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빠져” 애지중지 퍼펙트 로키 지키기 [야구는 구라다]
OSEN 백종인 기자
발행 2022.05.03 09: 17

김빠진 전국구 TV 생중계
3년 전 여름이다. 한 지방 구장이 인파로 북적인다. 고교야구 지역(이와테현) 결승전 날이다. 이기는 팀이 전국대회 진출권을 갖는다. 한쪽은 하나마키히가시 고교다. 오타니 쇼헤이, 기쿠치 유세이를 배출한 강호다. 도전자는 듣보잡이다. 오후나토라는 공립학교다.
학교 응원단은 그렇다 치자. 미디어도 북새통이다. 겨우 지방대회에 전국 방송이 붙었다. TV아사히(テレビ朝日)가 실황 중계를 잡았다. 그 뿐만이 아니다. 방송사 10~20곳이 뉴스 화면을 위해 출동했다. 동원된 카메라만 50대가 넘었다.

지바 롯데 마린즈 SNS

이유는 딱 하나다. 18살짜리 투수 때문이다. 163㎞를 던지는 오후나토의 에이스 사사키 로키다. 이미 중학 때부터 명성이 자자했다. 명문고에서 스카우트 제의도 많았다. 하지만 뿌리쳤다. “같이 하던 친구들과 공립학교로 진학하겠다. 그래서 (사립) 강팀들을 꺾고 고시엔에 나가겠다.” 그런 호연지기를 입증할 마지막 시간이었다.
하지만 웬걸. 기대는 산산이 부서졌다. 승부는 싱거웠다. 스코어 12-2. 결승전만 아니면 콜드게임이다. 오후나토의 참패였다. 무엇보다 에이스는 마운드에 서지도 못했다. 벤치에서 구경하는 모습만 TV에 잡혔다.
고쿠보 요헤이 감독(당시 32세)은 이렇게 해명했다. “준결승까지 너무 많이 던졌다(9일간 4경기서 투구수 435개). 걸음걸이도 정상이 아니었다. 의료진도 우려를 전달했다.” 그러나 비난은 불 보듯 뻔하다. 사방에서 분노의 목소리다. 교장실, 교무실로 항의 전화가 쏟아졌다. (학교 추산 250통)
불면 꺼질라…지바 롯데의 금지옥엽
그러거나 말거나. 드래프트 때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대부분 팀이 관심을 보였다. 최종적으로 4팀이 참전했다. 뽑기 싸움은 지바 롯데의 승리였다.
입단 이후도 특별하다. 이구치 타다히토 감독은 ‘철저한 관리’를 선언했다. 아직 성장하는 시기라서 무리하면 안된다는 얘기다. 투구 폼부터 바로잡고, 차근차근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첫 해(2020년) 기록이 전혀 없다. 줄곧 1군에 남겼다. 실전 등판 대신 훈련에만 매진했다. 달리기, 웨이트, 불펜 투구. 이런 프로그램들만 이뤄졌다. 스프링캠프를 1년 내내 한 셈이다.
공교로운 점은 구단과 감독의 견해 차이다. 감독은 쓰고 싶어하고, 구단이 말리는 게 보통이다. 단기계약자인 감독, 코치야 당연한 입장이다. 그런데 이 경우는 반대다. 프런트는 빨리 데뷔시키자는 의견이었다. 그러나 이구치 감독이 꿋꿋이 버텼다.
이듬 해가 첫 시즌이다. 당초 예정된 50이닝을 조금 넘겼다. 11경기서 63.1이닝을 던졌다. 3승 2패, ERA 2.27. 클라이맥스 시리즈 첫 경기에도 나섰다. 6이닝 1실점(비자책) 10K로 호투했다(노디시전).
그리고 올 해. 개막과 함께 태풍을 몰고 왔다. 세번째 등판인 오릭스전(4월 10일)에서 28년만의 퍼펙트 게임을 달성했다. 13타자 연속을 포함해 19명을 삼진으로 퇴근시켰다. 사상 최연소 대기록이다. 3년 전 그를 벤치에 앉혔던 고교 감독은 이제서야 면죄부를 받았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다음 니혼햄전(4월 17일)서도 신화가 이어진다. 8회까지 질식이다. 하지만 전대미문의 2연속 퍼펙트는 이뤄지지 않았다. 감독의 교체 지시 때문이다. 역시 보호를 위한 조치였다.
결국 일주일 뒤 멈췄다. 1회 첫 타자에게 안타를 맞았다. 5이닝 2실점의 실망스러운 성적이다(승리투수). 이튿날. 지바 롯데는 그를 엔트리에서 제외시켰다. 이유는 간단하다. 휴가다. 지친 기색이 있으니 쉬게 해준다는 설명이다.
지바 롯데 마린즈 SNS
어깨만이 아니다, 이미지도 관리 대상
철저한 관리다. 대상은 비단 어깨나 팔꿈치 만이 아니다. 가슴, 머리. 즉 멘탈과 이미지도 포함된다.
3년 전 고시엔 예선 때다. 결승전 ‘등판 회피’는 커다란 논란을 일으켰다. 대표적 독설가 장훈 씨는 대놓고 일갈한다. “반드시 등판시켰어야 했다. 야구팀이 어디 감독이나 선수 개인의 전유물이냐. 3년 내내 함께 땀 흘린 동료 선수들, 응원단의 간절함을 외면한 것은 크나 큰 문제다.” 대부분 팬들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다르빗슈 유 같은 일부 현역 선수가 보호 조치에 공감을 나타냈다.
눈 여겨 볼 부분이 있다. 학교측의 대응이다. 모든 비난은 학교와 감독이 받아냈다. 당사자는 오직 자중 모드다. 미디어와 직접 접촉은 철저히 차단시켰다. ‘회피’라는 화살은 상처를 내지 못했다.
이번 지바 롯데의 엔트리 말소도 비슷하다. 관리 지침에 따르면 당초 휴가 계획은 5월 말이었다. 그 때쯤 되면 휴식이 필요하다는 계산이었다. 그게 돌연 몇 주나 당겨졌다. 짐작되는 이유가 있다. 모종의 사건 때문이다.
마지막 등판 때다. 구심과 일이 있었다. 2회 볼판정에 불만을 나타냈다. 화면상으로는 존에 걸쳤다. 그런데 판정이 외면했다. 투수가 섭섭함을 표시한다. 강한 표현은 아니다. 언짢은 표정에 허리춤에 잠깐 손을 올렸다. 그리고는 뒤로 돌아섰다.
여기에 구심(시라이 가즈유키ㆍ45세)이 불끈했다. 마스크를 벗더니 마운드로 직진이다. 성큼성큼 다가서 뭔가 야단치는 동작이다. 말리는 포수(마쓰카와 고)에게도 아래 위로 부라린다. 불과 몇 초의 시간이다. 하지만, 이 장면에 일본 열도가 뒤집어졌다. 우리로 치면 꼰대 논란이다. 몇몇 크리에이터는 동영상 분석에 한창이다. 이들이 입 모양으로 추측한 대화 내용이다.
사사키 투수 : (볼 판정에 혼잣말로) 말도 안돼.
시라이 심판 : (사사키를 향해) 이봐, 자네. 뭐라고? 뭐라 그랬어?
                  (말리는 포수에게도) 그래서? 어쨌다고?
20세 미래의 에이스는 보호 조치 중
거의 모든 매체가 심판을 비난했다. 스포츠 평론가 뿐만 아니다. 예능 프로그램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성토한다. AI 심판 도입이 시급하다는 여론도 팽배하다. 어느 매체는 심리학자까지 동원한다. 분노조절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심판의 경기 일정까지 기사화된다. 경기장에서 호명되면 야유가 쏟아진다.
커다란 사회문제로 비화했다. 벌써 일주일째다.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바로 당사자 사사키 로키다. 본인 잘못은 아니다. 그러나 이슈의 중심이 됐다. 달가울 일은 없다. 구단은 서둘러 방어막을 친다. 심판 관련은 금기어가 된다.
20세 투수는 보호 조치 중이다. 서둘러 엔트리에서 빼내, 전선에서 후퇴시켰다. 미디어와 접촉 기회를 차단시키는 효과다. 재등록은 5일쯤 가능하다. 그러나 곧바로 실전 투입은 없을 것 같다. 주말 3연전에나 마운드에 오를 전망이다. 충분한 휴식, 그리고 달갑지 않은 이슈가 웬만큼 식은 다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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