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전을 기억하라'.
KIA 타이거즈의 2015 1차 지명을 받은 투수 유망주였다. 순천 효천고를 졸업하고 경성대에 진학했다. 포수였으나 투수로 변신해 마운드를 도맡아 던지며 혹사를 당했다. 그러다보니 팔꿈치에 문제가 생겼고, 입단후 수술을 받고 군복무까지 마치느라 2년의 시간을 보냈다. 2017년 드디어 1군 마운드에 올랐다.
이제 한화 유니폼을 입는 이민우(29)의 데뷔전은 대단했다. 9월 14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사직경기에서 6이닝 6피안타(1홈런) 1볼넷 3탈삼진 2실점의 호투로 승리를 따냈다. 당시 KIA는 두산의 거센 추격을 받아 1위 자리가 위태로웠다. 전날 SK전(인천)에서 7회 10점을 내주고 대역전패를 당해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선발투수가 비어 이민우를 올렸는데 속칭 대박을 쳤다. 이민우의 호투는 동료들에게 상승 에너지를 충전시켰고, 결과적으로 정규리그 우승에 큰 힘이 됐다. 다음 경기였던 SK전에서도 5이닝 2실점으로 호투하며 미래의 기둥투수로 기대를 받았다. 직구의 힘이 좋고 슬라이더의 궤적도 예리했다. 포크까지 던졌다.
매년 선발경쟁을 벌였고 꾸준히 기회를 받았다. 그러나 제구력과 적극 승부에서 피하는 등 문제점이 드러났고, 꾸준함이 없었다. 선발투수로 자리 잡는데 실패했다. 2020년 플로리다 스프링캠프에서 입단 이후 가장 좋은 볼을 던졌지만, 운도 없었다. '코로나19' 때문에 시즌 개막이 늦어져 상승 페이스를 잃어버렸다. 그래도 한 시즌 풀타임에 가깝게 선발투수로 활약했다. 처음으로 100이닝(106이닝)을 넘겼고 6승10패, ERA 6.79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선발투수로 치고 올라가지 못했다. 2021시즌 특급루키 이의리가 등장했고, 선발 경쟁에서 밀렸다. 18경기 등판에 그쳤고, 올해도 스프링캠프에서 5선발 경쟁을 벌였으나 티켓을 받지 못했다. 지난 9일 인천 SSG전에 선발투수로 등판해 반등을 기대했지만 4이닝 7실점하고 그대로 2군으로 내려갔다. 마운드에서 찡그리는 모습만
지난 23일 외야수 이진영과 함께 한화로 이적했다. 한화에서는 선발투수로 훨씬 많은 기회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KIA에서의 경험을 발판삼아 심기일전 한다면 새로운 야구인생을 열 수 있는 기회이다. 김종국 감독은 떠나는 이민우에게 "후회없이 뛰어라. KIA전에서 잘해도 좋다"고 응원했다. 한화 팬들은 선발 이민우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마치 데뷔전처럼 말이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