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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영 착각'이 가져온 반전 수확, 20살 영건의 마무리 DNA [오!쎈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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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광주, 이선호 기자] 착각이 오히려 반전효과를 일으켰다. 

지난 29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이례적인 상황이 빚어졌다. 통산 343세이브 기록을 보유중인 '끝판대장' 오승환(40)이 벤치의 마운드 방문 횟수 착오로 아웃카운트 1개를 남겨놓고 강제 강판당한 것이다. 그런데 모두가 해피엔딩이 되는 의외의 결말을 맞았다. 

삼성은 1-3으로 뒤지던 8회부터 KIA 타이거즈의 최강 불펜을 공략했다. 2021 홀드왕 장현식이 올라오자 안타-볼넷-2루타로 한 점을 뽑고 희생플라이로 동점을 만들었다. 9회는 마무리 정해영을 상대로 1사후 연속안타와 2사후 피렐라의 적시타로 역전에 성공했다. 

삼성 라이온즈 좌완 투수 이승현./OSEN DB

허삼영 감독은 8명의 투수를 총동원해 KIA 타선을 3점으로 묶었고, 기어코 역전에 성공했다. 심판의 체크스윙 판정에 항의하고, 볼판정에도 불만을 드러내며 2연패 탈출에 대한 강한 의욕을 드러냈고, 선수들도 100% 응답했다. 9회말 마무리 오승환이 등판하면서 그대로 이기는 듯 했다. 

오승환은 첫 타자 나성범에게 우중간 안타를 맞았다. 박동원에게 큼지막한 타구를 맞았으나 펜스 앞에서 좌익수 글러브에 들어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폭투가 나와 1루 주자가 2루를 밟아 동점 위기에 몰렸다. 김민식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았고, 다음타자는 3안타를 터트린 소크라테스.

허 감독은 마운드에 올라가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흐름을 끊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파울라인을 넘는 순간 주심의 제지를 받았다. 곧바로 돌아섰으나 이미 상황은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흘렀다. 3회와 7회 투수코치가 마운드를 방문했기 때문에 1경기 2방문 횟수를 채웠다. 

심판진은 허 감독이 교체 의사 없이 파울라인을 넘어섰기 때문에 3회 방문이 이루어진 것으로 판단했다. 대개 더그아웃에서 방문 횟수를 체크하는 담당자가 있는데 착각을 했던 모양이었다. 결국 오승환은 느닷없이 마운드에서 내려가야했다. 대신 올라온 투수가 2년차 좌완 이승현이었다. 요즘 필승맨으로 줏가가 드높다. 

이승현은 마무리 오승환이 올라가자 그대로 불펜에 앉아있었다.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자 서둘러 몸을 풀었다. 심판들이 모여 숙의하고, 최종 판단까지 시간이 걸렸다. 이 틈에 빠르게 불펜에서 볼을 던지며 예열을 했다. 그리고 마운드에 올라가 3안타를 때린 소크라테스를 3구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투수들은 갑자기 마운드에 오르면 당황하고 부담스러워 한다. 그러나 이승현은 달랐다. 초구 직구를 던져 파울이 됐고, 2구와 3구는 예리한 슬라이더를 던졌다. 전혀 생각치 못한 변화구에 소크라테스는 맥없는 스윙을 하며 물러났다. 이승현은 얼떨결에 데뷔 첫 세이브를 했다. 삼성은 강심장 20살 투수의 마무리 DNA까지 확인했다. 사령탑의 착각이 불러온 최대의 수확이었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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