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순위 기적의 지명→백업 전전→5할 맹타, 29세 재일교포의 반전스토리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2.05.02 06: 28

재일교포 3세 출신 야구선수 안권수(29·두산)가 KBO리그 입성 3년 만에 마침내 잠재력을 터트리고 있다.
안권수는 지난 1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와의 시즌 3차전에 2번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3안타 2볼넷 3득점 5출루쇼를 펼치며 팀의 3연패 탈출에 기여했다.
정수빈이 타격 부진으로 제외되며 시즌 3번째 선발 기회를 잡은 안권수. 1회부터 테이블세터 역할을 톡톡히 했다.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SSG 선발 윌머 폰트에게 중전안타를 뽑아낸 뒤 허경민의 2타점 적시타 때 첫 득점을 책임진 것.

두산이 모처럼 투타 조화를 앞세워 연패를 끊어냈다.두산 베어스는 1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시즌 3차전에서 9-0으로 승리했다.9회초 무사 1루 두산 페르난데스의 2점 홈런 때 1루 주자 안권수가 더그아웃에서 동료 선수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2.05.01 /ksl0919@osen.co.kr

4-0으로 리드한 2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는 침착하게 8구 끝 볼넷을 골라냈고, 여전히 4-0으로 앞선 5회 선두로 등장, 좌전안타로 출루한 뒤 김재환의 희생플라이 때 또 다시 홈을 밟았다.
안권수의 출루 본능은 식을 줄 몰랐다. 7회 1사 후 다시 7구 승부 끝 볼넷을 골라낸 데 이어 마지막 9회 선두로 나서 빠른 발을 이용해 3루수 앞 내야얀타로 5출루를 완성했다. 이후 페르난데스의 우월 투런포 때 쐐기 득점까지 담당.
일본 독립리그 시절 안권수 / 일본 군마 다이아몬드 페가수스 공식 SNS 캡쳐
안권수는 경기 후 “개인 결과보다 팀이 승리해서 다행이다. 안타보다는 출루가 더 유용하기 때문에 오늘 5출루가 기쁘다”며 “첫 타석부터 안타가 나와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 2스트라이크 이후부터 계속 컨택 스윙을 가져갔고, 폰트 상대로 직구를 많이 노렸다”고 5출루쇼 비결을 전했다.
안권수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일본 와세다 실업 고등학교와 와세다 대학을 졸업한 그는 현지에서 꽤 유망한 외야 자원이었지만 일본 프로구단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이로 인해 군마 다이아몬드 페가수스, 무사시 히트 베어스 등 독립리그를 거쳐 실업리그인 카나플렉스 코퍼레이션에서 야구를 해야 했다.
그러던 찰나 2019년 8월 초 수원KT위즈파크서 2020 KBO 신인드래프트 트라이이아웃이 개최됐고, 안권수는 ‘할아버지의 나라’서 프로행의 꿈을 펼치기로 했다. 이날 주루테스트 도중 허리를 다치는 악재가 발생했지만 2020 KBO 신인드래프트서 10라운드 전체 99순위로 당당히 두산에 입단했다.
지난 2년 동안 안권수의 롤은 대수비 또는 대주자였다. 첫해 68경기 타율 2할7푼에 이어 지난해 87경기 타율 2할3푼8리를 기록했는데 선발 출전은 5번에 불과했다. 다만 탄탄한 기본기와 빠른 주력을 갖춰 언젠가 터질 것이란 기대는 있었던 타자였다.
안권수는 “솔직히 1, 2년차 때는 못했기 때문에 1군과 2군을 어쩔 수 없이 오갔다”며 “올해는 시범경기부터 감이 나쁘지 않아 잘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양)석환이 형이 없어서 기회가 찾아왔고, 결과가 나와서 좋다”고 흐뭇해했다.
29일 오후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진행됐다.8회초 무사 3루 두산 안권수가 1타점 적시타를 날린뒤 유재신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22.04.29 / soul1014@osen.co.kr
올해도 백업을 전전하던 안권수는 지난달 28일 잠실 NC전 멀티히트를 기점으로 타격감을 뽐내기 시작했다. 29일 인천 SSG전 3안타-4타점 맹타에 이어 이날 3안타-2볼넷-3득점 5출루쇼로 타율을 무려 5할7푼1리까지 끌어올렸다.
안권수는 “원래 일본에 있을 때는 출루보다 타격에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한국에 와서는 계속 안 맞았다”며 “이제 일본에서 했던 게 나오는 것 같다. 2스트라이크까지 세게 친 뒤 그 이후 컨택을 하며 원래 내 스타일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KBO리그 3년차인 안권수는 한국어 실력도 입단 초기에 비해 일취월장했다. 그는 “처음에 왔을 때는 인사 정도밖에 못했다. 지금 또한 야구가 힘들어서 따로 한국어 공부를 못한다”며 “그래도 계속 대화를 나누면서 실력이 늘었다. 일단 듣는 건 자신 있다. 다만 하고 싶은 말을 아직 다 못해서 중계인터뷰는 자신이 없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프로에서 5출루를 할 수 있게끔 자신을 성심성의껏  뒷바라지한 부모님을 향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안권수는 “부모님이 일본에서 경기를 챙겨보고 계실 텐데 좋은 모습을 보여드린 것 같아 다행이다”라며 “연락을 자주 드리는 편이다. 최근 내 활약 모습이 기뻐하셔서 나 역시 기분이 좋다”고 웃었다.
안권수에게 끝으로 남은 커리어 목표를 물었다. 그는 “이제 홈런을 하나 치고 싶습니다”라는 어눌한 한국어를 통해 더 나은 내일을 꿈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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