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국가대표팀 감독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나설 명단을 꾸리는데 벌써부터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오는 9월 대회가 열리지만 시즌 중단은 없다. 한창 순위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시점에서 대표팀 급 선수들 차출이 구단들은 당연히 달갑지 않다.
24세 이하 선수들을 기본적으로 뽑되, 부족한 포지션에서는 와일드카드를 선발할 계획이다. 류중일 감독은 선발 투수와 외야수, 그리고 포수 자리에 와일드카드를 고심하고 있다. 특히 경험이 절대적으로 중요하고 투수진까지 이끌어야 하는 포수 자리의 경우 고심이 크다. 지난 9일 발표된 172명의 예비 엔트리에서 포수는 12명의 엔트리 중 6명이 와일드카드에 해당하는 선수들이다.

양의지(NC), 강민호(삼성) 등 국가대표 단골 안방마님을 비롯해 최재훈(한화), 박동원(키움), 유강남(LG), 박세혁(두산) 등 국가대표 경험은 부족하지만 리그에서 주전 포수로 불리는 선수들까지 포함됐다. 24세 이하 선수들은 정보근(롯데), 허관회, 허인서(이상 한화), 안현민(KT), 김도환, 김형준(이상 상무)이 선발됐다.
양의지가 현재 포수 포지션 와일드카드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상황. 금메달은 당연히 이룩해야 하는 목표지만 언제까지 양의지에게만 의존할 수도 없다는 의견도 공존하고 있다. 24세 이하 선수들이 주를 이룬다는 원칙은 세워져 있다. 그렇기에 포수 포지션 역시 세대교체를 위해 새 얼굴을 발탁해서 성장시키는 게 이번 아시안게임의 목표로 삼는다면 보다 폭넓게 선수들을 지켜볼 수 있다.
양의지의 존재감을 대체할 수 있는 포수는 없다. 하지만 향후 양의지만큼의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는 ‘포스트 양의지’가 이번 아시안게임 예비엔트리에 포함되어 있다. 현재는 상무에서, 이전에는 양의지와 한솥밥을 먹으며 노하우를 전수 받았던 김형준(23)이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김형준은 지난 2018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9순위로 지명을 받고 프로에 입문했다. 세광고 시절부터 ‘대형 포수’ 재목으로 평가 받았고 2017년부터 수상을 시작한 ‘이만수 포수상’의 초대 수상자이기도 하다. 레전드 포수인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으로부터 “잘 성장하면 공수를 겸비한 대형 포수 재목이 될 것”이라는 극찬을 받으며 프로에 입문했다.
아마추어 시절에는 송구 능력을 비롯한 수비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프로에 입문해서도 선배 투수들과 노련하게 호흡을 맞추고 강견을 자랑하며 눈에 띄는 유망주 포수로 자리매김했다. 상무 입대 전인 2020년 시즌까지 데뷔 후 3년 간 도루저지율은 4할(22저지/55시도)에 달할 정도로 높은 도루저지율을 기록했다.
통산 타격 성적은 2할2푼7리(260타수 59안타) 5홈런 22타점 OPS .609. 입대 직전에는 44경기 타율 3할6리(72타수 22안타) 3홈런 11타점 OPS .834로 타격 성적이 일취월장 했다.

이미 3시즌 간 잠재력을 보여주면서 NC는 일찌감치 ‘포스트 양의지’로 김형준을 점찍었다. 2021시즌을 앞두고 상무에 입대시키면서 군 문제 해결까지 속전속결로 시도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백업 포수였던 김태군을 트레이드시키며 김형준이 전역한 이후 자리까지 일찌감치 마련해뒀다.
올해 전역 시즌을 앞두고 상무의 주전포수 역할을 하면서 기량과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현재 9경기 타율 2할9푼4리(34타수 10안타) 1홈런 6타점 7볼넷 5탈삼진 OPS .905의 기록을 남기고 있다. 지난 23일 롯데와의 퓨처스리그 경기에서는 4타수 2안타 1홈런 1타점 3득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실전 경험이 충분히 필요한 포수 포지션인데 NC 1군에서는 쌓지 못한 경험을 상무에서 쌓고 있다. 최채흥(삼성), 이상영(LG), 김기훈(KIA), 김민(KT), 김민규(두산) 등 1군 레벨에서도 족적을 남긴 투수들의 공을 받으며 김형준도 함께 성정을 해나가고 있다.
오는 9월 전역 예정인 김형준이다. 만약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대표팀에 뽑혀서 금메달을 딴다고 해도 병역 혜택을 받기는 어려울 전망. 그러나 상무에서 ‘포스트 양의지’의 길을 밟으면서 태극마크까지 다는 경험을 한다면 김형준과 NC, 그리고 향후 대표팀의 포수 자리에 큰 자산이 될 전망이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