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첫해 좋은 활약을 펼쳤던 신인이 이듬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른바 '2년차 징크스'라고 부른다. 타자보다 투수가 2년차 징크스를 겪는 경우가 더 많다. 첫해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늘어난 이닝 수에 따른 체력적 부담도 존재하고 상대 타자들이 호락호락하게 당하지 않는다. 전력 분석을 통해 장단점을 파악하기 때문.
삼성 라이온즈 좌완 이승현(20)에게 '2년차 징크스' 따윈 찾아볼 수 없다. 지난해 41경기에 등판해 1승 4패 7홀드 평균 자책점 5.26으로 가능성을 보여준 이승현은 27일 현재 11경기에 등판해 4홀드를 거뒀다. 평균 자책점은 0.87. 10⅓이닝을 소화하며 무려 15개의 삼진을 빼앗았다. 볼넷 4개를 내준 게 전부. 이승현이 헛스윙 삼진을 잡아낼때면 짜릿함이 느껴진다.
이승현은 26일 대구 LG전에서 5-4로 앞선 8회 선발 데이비드 뷰캐넌을 구원 등판해 홍창기(헛스윙 삼진), 김현수(포수 스트라이크 낫 아웃), 대타 채은성(헛스윙 삼진)을 꽁꽁 묶었다. 7-4로 앞선 9회 오승환과 바통 터치. "현재 우리 불펜에서 가장 좋은 투수 가운데 한 명이다". 허삼영 감독은 이승현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허삼영 감독은 또 "가장 중요한 건 투수가 마운드에서 자신감을 가지고 던지는 거다. 내 공을 칠 테면 쳐보라는 식으로 던져야 한다"면서 "투수는 방어가 아닌 공격을 해야 한다. 작년보다 훨씬 더 좋아졌다. 자기 공에 대한 믿음이 커졌다"고 말했다.
현재 계투진의 한 축을 맡고 있지만 향후 선발 또는 마무리가 될 재목으로 평가받는다. 허삼영 감독은 "향후 선발뿐만 아니라 마무리 후보도 가능하다"면서 "결국 체력적인 부분에서 지속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트레이너 파트에서 근력 보강 등 꾸준히 관리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데뷔 첫해의 경험이 이승현에게 큰 도움이 된다. 그는 "작년에는 타자와 포수만 보였는데 올해 들어 잘 보이는 것 같다. 이제는 마운드에서 생각도 많이 하게 된다"면서 "타자와의 수싸움과 볼배합 등 분석했던 부분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생각이 많아서 혼란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이승현이 상승세는 예사롭지 않다. 과거 대표팀의 핵심 멤버로 활약했던 구대성, 류현진, 김광현 같은 '특급 좌완' 탄생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