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응원 재개→항의·퇴장·벤클 속출, 함성이 선수를 들끓게 한다 [오!쎈 이슈]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2.04.24 08: 41

“그들의 함성을 들으면 아드레날린이 솟구친다.”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관중의 응원 효과를 물었을 때 들을 수 있는 단골 대답이다. 23일 17799명이 운집한 가운데 역전 스리런포를 때려낸 김재환(두산)은 “베이스를 돌 때 소름이 끼쳤다”고 말했고, 22일 시즌 첫 승을 따낸 배제성(KT)는 ”긴장감과 박진감이 동시에 올라온다. 팬들이 목소리를 내주시면 집중이 더 잘 된다“고 밝혔다. 팬들의 함성은 야구 선수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그 자체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긴 터널을 지나온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지난 22일 마침내 육성응원을 허용했다. ‘마스크 착용 시’라는 조건이 붙었지만 무려 2년 반 만에 팬들이 야구장에서 선수들을 향해 박수와 함성을 동시에 보낼 수 있게 됐다.

삼성 라이온즈 구자욱이 5회말 롯데 자이언츠 스파크맨에게 몸에 맞는 볼을 맞고 마운드로 뛰어나가자 양팀 선수들이 나와 충돌하고 있다. 2022.04.23 / foto0307@osen.co.kr

그리고 공교롭게도 육성응원 재개와 함께 코로나19 이전에 그라운드에서 종종 볼 수 있었던 장면들이 다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19 전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KBO가 자제를 권고하거나 금지시켰던 것들이다.
22일 오후 수원KT위즈파크에서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진행됐다.9회초 NC 선두타자 손아섭이 삼진아웃 판정에 KT 장성우 포수에게 확인하고 있다. 2022.04.22 / soul1014@osen.co.kr
육성응원 재개 첫날 가장 화두가 된 경기는 22일 수원 KT-NC전이었다. NC 손아섭이 3-4로 뒤진 9회 선두로 등장해 KT 마무리 김재윤에 루킹 삼진을 당한 뒤 판정에 불만을 드러낸 것. 바깥쪽 다소 높은 곳에 형성된 8구째 포크볼이 스트라이크 콜을 받자 오훈규 주심이 아닌 포수 장성우에게 눈을 부릅뜨며 역정을 냈다. 위즈파크에서 모처럼 야유가 나왔던 순간이었다.
이튿날에는 하루에 2명이 퇴장 당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이들 모두 올 시즌부터 달라진 스트라이크존에 항의를 하다가 퇴장 명령을 받았고, 관중의 육성응원이 더해지며 상황이 더욱 역동적으로 전개됐다. 물론 타석에 들어설 때부터 응원 소리로 인해 승부욕과 집중력 또한 높아졌을 것이다.
LG 김현수는 23일 잠실 두산전에서 1-3으로 뒤진 3회 무사 1루서 퇴장를 당했다. 이계성 주심이 두산 아리엘 미란다의 몸쪽 높은 곳에서 떨어진 초구 포크볼에 스트라이크 콜을 했고, 이에 ‘방금 공이 스트라이크가 맞냐’며 항의하다가 나머지 경기를 뛸 수 없게 됐다. 그 순간 두산 팬들은 상대 주축 타자의 퇴장에 환호한 반면 LG 팬들은 퇴장 결정을 내린 심판에 야유를 퍼부었다. 육성응원 허용으로 1루와 3루 관중의 신경전이 그라운드를 더욱 뜨겁게 달군 것이다.
3회초 무사 1루 상황 LG 김현수가 이계성 주심에게 스트라이크 콜 판정에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결국 퇴장 명령. 2022.04.23 / dreamer@osen.co.kr
같은 시간 대구 삼성-롯데전에서도 스트라이크 판정에 항의하다 퇴장 명령을 받은 선수가 나왔다. 2-2로 맞선 5회말 1사 1루서 등장한 삼성 호세 피렐라가 그랬다. 2B-2S에서 롯데 글렌 스파크맨의 5구째 직구(146km)에 루킹 삼진을 당하자 김성철 주심을 향해 고성을 지르며 마지막 스트라이콜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당연히 결과는 퇴장이었다.
아울러 코로나19로 인해 엄격히 금지됐던 벤치클리어링까지 발생했다. 상황은 이랬다. 삼성 구자욱이 5회말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스파크맨의 초구 150km 직구에 종아리를 강타 당했는데 방망이를 바닥에 내팽개친 뒤 헬멧을 벗고 스파크맨을 향해 싸울 기세로 걸어갔다. 이 때 양 팀 선수들이 모두 쏟아져 나오며 코로나19 이후 첫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졌다. 이로 인해 경기는 3분간 중단됐고, 관중들은 각자의 입장에서 소리를 내며 상황을 더욱 고조시켰다.
삼성 라이온즈 피렐라가 5회말 볼 판정에 불만을 표하다 퇴장당하고 있다. 2022.04.23 / foto0307@osen.co.kr
코로나19 대유행의 장기화로 인해 많은 일상을 잃어버린 게 사실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노멀이 아닌 뉴 노멀 시대라고 한다. 야구 또한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우렁찬 함성소리와 함께 경기의 일부인 벤치클리어링이 종종 발생했고, 선수가 지나친 승부욕으로 퇴장을 당하기도 했지만 전염병이 돌면서 그라운드는 2년이 넘게 적막에 휩싸였다.
그러나 이제 관중들이 다시 입을 열어 함성을 보내고 있다. 박수와 야유가 뒤섞이며 관중들간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도 펼쳐진다. 선수들의 승부욕이 깨어난 야구가 다시 일상을 회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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