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본 히어로즈의 빅딜. 올해는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까.
키움은 지난 24일 포수 박동원(32)을 KIA로 보내면서 내야수 김태진(27)과 현금 10억원, 2023년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권을 받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선수 장사를 하던 히어로즈의 흑역사 때문에 KBO가 트레이드 승인을 보류했지만 25일 최종 승인이 떨어졌다.
키움은 예비 FA로 내년 이후 잔류가 불투명한 박동원을 카드로 미래 희망을 키웠다. 키움은 신인 발굴과 육성에 능한 팀이다. 올해부터 전면 드래프트로 바뀌어 신인 2라운드 지명권은 지금까지 1라운드 지명권과 맞먹는 가치를 지친다. 지난해 9위였던 KIA의 2라운드 지명권은 전체 12순위로 높은 순번이다. 당장 포수 보강이 필요했던 KIA도 오랜 고민을 해결했다.

두 팀은 지난 2017년 7월31일에도 현재와 미래를 바꾸는 트레이드를 성사해 ‘윈윈’ 효과를 봤다. 당시 넥센이었던 키움은 투수 김세현과 외야수 유재신을 주며 투수 이승호와 손동욱을 받는 2대2 트레이드를 했다. 만 30세였던 즉시 전력 마무리 김세현을 넘기면서 만 18세 신인 유망주 이승호를 받은 게 핵심이었다.
확실한 마무리가 없었던 KIA는 김세현 영입으로 단숨에 고민을 해결했다. 김세현은 그해 후반기 21경기 2패8세이브 평균자책점 3.43을 기록한 뒤 한국시리즈에서 4경기 2세이브1홀드 4⅓이닝 무실점 철벽 투구로 KIA의 통합 우승에 기여했다. 김세현은 이듬해부터 성적이 떨어져 2019년을 끝으로 팀을 떠났지만 우승 목적을 이룬 KIA는 잃을 게 없는 트레이드였다.
미래를 기약한 키움도 트레이드 효과를 봤다. 트레이드 당시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고 재활 중이었던 이승호는 2018년 데뷔한 후 올해까지 5시즌 통산 127경기(53선발) 17승17패13홀드 평균자책점 4.86을 기록하고 있다. 2019년 선발 8승을 올렸고, 지난해부터 구원으로 옮겼다. 올 시즌 10경기에서 1승4홀드를 거두며 9이닝 무실점 행진 중이다.

그러나 2017년 성적만 놓고 보면 키움은 거센 트레이드 후폭풍에 시달렸다. 그해 7월까지 5위(51승46패1무)에 오르며 가을야구 싸움을 했지만 트레이드 후 18승27패1무로 추락했다. 이 기간 10개팀 중 9위에 그치면서 최종 7위로 끝마쳤다. 2013~2021년 중 유일하게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해. 트레이드 이후 구원 평균자책점 9위(5.81)로 불펜이 무너져 최다 역전패(17패)를 당했다.
올해도 이런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박동원 트레이드 전까지 키움은 공동 3위(11승8패)였다. 시즌 전 하위권으로 평가됐으나 깜짝 7연승을 질주하며 상위권에 올랐다. 시즌 초반이라 당장의 순위는 의미 없지만 좋은 분위기로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그런데 하필 트레이드를 한 24일 고척 KIA전에서 포수 김재현이 홈 충돌로 얼굴을 다치며 2-14 대패를 당했다. 김재현은 26일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전담 포수제를 운영한 키움에서 포수 박동원의 비중이 아주 높진 않았다. 다만 지명타자로 나서는 등 타자로서 박동원의 존재감이 상당했다. 지난 겨울 박병호(KT)를 떠나보내 가뜩이나 장타자가 부족한 키움에서 박동원의 빈자리가 시즌이 갈수록 커질 수 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