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대구 삼성-롯데전에서 벤치 클리어링이 발생했다.
삼성의 1회말 공격.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구자욱이 타석에 들어섰다. 롯데 선발 글렌 스파크맨은 구자욱에게 1구째 149km 짜리 빠른 공을 던졌고 허벅지 뒷쪽으로 향했다.
구자욱은 피하려다 넘어졌다. 구자욱의 표정은 굳어졌고 롯데 포수 지시완은 구자욱에게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풀카운트 끝에 헛스윙 삼진.

구자욱은 1-1로 맞선 3회 1사 후 두 번째 타석에서 스파크맨과 풀카운트 끝에 좌익수 왼쪽 2루타를 빼앗았다. 호세 피렐라의 중견수 플라이 때 3루 리터치에 성공했고 오재일의 우중간 적시타로 득점 성공. 2-1.
2-2로 맞선 삼성의 5회말 공격. 구자욱은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세 번째 타석에 들어섰고 스파크맨이 던진 공에 오른쪽 허벅지를 맞았다.
1회 첫 타석에서 스파크맨의 위협구에도 불쾌한 감정을 표출하지 않았던 구자욱은 분노를 참지 못했다. 방망이를 집어 던지며 스파크맨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양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모여 들었다.
다행히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1루로 걸어나간 구자욱은 좀처럼 화를 삭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한 번이었다면 우연이지만 두 번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
투수가 타자에게 몸에 맞는 공을 던지면 모자챙이라도 살짝 만지며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취하는 게 일반적이다.
고의 여부를 떠나 사과의 제스처를 취하는 건 기본 예의다. 선의의 경쟁 속에도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동업자 의식 때문이다.
하지만 스파크맨은 구자욱을 향해 그 어떤 사과의 제스처도 보이지 않았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