드를 통해 NC에서 삼성으로 이적한 포수 김태군이 친정을 상대로 5타수 5안타 1타점 1득점 맹타를 휘두른 것이다. NC는 그 경기서 3-10 완패를 당했다.
일단 투수들과 가장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포수이기에 친정을 상대하는 게 보다 수월할 순 있다. 이 감독은 “포수가 유리한 건 사실이다. 전 소속팀 투수들과 공 1, 2개를 받아본 게 아니다. 공의 궤적 자체를 알고 있으니까 감이 좋을 수밖에 없다. 그런 부분은 인정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렇다고 김태군의 활약이 크게 의식되진 않는다. 이 감독은 “여기 계신 기자님들도 다른 매체로 이직을 하면 거기서도 열심히 기사를 쓰시지 않나”라며 “야구도 똑같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트레이드를)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런 부분을 일일이 신경 쓰다 보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김태군은 2013년 NC 이적 후 최근 3시즌 출전이 200경기에 불과했고, 타율도 2할4푼으로 저조했다. 그러나 삼성으로 이적한 올해는 13경기 타율 4할4푼1리 6타점의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감독은 “우리가 데리고 있어서 안 쓰는 것보다는 그 선수가 잘될 수만 있다면 길을 열어주는 게 맞다”라며 옛 제자의 앞날을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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