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수베로(50) 한화 감독은 지난 1일 창원 NC전 승리를 거둔 뒤 구단 전략팀에 전화를 걸어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요즘 승리의 요인은 불펜 안정이고, 투수들의 이닝을 1이닝씩 끊어가는 것이 안정의 발판이다”며 전략팀에 공을 돌렸다.
한화는 올 시즌부터 3연전 첫 날 감독 포함 코칭스태프와 전략팀이 회의를 갖고 있다. 한화의 전략팀은 데이터 분석을 담당한다. 지난달 5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전략팀에선 리그 전체 팀의 구원투수들이 위기를 넘긴 뒤 다음 이닝 투입시 WHIP·피안타율 등 주요 지표들이 유의미하게 증가하는 부분을 회의 내용으로 다뤘다.
올해 새로 합류한 손혁 전력강화 코디네이터가 전략팀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짚었고, 해당 데이터를 분석한 전략팀의 리포트가 수베로 감독에게 전달됐다. 시즌 초반에만 해도 핵심 불펜들을 멀티 이닝으로 썼던 수베로 감독이었지만 리포트를 계속 보고 난 뒤 생각을 바꿔 1이닝씩 끊어가기를 시작했다.

한화 불펜은 지난해 멀티 이닝이 가장 많은 팀이었다. 선발진이 약한 팀 사정상 불펜이 무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고, 부임 첫 해 수베로 감독도 투수 개개인의 역량 및 특성 파악과 성장을 위해 멀티 이닝을 활용했다. 강재민(21회), 김범수(19회), 주현상(18회), 김종수(14회), 윤호솔(9회) 등 젊은 불펜들이 멀티 이닝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은 지금까지 부상에서 막 돌아온 강재민을 제외해도 김범수, 윤호솔의 멀티 이닝이 없다. 주현상과 김종수가 각각 1~2회씩 했고, 나머지 멀티 이닝은 대부분 선발이 일찍 교체됐거나 승부가 기운 뒤 롱릴리프로 던진 경우였다. 김범수는 지난달 7일 광주 KIA전, 14일 대구 삼성전에 멀티 이닝 시도가 있었지만 각각 4실점, 3실점으로 결과가 나빴다.
그러자 수베로 감독은 다음부터 김범수를 철저히 1이닝으로만 쓰고 있다. 멀티 이닝 부담이 없어진 김범수는 최근 9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펼치고 있다. 이 기간 3승4홀드를 따내며 8⅔이닝 4피안타 3볼넷 1사구 8탈삼진 무실점. 마무리를 꿰찬 장시환도 최근 5경기 연속 멀티 이닝 없이 9회만 책임지며 무실점 세이브를 거두고 있다.
필승조들이 1이닝씩 확실하게 책임지는 쪽으로 운영하면서 불펜이 눈에 띄게 안정됐다. 최근 10경기 구원 평균자책점 1.70으로 SSG(1.93)를 넘어 리그 전체 1위에 빛난다. 지난 주말 NC전도 선발 김민우와 박윤철이 각각 5이닝, 4이닝을 던지고 내려간 뒤 불펜들이 모두 1이닝씩 딱딱 끊어가며 9이닝 무실점을 합작했다. 승리 방정식이 된 김범수-윤호솔-장시환이 이틀 연속 7~9회 1이닝씩 깔끔하게 막았다.

수베로 감독은 “원래 불펜 운용을 1이닝씩 끊어가는 스타일이 아니다. 멀티 이닝을 주로 해온 편인데 지난해 한국 야구를 처음 접하면서 선수 개인 성향을 파악해본 결과 1이닝씩 끊어주는 게 집중력도 높아지고 퍼포먼스가 좋더라. 예외적으로 멀티 이닝을 써야 할 때도 있지만 김범수, 윤호솔 같은 투수들은 가능한 1이닝씩 끊어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불펜이 안정을 찾으면서 한화는 외국인 투수 닉 킹험, 라이언 카펜터의 동반 부상 공백에도 기대 이상으로 잘 버티고 있다. 두 선수가 이탈한 최근 12경기에서 7승5패를 거두며 이 기간 리그 3위에 올라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