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한 이유가 있었다.”
2021시즌 한화 이글스의 144경기를 기록으로 남긴 다큐멘터리 ‘클럽하우스’ 4화 오프닝에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하주석을 강하게 질책하는 장면이 나온다.
타격 부진에 시달리던 하주석이 덕아웃 뒤편에서 배트를 부수며 화를 주체하지 못하자 수베로 감독이 다가가서 “우리가 5-0으로 이기고 있다. 우리가 지고 있는 게 아니다. 네가 안타를 몇 개 치든 상관 없다. 네가 리더라면 저런 짓은 하지 말아야지. 네가 10타수 무안타라도 상관 없다. 팀이 이기고 있는데 왜 저러는 거야 마지막 경고야”라고 소리 치는 장면이 나온다.

팀이 주도권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자기 자신의 성적만 생각하며 팀 사기를 저해하는 행위를 하는 하는 하주석을 향해 강하게 몰아붙였다. 수베로 감독은 하주석의 행동을 이기적이라고 생각했다.
1년이 지나고 2022시즌 지난 4월 30일, 창원 NC전에서 비슷한 장면이 오버랩 됐다. 1-0으로 앞서고 있는 9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등장한 하주석은 NC 류진욱의 146km 하이패스트볼에 헛스윙하면서 삼진을 당했다. 그런 뒤 다시 한 번 배트를 바닥에 내리치는 모습을 보여준 것. 자신의 화를 주체 못하는 모습이 이번에는 그라운드 위에서 나왔다. 수베로 감독도 당연히 이 모습을 지켜봤다.
하주석은 4월 한 달 간 타율 2할2푼6리(93타수 21안타) 홈런 없이 9타점 6도루 OPS .541로 침묵하고 있었다. 타격이 안 풀리고 있다는 의미에서 지난해처럼 배트를 투척했을까.

클럽하우스 다큐멘터리가 이미 공개된 상황에서 지난해와 같은 상황에서 나온 하주석의 행동에 많은 의문을 가졌다. 적절한 행동이었는지에 대한 논란도 커뮤니티 상에서 일었다.
하지만 수베로 감독은 1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하주석을 나무라지 않았다. 오히려 하주석의 행동에 수긍하며 그를 감쌌다. 지난 1일 경기를 앞두고 수베로 감독은 “배트를 부수는 행동을 했던 하주석과 개인적으로 면담을 했다. 하주석의 얘기를 귀담아 들었고 그런 행동을 하기까지 정당하고 개인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했다”라고 하주석의 행동을 정당화했다.
이어 “어떤 내용인지는 하주석과 나 사이의 비밀로 간직하기로 했다”라고 전했다. 하주석이 어떤 이유에서 자신의 화를 주체하지 못했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프라이버시적인 이유가 있었고 해당 사안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수베로 감독은 “팀이 잘 돌아가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규율이 있어야 한다. 다만, 개인이 규율을 깰 때는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면서 “하주석이 나에게 말했던 이유는 굉장히 정당했고 하주석의 마음을 잘 이해했다”라고 덧붙이면서 하주석의 행동에 납득했다고 강조했다. 하주석의 행동이 팀 분위기를 망치는 행동이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하주석의 행동에도 한화는 이후 추가점을 뽑으며 2-0으로 승리했다. 이튿날인 지난 1일 경기에서 하주석은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고 9회 대타로 출장했다. 하지만 팀은 2-1로 신승을 거두며 NC 3연전을 위닝시리즈로 장식했다.
지난해 6월 말부터 노수광에게 주장 완장을 이어받아 올해까지 주장을 맡고 있는 하주석이다. 여전히 수베로 감독의 신뢰는 굳건하다. 수베로 감독은 “하주석은 팀의 캡틴이다. 잘 해주고 있다.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