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이라는 시간! 이제부터 시작!’
한화 이글스 내야수 이도윤(26)에게 2022년 4월 30일은 잊지 못할 날이 될 것이다. 이도윤은 30일 창원 NC전에 9번 3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3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등장해 NC 이재학의 141km 패스트볼을 걷어올려 우월 솔로포를 터뜨렸다. 북일고를 졸업하고 2015년 2차 3라운드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8년차 내야 백업 이도윤의 데뷔 첫 아치였다.
이도윤의 첫 홈런은 헛되지 않았다. 숱한 위기를 극복하며 이도윤의 결승포를 지켰고 9회 쐐기점까지 뽑아내며 2-0 승리를 완성했다.

경기 후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승장 소감으로 이도윤의 첫 홈런을 함께 축하했다. 그는 “항상 성실한 자세로 가장 열심히 해주는 선수가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감독으로서 정말 기쁘고 행복한 순간이었다”라며 제 일처럼 기뻐했다.
이날 경기 후 만난 이도윤은 “맞는 순간, 넘어가나 했는데 NC 우익수 손아섭 선배가 안 따라가시더라. 그래서 ‘넘어갔구나’ 하면서 느꼈다. 좋았다”라면서 “나는 홈런을 치는 타자도 아니고 장거리 타자도 아니다. 오늘 처음에는 이재학 투수가 좌타자들한테는 체인지업을 던지다가 갑자기 직구를 던지길래 하나 올 것 같다고 생각해서 노렸는데 그게 잘 맞았다”라며 홈런 순간을 되돌아봤다.
덕아웃으로 돌아오자 동료들은 이도윤을 모른척 하는 ‘침묵 세리머니’를 했다. 그는 “감독, 코치님은 반겨주시는 데 선수들이 가만히 있더라”라면서 “그래도 당해보니가 기분 좋았다”라고 웃었다.
이도윤은 주전이 아니다. 같은 포지션에 하주석, 정은원, 노시환 등 굳건한 주전들이 있고 박정현, 김태연, 정민규 등 자신의 포지션에서 활약할 수 있는 백업 경쟁들도 많았다.

이도윤은 음지에서 묵묵히 자신의 기량을 갈고 닦았고, 언젠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도 있는 기회를 기다렸다. 그러나 언제 경기에 나설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기에 언제나 불안에 떨어야 했다. 그 불안을 이도윤은 훈련으로 이겨내려고 했다.
“주전으로 출발한 게 아니라 계속 백업을 하고 있다. 작년보다 웨이트 트레이닝도 많이 했다. 운동량이 많아야 했다”라며 “중요한 순간순간 경기에 나가서 플레이를 해야하기 때문이었다. 그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훈련을 많이 했고 코치님들도 많이 귀찮게 했다”라고 말했다.
결국 얼마 오지 않는 기회에서 이도윤은 한 방을 과시했다. “기회가 한두 번씩 오게 되는데 그 순간, ‘내가 잘하면 좋을텐데’ 라는 생각을 계속 했다. 많이 못 나갈 때는 3일에 한 번씩 타석에 나갔던 적도 있었다. 좋은 모습을 감독님, 코치님께 보여드려야 한 번이라도 더 경기에 나설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라는 간절한 마음을 전했다.
이날 경기처럼, 앞으로의 목표도 다르지 않다. 감초처럼 팀이 필요할 때 활약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그는 “팀에 없어서는 안될 선수가 되고 싶다. 더 열심히 해서 팀에 필요한 선수가 되겠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이도윤의 첫 홈런 공은 관중석이 아닌 NC 불펜으로 향했고 협조를 통해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다. 이 홈런공에는 ‘8년이라는 시간,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메시지가 쓰여졌다. 8년차 선수의 기다림을 이제 모두가 알아주기 시작한 순간이다. 첫 홈런으로 이도윤은 모두에게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jhra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