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루 등판→삼진으로 결승포 설욕…롯데서 방황하던 투수의 거친 포효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2.04.29 06: 29

2사 만루 절체절명의 위기. 상대는 이틀 전 결승홈런의 악몽을 선사한 김석환(KIA). 그러나 박시영(KT)은 주눅 들지 않고 삼진을 잡으며 설욕에 성공했다.
박시영은 지난 28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시즌 3차전에 구원 등판해 ⅔이닝 1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홀드를 수확했다. 팀의 5-3 승리를 뒷받침한 천금 구원이었다.
박시영은 4-3으로 근소하게 앞선 8회 1사 만루 위기서 주권에 이어 마운드에 올랐다. 투수교체는 대성공이었다. 첫 타자 황대인을 1루수 인필드플라이 처리한 뒤 김석환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보내며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다. 이후 5-3으로 리드한 9회 마무리 김재윤에게 바통을 넘기고 기분 좋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28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열렸다.8회초 1사 만루 상황 마운드에 오른 KT 투수 박시영이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2022.04.28 / dreamer@osen.co.kr

박시영은 경기 후 “투수들이 마운드에서 안 맞을 수는 없다.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포수 사인대로 정확히 보고 던지려 했다”며 “(장)성우가 초구 슬라이더에 타자들 반응이 없는 걸 잘 캐치했다. 변화된 사인대로 던지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흡족해했다.
이날 백미는 2사 만루 김석환과의 승부였다. 박시영은 3연전 첫 경기였던 26일 3-3으로 맞선 7회 등판과 함께 첫 타자 김석환에게 우월 결승 솔로포를 헌납한 터. 이에 타자와 승부하기 전 이례적으로 이강철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올라 투수를 격려했고, 박시영은 포크볼만 4개를 던져 헛스윙 삼진을 잡아낸 뒤 거친 포효로 만루를 무실점으로 극복한 쾌감을 만끽했다.
28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열렸다.8회초 2사 만루 상황 KT 이강철 감독이 마운드를 방문해 투수 박시영-포수 장성우를 다독이고 있다. 2022.04.28 / dreamer@osen.co.kr
박시영은 “첫 타자(황대인)를 잡은 뒤 잘 던지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또 이틀 전 김석환 선수에게 홈런을 맞아 막고 싶은 마음이 커지며 텐션이 올라왔다”며 “감독님이 마운드에 올라오셔서 날 진정시켜주셨다. 부담 갖지 말라는 조언도 해주셨다. 덕분에 잘 막을 수 있었다”고 사령탑에게 감사를 표했다.
제물고포를 나와 2008 롯데 2차 4라운드 31순위 지명을 받은 박시영은 10년이 넘도록 잠재력을 터트리지 못했다. 평균자책점 4.23을 남긴 2019년을 제외하고 큰 주목을 받지 못하면서 2020년 12월 신본기와 함께 KT로 트레이드 됐다. 롯데 시절 기록은 191경기 6승 8패 11홀드 평균자책점 6.18. 사실 트레이드 당시만 해도 박시영보다 신본기가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게 사실이었다.
그랬던 박시영이 ‘투수 조련사’ 이강철 감독을 만나 믿을맨으로 재탄생했다. 작년 5월 초 1군에 처음 올라와 7경기 1승 평균자책점 2.57로 새 팀 분위기를 익힌 그는 재정비 시간을 거쳐 후반기 2승 8홀드 평균자책점 3.21로 팀의 극적인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에 공헌했다. 그리고 한국시리즈에서도 한 차례 등판해 ⅔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당당히 첫 우승반지를 거머쥐었다. 만년 유망주, 5선발, 패전조, 추격조라는 타이틀이 익숙했던 그가 우승팀 필승조로 거듭난 것이다.
박시영은 KT 2년차인 올해도 주권, 김재윤과 함께 일찌감치 핵심 필승조 요원으로 낙점됐다. 지난 22일 수원 NC전부터 26일 수원 KIA전까지 3경기 연속 실점과 함께 2패를 당하며 잠시 흐름이 주춤했지만 이날 만루 극복을 통해 그 동안 마음고생을 훌훌 털었다. 많은 것들이 담겨 있었던 그의 마지막 순간 포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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