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 야구→2위 돌풍’ 서튼, 2008년 ‘노 피어’ 로이스터를 뛰어넘는 결과 만들까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22.05.02 06: 14

 롯데 자이언츠의 돌풍이 심상찮다.
시즌을 앞두고 2약이라는 전문가의 평가를 비웃듯 최근 4연승을 질주하며 15승 9패 1무(승률 .625)를 기록, 당당하게 2위에 올라 있다. ‘봄데’(봄+롯데, 봄에는 잘하는 롯데)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상승세가 기대되고 있다.
래리 서튼 감독의 ‘디테일 야구’가 녹아들며 탄탄한 전력으로 팀이 탈바꿈 됐다. 특히 수비와 주루, 팀 플레이에서 이전과는 다른 색깔을 내고 있다. 야구계는 ‘롯데 맞나’라고 놀라워하고 있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 /OSEN DB

서튼 감독을 보면 떠오르는 이가 있다. 2000년대 후반 롯데 암흑기를 종식시키고 ‘가을야구’를 선사한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다. 서튼 감독은 로이스터 감독을 뛰어넘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흥미롭다.
2일 현재 롯데는 평균자책점 2위(2.88), 타율 1위(.266), 장타율 1위(.376), OPS 2위(.701)을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겉으로 드러나는 숫자 이상으로 서튼 감독이 강조하는 ‘디테일’이 안정돼 있다.
롯데는 1일 잠실 LG전에서 4-0으로 승리했다. 선발 김진욱의 6이닝 무실점 쾌투, 불펜의 무실점 계투가 이어졌다. 그런데 타선은 적시타 하나 없이 4점을 뽑아냈다. 주자가 3루에 있을 때 희생플라이 3개로 3점을 냈고, 상대 실책으로 1점을 보탰다.
서튼 감독은 승리 후 “상황별 타격이 특히 잘 됐다. 주자가 3루에 있을 때 희생타를 통해 득점하는 것이 모두 한 팀으로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짚어서 칭찬했다.
LG와 3연전을 돌아보면, 지난 29일 첫 경기에서는 4-4로 팽팽한 8회 지시완의 투런 홈런, 9회 한동희의 3점 홈런이 터지면서 타선의 파워로 제압했다. 30일 두 번째 경기에서는 선발 이인복의 7이닝 무실점 역투와 투수 뒤에서는 조세진 등 수비진의 호수비가 연이어 뒷받침했다.
1일 LG와 경기를 마치고 롯데 선수들이 승리를 기뻐하고 있다. 2022.05.01 /jpnews@osen.co.kr
서튼 감독은 1일 달라진 롯데 야구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말했다. 그는 “우리 팀은 좋은 방향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작년에 좋은 분위기로 후반기를 잘 마무리했다. 올해 목표로 작년의 좋은 분위기를 시즌 시작, 첫 경기부터 이어가자고 캠프에서 열심히 준비했다. 그런 것들이 4월 한 달 좋은 시작이 된 거 같다. 하지만 결과보다 한 팀으로 경기 내용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어 “매 경기, 매 이닝 이기려고 노력하고 있다. 꾸준히 선수들이 반응하고 있다. 만족한다. 그런 면에서 4월은 성공적인 한 달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것과 연결돼 1일 경기에서 롯데 타자들의 팀 배팅은 감독의 칭찬처럼 의미 있었다. 
세부적으로 ‘디테일 야구’에 대한 언급도 했다. 달라진 롯데를 몇 가지로 나눠 설명한 그는 “수비 파트를 말하자면, 첫 발 스타트에 포커스를 맞췄다. 타자가 치자마자 타구 반응 속도, 타구 판단을 재빨리 한 다음에 공을 잡으려 가야 한다”며 "내야수는 좌우 움직임을 잘하고 있고, 뒤로 가는 것도 좋다. 다만 앞으로 움직이는 것은 부족해서 더 성장해야 한다. 외야수도 타구 판단, 첫 발을 과감하게 움직여야 한다. (30일 경기) 조세진의 다이빙캐치가 한 예다. 리스크도 있지만 잘 판단해서 첫 발부터 재빨리 스타트해서 다이빙캐치로 잡아냈다”고 설명했다. 
5회말 1사에서 롯데 피터스가 LG 이상호의 타구를 처리하고 있다. 2022.05.01 /jpnews@osen.co.kr
1일 LG전에서도 적절한 수비 시트프로 홍창기, 김현수 등 LG 좌타자들의 잘 맞은 타구는 수비 정면으로 향했다. 중견수 피터스는 5회 1사 후 이상호의 2루타성 타구를 전력으로 달려 점프하며 다이빙캐치로 잡아냈다. 김진욱은 "피터스의 호수비로 한 시름 놓았다. 그것 때문에 6회까지 던질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서튼 감독은 “주루는 작년 후반기보다 올해 4월에 한 베이스 더 가는 것, 특히 안타 때 1루에서 3루 가는 것이 월등히 좋아졌다. 이런 디테일을 선수들에게 강조했다”고 말했다.
투타에서 외국인 투수 반즈, 토종 에이스 박세웅, 포스트 이대호를 기대케하는 한동희의 급성장이 팀의 중심이 되고 있다. 반즈는 6경기 5승무패 평균자책점 0.65를 기록 중이다. 다승과 평균자책점 1위다. 박세웅은 5경기 3승무패 평균자책점 1.76을 기록하고 있다. 한동희는 타율 1위(.436), 홈런 1위(7개), 장타율 1위(.766), 출루율 1위(.491), OPS 1위(1.257), 최다안타 공동 1위(41개), 타점 2위(22개), 득점 공동 3위(17개) 등 도루를 제외한 전 부문 톱클래스다.
1일 승리 투수가 된 2년차 투수 김진욱은 “분위기가 작년과 다른 것 같다. 질 것 같지 않은 느낌이다”고 잘나가는 팀 분위기를 언급했다.
2008~2010년 롯데를 이끌었던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 /OSEN DB
롯데는 2000년대 암흑기를 보냈다. 2001년부터 2007년까지 이른바 비밀번호 ‘8888577’를 찍던 시기였다. 2008년 KBO리그 첫 외국인 감독 기록을 세우며 롯데 사령탑에 오른 로이스터 감독은 ‘노 피어’ 야구를 부르짖으며 롯데 선수단을 일깨웠다.
아웃이 되더라도 두려움 없이 과감한 주루 플레이를 주문했고, 화끈한 공격 야구로 선두들을 독려했다. 만년 하위권이었던 팀을 정규 시즌 3위로 이끌며 롯데 야구에 봄을 가져왔다. 2008~2010년 3년 재임 기간 동안 3위-4위-4위를 기록하며 3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비록 포스트시즌에서는 모두 첫 판에서 탈락했지만. 수 년간 하위권에 처지며 패배 의식에 젖어있던 롯데 야구를 화끈한 스타일로 바꿔 롯데팬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그로부터 14년이 지난 2022시즌, 다시 한번 외국인 감독이 잠들어 있던 거인의 심장을 깨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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