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묻은 유니폼으로 말한다…돌아온 천재 유격수의 헌신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2.04.23 12: 33

경기를 마치고 나면 유니폼이 언제나 흙으로 뒤덮혀 있다. 흙이 묻은 유니폼은 곧 투지와 헌신을 의미한다. 롯데 자이언츠 유격수 이학주(32)는 언제나 몸을 사리지 않고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천재에서 문제아로 전락했지만 이제는 헌신의 아이콘으로 거듭나려고 노력 중이다.
삼성에서 트레이드되어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된지 3개월 차. 스프링캠프부터 구단의 구성원 모두가 팀 적응을 도왔고 조금씩 팀에 녹아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스프링캠프 막판 손가락 부상을 당하며 잠시 팀을 이탈했다. 주전 유격수가 유력했지만 이학주의 부상 기간 동안, 방출 이후 재취업에 성공해 절치부심하고 있던 박승욱이 맹활약을 펼쳤다. 박승욱이 개막전 선발 유격수로 낙점을 받았고 활약도 이어갔다. 이학주는 뒤늦게 1군에 올라왔다.
그러나 이학주는 번뜩이는 수비력과 타석에서 끈질긴 모습, 누상에서는 활발하게 움직이는 면모를 과시하며 서서히 주전 유격수로 눈도장을 받기 시작했다.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로 투지를 보여주는 것은 기본이다. 수비에서는 따라잡기 힘든 공에도 다이빙을 하고, 타격을 하고 난 뒤 베이스를 향해서는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시즌을 앞두고 당했던 부상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자이언츠’ 로고가 적혀진 유니폼의 앞면은 언제나 흙으로 뒤덮여 있다. 매 경기 헌신적인 모습으로 롯데의 일원으로 거듭나고 있다.

롯데 이학주 /OSEN DB

현재 14경기 타율 2할5푼6리(39타수 10안타) 2타점 OPS .638의 기록을 남기고 있다. 실책은 2개다. 두드러지는 타격 성적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걱정할 정도라고 보기도 힘들다. 오롯이 경기에 집중하면서 꾸준히 출장하고 있다.
지난 2년 간 롯데 내야진의 중심이었던 딕슨 마차도의 화려하면서도 견고한 수비력을 완전히 대체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래도 전임자의 그림자가 짙어지지 않았다. KBO리그 한 팀의 주전 유격수로는 충분한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지만 현 시점까지는 기대치를 더 충족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래리 서튼 감독은 “경기가 끝날 때쯤 유니폼에 흙이 많이 묻었다는 것은 그 선수가 팀을 위해 얼마나 헌신 했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그 모습을 잘 알고 있다”라면서 “타격은 케이크 위에 올려져 있는 데코레이션과 같다. 본래 역할인 수비를 잘 해주고 있어서 팀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라고 이학주의 헌신을 칭찬한 바 있다.
이학주의 헌신적인 모습이 시즌 끝까지 이어지기를 모두가 바란다. ‘문제아’라는 꼬리표도 완전히 떼어낼 수 있다. 환경이 변했고 상황도 달라졌다. 무엇보다 이학주 본인도 이제는 달라졌다는 것을 말이 아닌 몸으로, 행동으로 몸소 증명하고 있다. /jhrae@osen.co.kr
롯데 이학주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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