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늘 "탈진 직전까지 갔던 '킬힐'…성장의 발판 됐다" [인터뷰 종합]
OSEN 김나연 기자
발행 2022.04.27 17: 35

 배우 김하늘이 ‘킬힐’을 끝마친 소감을 전했다.
27일 오전 tvN 수목드라마 ‘킬힐’ 주연 배우 김하늘의 화상 인터뷰가 진행됐다. ‘킬힐’은 홈쇼핑에서 벌어지는 세 여자들의 끝없는 욕망과 처절한 사투, 성공과 질투에 눈 먼 세 여자의 무기 하나 없는 전쟁 드라마다.
지난 21일 최종회가 방송되면서 ‘킬힐’ 속 UNI 홈쇼핑 패션 쇼호스트 ‘우현’으로서의 여정을 끝마친 김하늘은 “드라마가 타이트하게 진행되다 보니 쉼 없이 달려왔다. 사실 촬영 막바지에는 체력적으로도 너무 힘들다고 느꼈다. 근데 끝날 때 많이 아쉽더라. 배우분들이랑도 다투고 경쟁하는 신들을 많이 찍다 보니 현장에서 풀어져서 대화를 하지 못했다. 후반쯤에야 친해지는 과정이었는데 종영이 되니 아쉬워서 울기도 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간 김하늘은 로맨스 드라마에서 주로 활약을 펼쳤던 바 있다. 일찍이 워맨스 작품에 대한 바람을 드러냈던 김하늘은 “대부분 남자 배우와의 로맨스를 연기해 왔고, 여자 배우들이랑 촬영한 작품이 없더라. 전부터 다른 분들이 여배우들이랑 촬영하는걸 보고 부러웠다. 여배우들끼리 교감하는 부분이 있다고 느껴서 (워맨스 작품을) 하고 싶었는데 마침 이 작품이 들어왔다. 거기다 좋아하는 선배님들이랑 같이 하게 돼서 환호를 지르며 촬영했다. 배우는 것도 많고 의지도 많이 하면서 촬영했다”고 전했다.
김하늘이 맡은 우현은 욕망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나아가는 인물. 김하늘은 “처음 대본을 봤을 때 어려웠다. 이런 느낌의 대본은 거의 처음 받아봤고, 전 작품이 말랑말랑했다. 그런데 욕망 안에 있는 작품의 대본을 보다 보니 흐름을 따라가는데 덜컹거리는 부분이 있더라. ‘이렇게까지 해야 돼?’ 하는 느낌도 있었다. 막상 작가님, 감독님과 얘기하고 현장에서 연기하다 보니 이해되더라. 주인공을 이해하고 사랑해야 연기를 할 수 있으니 이해하려 노력했던 부분도 있다”고 털어놨다.
‘킬힐’ 속 김하늘의 모습은 그간 ‘로코 여왕’으로 보여졌던 그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그는 “‘우현이를 잘 표현 할 수 있을까’, ‘이해하면서 연기를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했던 작품이다. 이렇게까지 현장에서 감독님이랑 계속 얘기하면서 연기했던 캐릭터는 없었다. 그만큼 잘하고 싶었고, 그만큼 어려웠다. 끝내고 나니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우현이를 열심히 연구하고 제 안에서 부딪히면서 우현이를 표현해냈기 때문에 또 한 번 성장할 수 있었던 작품이다. 이런 캐릭터를 연기하면 다음 작품에서 더 올라갈 수 있는 밑받침이나 용기가 될 수 있다. ‘킬힐’을 통해 연기적으로나 작품 보는 시야가 더 넓어지지 않았을까 싶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전작인 ‘18 어게인’에서 아나운서 캐릭터를 연기했던 김하늘은 이번 ‘킬힐’을 통해서는 쇼호스트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분투해야 했다. 그는 “‘18 어게인’에서는 발음, 호흡이 정말 아나운서처럼 보이고 싶은 욕심이 커서 진짜 열심히 얘기도 하고 연습도 많이 하고 촬영했다. 이 역할은 비슷하게 말하는 역할이긴 한데 다르더라. 배워서 될 부분이 아니라 저 혼자 해야 하는데, 드라마다 보니 대본이 있지 않나. 실제로 쇼호스트는 대본이 없다. 본인 스스로 제품에 대해 연구하고 본인의 생각으로 어필해야 한다. 저는 연기자라서 연기로서 대본을 표현하려고 하니 갭이 생겨서 어렵더라. 그래도 최대한 자연스럽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고충을 전했다.
외형적인 부분에서도 많은 고민이 뒤따랐다. 김하늘은 매 작품마다 캐릭터의 외형에 자신의 의견이 80% 이상 반영되는 편이라고. 그는 “제가 그 친구를 만났을 때, 캐릭터와 주변환경에 대해 제가 생각하는 이미지가 그려진다. 어떤 느낌으로, 어떤 옷을 입고, 어떤 헤어스타일로 어떻게 행동하는지 머릿속에 갖고 있어서 그게 나와야 연기하기 편하다. 그래서 의견이 많이 반영됐다. 의상도 스타일리스트분이랑 10년 넘게 함께 일했는데, 둘 다 의견이 확고하다 보니 이렇게 많이 부딪힌 적은 처음이었다”며 “매 신마다 ‘어떻게 옷을 입을까’ 고민했다. 헤어스타일도 저는 어릴 때 빼고는 이렇게 칼단발을 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도 우현이의 변신을 위해 머리카락을 잘라 보고, 립스틱도 진하게 발라보고. 그런 식으로 캐릭터를 완성했다”고 밝혔다.
김하늘은 가장 소화하기 어려웠던 신으로 극 초반에 등장했던 시어머니와의 대립 장면을 꼽았다. 그는 “제가 소리치면서 다투다가 시어머니한테 따귀를 맞는 신이 있었다. 그러고 나서 저는 기가 막혀서 혼자 울면서 웃고 그렇게 하는 신이었다. 제가 연기 경력이 20년이 넘는데,  그렇게 격양이 돼서 소리를 지르고 악을 쓰면서 말하는 신을 찍어본 기억이 거의 없더라. 그런 신들은 집에서도 혼자 잘 안 해 본다. 그렇게 해버리면 감정이 해소돼 버리기 때문에 마음에 갖고 있다가 현장에서 배우분들과 붙을 때 첫 테이크에 해버리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어디까지 제 목소리가 나올지 모르는 상태에서 연기를 하게 됐는데, 너무 잘하고 싶었던 만큼 긴장을 해서 그런지 음 이탈이 나기도 했다. 해본적 없었던 연기 감정이라 너무 긴장했고, 잘하고 싶었던 신이라 기억에 남고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이처럼 감정을 쏟아내는 장면이 많은 만큼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김하늘은 “한 날에는 악을 쓰는 신이 계속 있었다. 하루 종일 그런 신들만 몰려있는 날이었는데, 새벽까지 찍게 됐다. 마지막에도 비슷한 신이 남아있어서 감독님한테 ‘도저히 자신 없다. 너무 잘하고 싶은데 에너지를 소모해버려서 도저히 소화를 못할 것 같다’고 했다. 근데 시간이 빠듯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그날 꼭 찍어야 했다. 촬영을 시작했는데, 소리를 지르고 감정을 쏟아내다가 너무 힘들어서 약간 주저앉을 정도가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정말 못 할 것 같다’고 했는데, 감독님이 스피커로 ‘할 수 있다’, ‘믿는다’는 말씀을 하시더라. 정말 탈진까지 가서 못할 것 같은 상황이었는데, 그 얘기를 들으니 갑자기 에너지가 나더라. 그만큼 현장에서 팀워크가 좋았고, 감독님의 ‘믿는다’는 말이 너무 힘이 돼서 바닥까지 떨어졌던 체력이 다시 올라왔다. 결국 촬영을 잘 마무리했고, 결과적으로 그 신도 잘 나왔다. 우현이를 하면서 좋은 분들과 촬영 했다는 걸 느꼈고, 우현이는 저 혼자 잘해서 된 캐릭터가 아니다. 모든 분들이 응원해주시고 어려운 신들을 잘 마무리하면서 찍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킬힐’을 촬영하면서 연출을 맡았던 노도철 감독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김하늘은 “감독님이 따뜻하셨다. 이 작품처럼 감독님이랑 상의를 많이 했던 작품은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얘기를 하면서 많이 친해질 수 있었다. 그만큼 조언도 해주시고 서로 얘기를 잘해나가서 우현이 캐릭터를 완성해 나갈 수 있었다. 감독님이 힘든 순간마다 항상 격려를 많이 해준다. 배우 김하늘을 너무 믿어주셔서 그게 굉장히 힘이 되더라. 멀리서 믿는다고 말하는 느낌이 아니라 항상 제 앞에 가까이 와서 응원해주시는 느낌이 너무 힘이 돼서 외롭지 않았다. 감독님 덕에 우현이를 잘 완성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노력 끝에 완성된 ‘킬힐’ 이었지만, 최종화를 본 시청자들은 결말이 허무하다는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김하늘은 “사실 저나 작가님이나 뒷부분이 더 극에 달하도록 가고 싶어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TV 드라마다 보니 여러 시청자들이 봐야 해서 수위나 감정들을 조금 부드럽게 깎아가면서 마지막 대본을 완성하게 됐다. 한편으로는 아쉬운 부분 있었다. 우현이도 좀 더 극으로 갔다가 나락으로 떨어지길 바라기도 했다. 하지만 여러 의견 안에서 이루어진 결말이지 않나. 제 욕심만 차리면 안 되니까, 아쉬움이 있으면서도 우현이라는 캐릭터 안에서 마지막까지 이해하고 그 감정을 끝까지 최선을 다해 끌어내면서 찍었다”고 설명했다.
또 ‘킬힐’은 첫방을 앞두고 16부작에서 14부작으로 축소 편성 돼 아쉬움을 사기도 했다. 김하늘은 “저도 놀랐다. 아쉽기도 했지만 코로나 이슈 때문에 편성은 일찍 잡혔는데 계속 촬영이 늦어졌다. 주요 스태프나 배우분들이 코로나19에 걸리는 경우도 있어서 도저히 맞출 수 없는 현실과 부딪혔다. 그러면 배우가 할 수 있는 게 없더라. 배우로서는 16부까지 가서 좀 더 후반에 나열해둔 내용을 차근차근 쌓아서 마무리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지만 현실 안에서 최선 다하는 게 배우의 몫이지 않나”라고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지난 1996년, 모델로서 연예계에 첫 발을 내딛은 김하늘은 어느덧 데뷔 27년 차가 됐다. ‘킬힐’ 속 우현이 그토록 욕망에 집착을 하는 이유로 “딸”을 꼽은 김하늘은 자신이 연기를 계속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을 묻자 “제 자신”이라고 답했다.
김하늘은 “학창시절부터 그렇게 눈에 띄지 않았고, 그 당시 뭐가 하고 싶다거나 어느 대학에 가고 싶다거나 하는 꿈도 없었다. 도대체 하고 싶은 게 뭔가, 잘 하는 게 뭔가 항상 고민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연기자 일을 하면서 제 자신에 대해 발견하고 저라는 사람을 알게 됐다. 이렇게 깊게 나를 들여다 볼 수 있는 배우라는 직업이 소중하고 좋다. 나를 더 알아갈 수 있는 게 연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 자신이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털어놨다.
1998년 영화 ‘바이 준’에서부터 시작해 벌써 25년간 연기 활동을 이어온 김하늘. 그간 ‘로코 여왕’으로 대표됐던 그는 새롭게 얻고 싶은 수식어를 묻자 “로코를 안 한지 생각보다 꽤 오래됐더라. 그래서 로코 여왕이라는 수식어는 계속 가져가고 싶다. 그러면서 제가 ‘킬힐’을 선택한 것처럼 안 해본 캐릭터가 많다. 장르물이든 멜로든 여러 작품을 계속 하면서 그 안에서 늘 새로운 수식어를 듣고 싶다. 멜로를 찍을 땐 멜로 여왕, ‘킬힐’ 속 우현이는 ‘센언니’. 제 희망사항이다”라고 솔직하게 밝혔다.
그렇다면 김하늘이 이루고 싶은 욕망은 어떤 것일까. 김하늘은 이같은 질문에 “욕망이 사실 어렵고 센 단어 같다. 저는 욕망보다는 욕심에 가깝다. 저는 연기자고, 항상 좋은 작품 안에서 좋은 연기를 하는 게 늘 꿈이고 욕심이다. 여전히 똑같다. ‘킬힐’도 그렇지만 제가 우현이 안에 들어가서 어떤 모습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 설렘과 우려 안에서 연기했다. 앞으로도 계속 저는 좋은 작품에서 늘 머무르지 않고 도전하면서 박수받는 배우가 되고싶다”고 말했다.
‘킬힐’을 끝마친 김하늘은 현재 여러 대본을 살피며 차기작을 검토 중이다. 김하늘은 “다 다른 장르고, 너무 흥미로워서 잘 보고 있다. 조만간 잘 결정해서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면서 “장르만을 따라가거나 ‘다음엔 꼭 멜로를 하고 싶다’, ‘장르물을 하고 싶다’고 정하면 폭이 좁아지더라. 그래서 펼쳐놓고 그 안에서 잘 표현할 수 있는 걸 선택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여러 장르 다 해보고 싶지만 그 안에서 제가 잘 선택해서 박수받는 작품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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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아이오케이 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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