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급 투수→최저점 매물…'예비 FA' 전천후 잠수함의 운명은?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2.04.26 15: 10

‘키움발 엑소더스’가 재개됐다. 지난해 트레이드로 서건창이 LG로 떠났고 비시즌에는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박병호가 KT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올 시즌이 끝나고 FA 자격을 얻는 포수 박동원 역시 지난 24일, 주전 포수에 대한 갈망으로 트레이드를 요청했고 KIA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FA를 앞두고 있거나, FA 자격을 얻은 키움의 핵심 선수들이 하나둘 씩 팀을 떠났다. 모기업이 없는 구단 특성상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반영된 구단 운영 방식이다. 서건창도 FA를 앞두고 있던 상황이었는데 트레이드가 됐고 키움 구단을 ‘영웅 군단’으로 격상시킨 박병호와는 FA 협상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박동원 역시 FA 자격을 자팀에서 행사하기 전에 보냈다. 내야수 김태진에 더해 2023년 신인지명권(2라운드), 그리고 현금 10억 원을 반대급부로 받았다.
서건창, 박병호, 박동원 모두 거액을 투자해야 하지만 그 전에 판매를 단행했다. 대신, 구단의 지갑을 두텁게 하고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는 유무형의 자산과 교환을 했다. 키움의 구단 운영 방식이자 KBO리그에서 생존하는 법이다.

키움 한현희 /OSEN DB

그러나 키움에는 구단에 ‘예비 FA’가 남아 있다. 히어로즈 구단의 중흥기를 책임진 투수 한현희(29)가 주인공이다.
사실 한현희는 지난 시즌이 끝난 뒤 FA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리그를 떠들썩 하게 했던 ‘술판 파동’에 걸쳐 있으면서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아야 했다. 만 30세가 되지 않았고 선발과 불펜으로 모두 정상급 수준에 도달한 적이 있는 ‘A급 매물’이었다. 지난해까지 통산 395경기(102선발) 59승(25구원승) 39패 105홀드 8세이브 평균자책점 4.22를 기록하고 있었다. 한현희가 시장에 나오면 호시탐탐 노리던 구단도 더러 있었다. 그러나 순간의 실수로 FA 자격 획득에 실패했고 올해 다시 한 번 FA 자격 획득에 나선다.
한현희의 운명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A급 투수 매물이었다. 징계로 풀타임을 소화하지 못했지만 6승2패 1홀드 평균자책점 3.89로 준수한 활약을 펼치고 있었다. 올해 더욱 동기부여를 갖고 시즌에 임하려고 했다.
그러나 스프링캠프 기간 발목 부상을 당해 계획 전체가 삐걱거렸다. 결국 뒤늦게 복귀를 했는데 그마저도 결과가 좋지 않았다. 지난 24일 고척 KIA전에서 정찬헌의 대체 선발로 마운드에 올랐지만 2⅓이닝 6피안타(1피홈런) 3볼넷 9실점(8자책점)으로 처참하게 무너졌다. 결국 하루 만에 2군으로 강등됐다.
사실 한현희는 2군에서도 기록이 좋지 않았다. 3경기 등판해 평균자책점 8.38에 그쳤다. 9⅔이닝 9자책점 17피안타를 기록했다. 2군에서 최고 구속은 147km까지 나왔고 24일 1군 복귀전에서도 최고 150km까지 찍는 등 구위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결국 난타를 당하면서 제 모습을 찾지 못했다.
키움 한현희 /OSEN DB
무작정 FA가 될 수 없다. 일정 수준의 등록일수를 채워야 한다. 부진이 이어지면 조급해질 수밖에 없고 1군에서 모습을 보기 힘들 수도 있다. 성적으로 증명해서 자신의 가치를 끌어올려야 한다. 한현희 개인적으로도 이번 복귀전 등판 부진과 연이언 2군행은 뼈아플 수 있다. 만약 등록일수가 충분하지 않다면 또 다시 FA 자격 취득이 연기된다.
키움 구단 입장에서도 난감할 수 있다. 앞선 사례에서 봤듯이 한현희 역시도 충분히 트레이드 대상이 될 수 있다. 한현희만한 투수 매물을 찾기는 쉽지 않다. 다른 선수들처럼 트레이드를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한현희는 최저점의 매물이다. 트레이드 대상자가 되더라도 현재의 모습이면 키움이 원하는 대가를 받기 힘들다. 구매자들의 제안이 쏟아질 수 있지만 그 제안이 키움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A급 선발 투수에서 최저점의 매물로 전락했다. 과연 한현희의 올 시즌 운명은 어떻게 될 수 있을까.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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