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 가고 싶었던 대전의 아들, 키움에서 터졌다…19살에 홈런왕 경쟁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2.04.29 03: 37

“다 좋은데 딱 하나 아쉬운 게 박찬혁이다.”
한화는 지난해 9월 2022 KBO 신인 드래프트를 마친 뒤 상당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1차 지명에서 초고교급 투수 문동주를 확보한 뒤 2차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또 다른 강속구 유망주 박준영을 뽑았다. 2라운드 포수 허인서까지, 미래 핵심 유망주들을 두루 지명해 밝은 미래를 기대했다. 
성공적인 드래프트로 자평했지만 어느 한 선수를 지명하지 못한 게 아쉽다는 말이 내부에서 나왔다. 천안 북일고 외야수 박찬혁(19·키움)이었다. 충청 연고 지역 선수로 한화도 오랫동안 박찬혁을 봤고, 어느 팀보다 그의 재능을 탐내고 있었다. 

키움 박찬혁 2022.04.26 /OSEN DB

대전에서 태어나고 자란 박찬혁은 대전유천초-한밭중을 거쳐 한화그룹 재단인 천안 북일고에 진학했다. 어릴 때부터 응원해온 한화 입단이 그의 목표였다. 북일고 2학년 때 고교 최다 홈런(6개)을 치며 이만수 홈런상을 받은 그는 “학교 선배님이자 한화에서 은퇴한 김태균 선배님이 롤모델이다”며 “어느 팀이든 지명되면 좋겠지만 어릴 때부터 한화를 보고 자랐다. 한화에 가면 좋겠다”고 고향팀에 남다른 애정을 표했다. 
북일고 시절 박찬혁 /OSEN DB
그러나 박찬혁의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 2022 한화의 신인 1차 지명 후보로 끝났다. 전국 1차 지명권을 가진 한화는 156km 투수 문동주를 지명했고, 2차 1라운드 전체 1순위로도 150km 박준영을 뽑았다. 정석적인 선택이었다. 
한화는 2라운드에서 박찬혁을 노렸지만 1라운드 전체 6순위 지명권을 가진 키움이 먼저 그의 이름을 불렀다. 대전이 아니라 서울에서 커리어 첫발을 뗀 박찬혁은 스프링캠프부터 두각을 드러내며 개막전부터 선발로 뛰고 있다. 9번 타순에서 부담 없이 배트를 휘두르며 빠르게 잠재력을 터뜨렸다. 
지난 26~28일 ‘고향’ 대전에서 한화 상대로도 기세를 이어갔다. 이정후가 감기 몸살로 결장한 지난 26일 3연전 첫 날 2번 상위 타순에 처음 배치돼 홈런 포함 3타수 2안타 2타점으로 활약했다. 3회 박윤철의 직구를 받아쳐 좌월 솔로 홈런을 쳤고, 5회에는 박윤철의 커브를 밀어쳐 우중간 1타점 적시타로 연결했다. 
키움 박찬혁이 선제 솔로포를 날린 뒤 더그아웃에서 동료 선수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2.04.26 /OSEN DB
27일 경기에선 5타수 무안타 3삼진으로 침묵했지만 28일에도 2번 타순 그대로 고정됐다. 1회 첫 타석부터 한화 선발 장민재의 초구 한가운데 몰린 직구를 놓치지 않고 좌중월 솔로포로 장식했다. 시즌 5호 홈런. 이 부문 1위 한동희(롯데·6개)에 이어 김현수(LG)와 함께 공동 2위다. 만 19세의 새파란 신인 타자가 홈런왕 레이스에 뛰어든 것이다. 
시범경기까지 김도영(KIA), 이재현(삼성), 조세진(롯데), 박영현(KT), 윤태현(SSG) 등 여러 신인들이 주목받았지만 시즌 개막 후 가장 빠르게 치고 나간 선수는 박찬혁이다. 개막전부터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는 등 23경기에서 타율 2할5푼 18안타 5홈런 8타점 OPS .794를 기록 중이다. 신인왕 레이스의 독보적인 선두 주자. 
대전에서 첫 3연전을 2승1패 위닝시리즈로 장식하며 고향팀 한화를 울린 박찬혁은 “대전에 내려와서 오랜만에 집밥을 먹은 것이 큰 힘이 됐다”며 9번에서 2번으로 타순이 크게 오른 것에 대해 “부담감은 전혀 없다. 코치님이나 선배님들도 타순에 신경 쓰지 말고 똑같이 치라고 하셨다. 오히려 타석에 빨리 들어가니 긴장감도 빨리 풀리고 좋다”며 반겼다. 큰 선수의 기질이 보이는 코멘트다. /waw@osen.co.kr
키움 박찬혁이 1타점 적시타를 날린 뒤 진루하고 있다. 2022.04.26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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