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0억 날려도 괜찮아…‘억만장자’ 구단주의 통큰 결단, “야구로 결정해라”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2.05.03 12: 26

“야구적으로 결정을 해라.”
뉴욕 메츠는 3일(이하 한국시간) 베테랑 내야수 로빈슨 카노(40)를 양도지명(DFA) 처리했다.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된 카노가 다른 팀에서 부름을 받지 않는다면 마이너리그로 내려가거나 완전한 방출 절차를 밟게 된다.
카노는 지난 2013년 12월, 시애틀 매리너스와 10년 2억2400만 달러의 대형 계약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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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우투좌타 카노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특급 2루수였다. 지난 2005년 뉴욕 양키스에서 데뷔 후 올해까지 17시즌 통산 2246경기 타율 3할2리 2632안타 335홈런 1305타점 OPS .842를 기록했다. 올스타 8회, 실버슬러거 5회, 골드글러브 2회, 올스타 MVP, 월드시리즈 우승 1회의 경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시애틀 소속이던 2018년 금지약물 은폐제인 프로세마이드 양성 반응으로 8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그리고 메츠로 넘어온 뒤 2020년 11월, 경기력 향상 물질 스타노조롤 양성 반응으로 162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아야 했다. 두 차례의 약물 징계로 계약기간 중 2시즌을 사실상 날렸다.
그런 상황에서 2022~2023년 총 4800만 달러의 연봉이 아직 남았다. 전 소속팀 시애틀 매리너스가 잔여연봉의 750만 달러를 부담하지만 그래도 405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513억 원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28인 로스터에서 다시 26인 로스터로 줄어드는 시점에서 로스터 정리가 필요했고 카노는 정리 대상이 됐다.
빌리 에플러 단장은 카노의 거취를 두고 고심했다. 고액연봉자로서 정리가 쉽지 않은데 성적도 타율 1할9푼5리(41타수 8안타) 1홈런 3타점 OPS .501로 저조했다. 팀 경기력적으로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16승7패로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선두로 순항하고 있는 사이에 뜻하지 않은 고민거리였다.
하지만 에플러 단장의 고민을 곧장 해결해준 것은 ‘억만장자’ 구단주 스티브 코헨이었다. ‘MLB.com’에 의하면 ‘메츠가 지난 주말, 카노의 미래에 고민할 때 필요한 모든 정보를 수집해서 구단주 스티브 코헨에게 전달했다’라며 ‘에플러는 부진한 카노를 양도지명하는 게 최선의 결정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카노의 양도지명은 잔여 연봉을 그대로 떠안는 의미라고도 말했다. 코헨 구단주가 어떻게든 그 돈을 지불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코헨 구단주는 잔여연봉 따위 상관하지 않았다. 코헨 구단주는 “야구적인 결정을 해라”라고 결단을 내리며 실무진의 부담을 덜어줬고 메츠도 카노의 방출절차를 진행했다.
MLB.com은 ‘많은 팀들이 잔여연봉 때문에 늙은 스타들에게 매달리는 경우가 많다. 2000년대 중반 양키스에서 에플러 단장이 일할 때 카노와 함께했다. 에플러 단장의 경우 돈과 상관없이 감정적일 수밖에 없었다’라면서 ‘하지만 코헨의 메츠는 단순히 이기고 싶어한다’라고 설명했다.
벅 쇼월터 감독은 “코헨 구단주가 우리에게 해준 것보다 더 나은 지원을 요청하기 힘들다. 메츠와 팬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다. 그의 결정을 신뢰한다”라고 카노의 방출 결정에 대해 구단을 지지했다.
선수단의 경우 카노의 이탈에 아쉬움을 표했다. J.D. 데이비스는 “카노는 뉴욕의 아이콘이었고 클럽하우스의 리더였다. 그를 떠나보낸 것은 확실히 우리가 항해하는 중 돛에서 바람이 없는 것과 같다”라고 전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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