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승 금자탑을 세운 두산 김태형 감독이 꿈의 1000승 달성은 가능할까. 김태형 감독은 “앞으로 600승 감독이 나오기도 힘들 것”이라고 했다.
2015년 두산 사령탑에 오른 김태형 감독은 지난해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위업을 달성했고, 8번째 시즌 한 달 만에 600승 고지에 올랐다. 400승을 추가하려면 앞으로 5시즌 정도 더 감독 자리에 있으면 가능할 것이다.
KBO리그에서 1000승 감독은 단 2명이다. 김응용 감독과 김성근 감독이다. 김응용 감독은 2910경기에서 1554승 1288패 68무(승률 .547)을 기록했다. KBO리그 통산 최다승 감독이다. 해태, 삼성 그리고 한화에서 무려 24시즌 감독을 지냈다.

김성근 감독은 OB, 태평양, 삼성, 쌍방울, LG, SK, 한화에서 2651경기 1388승 1203패 60무(승률 .536)를 기록했다.
‘국민 감독’ 김인식 감독은 2056경기 978승 1033패 45무(승률 .486)을 기록하며 1000승에 22승 모자란 지점에서 멈췄다. 김재박 감독이 936승(830패 46무), 강병철 감독이 914승(1015패 33무)로 뒤를 잇고 있다.
두산이 4일 잠실 LG전에서 5-2로 승리하며, 김태형 감독은 600승 이정표를 세웠다. 통산 1032경기 600승 415패 17무(승률 0.591)가 됐다.
KBO리그에서 김영덕, 김응용, 김성근, 강병철, 김인식, 김재박, 이광환, 김경문, 조범현, 류중일 감독에 이어 11번째 600승 감독이 됐다. 2번째 최소 경기 600승이자, 김응용 감독과 김재박 감독에 이어 역대 3번째 단일팀 600승 기록도 세웠다.
김태형 감독은 한 팀에서 롱런한 비결을 묻자 “비결은 따로 없다. 한국시리즈 계속 올라간 것이 비결이지. 계속 올라갔으니까 재계약을 해준 거다. (선수 유출로) 위기는 많았는데, 성적이 계속 나오니까. 성적을 내면 감독은 계속 가는 거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1000승은 언제쯤 가능할지 덕담을 건네자, 김태형 감독은 “1000승? 앞으로 600승도 감독도 나오기 쉽지 않을 것이다. 점점 감독이 롱런하기 힘들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해도 2~3년 성적이 안 나오면 나간다(짤린다)”라고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냈다.
초보 감독과 젊은 사령탑이 늘어나고, KBO리그는 이제 프런트 야구 색채가 짙어졌다. 예전보다 감독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고 하면, 반대로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감독의 수명은 짧다. 재기회도 잘 주어지지 않는다.

1000승을 달성한 김응용, 김성근 감독처럼 오래 감독을 하고 싶지 않을까. 김태형 감독은 “글쎄. 모르겠다. 요즘에는 감독을 하는 것이 행복한지 잘 모르겠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 나의 행복이 무엇인지 모를 때가 있다”고 알쏭달쏭한 철학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감독 자리에 있는 한 승부사, 카리스마는 여전할 것이다. 김태형 감독은 숱한 위기에도 두산을 7년 연속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다.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감독으로서 철학을 묻자 “경기에서 상대팀을 이기려면 일단 선수가 기본적인 기량이 있어야 한다. 어느 정도 기준이 있다. 어느 선까지는 기량이 올라와야 계산이 나온다. 닥달해야 할 선수는 닥달해야 한다. 단체 훈련을 많이 시키지 않는 편이나, 개인 훈련이 필요한 선수들은 코치들에게 주문해서 훈련을 많이 시킨다. (내 밑에) 코치들이 힘들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듣기 싫은 말도 하고, 나는 칭찬에 인색한 편이다. 칭찬만 하면 (거만해져)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 팀이 강해지려면 팀 속에 선수가 흡수되어야 한다. 그리고 감독은 개인 감정을 없애야 한다”고 했다.
김 감독은 “생각없이 방망이가 안 맞는다고 해서, 못 치고 나서 고개 숙이고 들어오는 것은 용납이 안 된다. 그러면 팀 자체가 약해져 보인다. 그라운드에서 상대하면 아는 게 있다. ‘저 팀은 안 되는구나, 저 팀은 많이 달라졌네, 쉽지 않다’는 느낌이 있다. 상대가 우리를 얕보지 않게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 한다”며 “선수들이 따르고 안 따르고가 아니라, 기존 선수들이 몇 년 지나면서 당연히 그렇게 한다. 밑에서 올라오는 선수들이 보고 배우고 그런 것이 잘 됐다고 본다”고 두산 왕조를 설명했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