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km 포기한 대가는 달콤했다...12년만에 ERA 2.04 선발로 우뚝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22.04.25 16: 41

158km를 포기한 대가는 달콤했다. 
KIA 타이거즈 우완 한승혁(29)이 데뷔 이후 최고의 인생투를 펼치며 선발투수로 뿌리 내리고 있다. 지난 24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고척돔 경기에 선발등판해 7이닝 7피안타 1볼넷 6탈삼진 2실점 쾌투로 시즌 첫 승을 따냈다. 타선도 대폭발해 14점을 지원해주었다. 
이날 승리는 여러가지로 의미가 깊었다.  지난 2018년 10월 10일 광주 한화전 이후 1292일만에 승리투수가 됐다. 개인 한 경기 최다이닝 기록도 세웠다. 시즌 첫 QS 투구였다. 이날 호투로 3경기(17⅔이닝) 1승 평균자책점 2.04를 기록했다. 풀타임 선발을 향한 힘찬 출발이다. 

24일 키움 히어로즈전 승리투수가 된 KIA 한승혁이 김종국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22.04.24 / soul1014@osen.co.kr

예년보다 확실히 다른 볼배합을 하고 있다. 포심 보다는 투심위주로 던졌다. 변화구는 포크, 슬라이더, 커브까지 다양한 구종을 선보였다. 최고 구속은 시속 153km가 찍혔고 평균 구속은 147km를 기록했다. 스트라이크 비율은 69.5%에 달했다. 볼넷 1개만 내주는 등 남다른 제구도 돋보였다. 
한승혁은 올해 12년 차를 맞는다. 2011년 1라운드 지명을 받았으나 곧바로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아 공백이 있었다. 복귀한 이후에는 최고 구속 158km까지 던지면서 강속구 투수로 일약 관심을 받았으나 제구와 변화구에서 안정감이 떨어졌다. 선발, 중간 모두 자리를 잡지 못하며 시간을 보냈다.  
강속구를 고집하는 투구였고, 상대타자들에게 공략을 당했다. 더 이상 타자들에게 위협적이지 않았다. 변화의 계기가 있었다. 2018년 시즌 막판 선발업무를 수행하면서 깨달음이 있었다. 구속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선발투수로 이닝을 오래 소화하기 위해서는 타이밍을 뺏는 완급조절 능력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점을 인식했다. 
2019년은 부상으로 사실상 개점휴업했고, 뒤늦게 군에 입대해 2021년 5월에 제대를 했다. 군 복무를 하면서도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제대하고 팀에 복귀하자마자 곧바로 실전용 볼을 던졌다. 후반기 막판 1군 8경기에 등판해 복귀를 알렸다. 달라진 제구와 완급투구를 보여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스프링캠프의 에이스로 가장 뛰어난 구위를 보였고 개막 5선발로 낙점을 받았다. 데뷔 이후 개막부터 선발로테이션 진입은 처음이었다. 개막 이후에도 매 경기 5이닝 이상을 던졌고 이날 데뷔 이후 최고의 투구로 당당히 승리를 낚았다. 이제는 선발투수로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나이가 들면서 야구에 대한 시각이 바뀌었고, 간절함도 생긴 것이 변화의 이유였다. 
한승혁은 "많이 간절했다. 군대에 갔다 오니 어린 선수들이 많이 치고 올라왔다. 팬들도 그렇고 우리 부모님도 그렇고 나를 포기하지 않았다. 나 역시 더 잘하려고 노력했고 한순간도 야구를 놓으려고 한 적이 없다. 제대를 하고 나서 조금씩 보여주고 있어서 다행이다"며 소감을 밝혔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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