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의 박해민(32), 두산 베어스의 정수빈(32). 공통점이 많다. 거액을 받는 FA 선수이고, 중견수로 외야 수비의 중심이다. 발빠른 교타자로 1~2번이 어울리는 타자다.
시즌 초반 박해민가 정수빈은 나란히 부진한데, 양 팀 감독의 선수 기용은 스타일이 다르다. 넓은 잠실구장에서 외야 수비가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렇지만 주전이 부진하면 선발 라인업에서 뺄 때는 빼는 것이 김태형 감독 스타일이다. 류지현 감독은 주전이 아무리 부진해도 무한신뢰에 가깝게 믿고 간다.
지난 4~5일 두산-LG전. 정수빈은 이틀 연속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조수행이 2번 중견수로 선발 출장했다. 이에 별다른 설명은 없었지만 부진한 정수빈을 벤치에 앉힌 것이다.

정수빈은 3일까지 타율 2할8리까지 떨어졌고, 3일까지 16타수 5안타(타율 .313)인 조수행에게 선발 기회를 준 것. 조수행이 4월에 선발 출장은 딱 1경기, 주로 대주자 또는 대수비로 출장했다. 5월 들어 조수행은 1일 SSG전에 9번 중견수로 출장했고, 3~5일 LG 3연전에는 2번으로 계속 출장했다.
반면 정수빈은 1일 SSG전에 선발에서 제외됐고, 3일 LG전에 9번 중견수로 선발 출장(4타수 무안타)했지만 4~5일은 선발에서 제외됐다가 교체로 출장했다. 4일은 좌익수 김재환의 잔부상 교체, 5일도 경기 후반 김재환을 빼고 수비 강화였다.
조수행은 5월 4경기에 선발 출장하며 14타수 5안타(타율 .357) 2도루로 모처럼 기회를 잘 살리고 있다. 정수빈은 5월 10타수 무안타, 시즌 타율은 이제 2할이 됐다. 당분간 조수행이 중견수로 계속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수빈은 5일까지 두산의 28경기에서 22경기 선발 출장하고, 5경기는 교체 출장했다. 박해민은 5일까지 LG의 29경기 중 29경기 모두 선발 출장했다. 타율 1할7푼8리 박해민은 1번 71타수, 2번 31타수, 9번 5타수 출장 중이다. 타율 2할인 정수빈은 1번 10타수, 2번 22타수, 9번 43타수 출장했다.
강한 2번타자, 팀에서 장타력을 갖춘 OPS가 높고 잘 치는 타자를 4번이 아닌 3번에다 두는 메이저리그 스타일을 봐도 1~3번에 타격이 좋은 타자를 배치하는 것이 한 타석이라도 많이 타격 기회를 갖게 되고, 팀 공격력을 높이는 기본 방법일 것이다.
지난 4일, 류지현 감독에게 현재 타순에서 부진한 1번 박해민을 하위타순으로 내리고, 홍창기-문성주-김현수-채은성을 1~4번으로 하나씩 당기는 방법을 물었다.
류 감독은 “어떤 타순이 굉장히 좋을지를 생각한다. 박해민은 장점이 분명 있다. 노아웃에 도루로 득점권에 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겨울에 많이 고심했다. 박해민을 1번으로 가느냐, 출루가 좋은 홍창기가 1번을 맡느냐를 고민했다. 홍창기의 출루율에 중점을 두고 1번으로 기용했다”며 “(개막 후) 경기 흐름을 보니 중심 역할을 해줄 선수가 약했다. 타점을 올릴 선수가 적다. 홍창기 1번에서 박해민 1번으로 바꾸기 전까지 2번부터 연결이 안 됐다. 그런 부분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박해민이 도루 능력이 좋지만, 출루를 해야 도루할 기회가 생긴다. 박해민은 1할 타율에 출루율도 .290에 불과하다. 홍창기가 1번을 맡을 때, 연결이 안 된 것은 2번에 타율이 낮은 박해민이 배치됐기에 3~4번으로 연결이 안 됐다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
류 감독은 박해민이 부진해도 살아나길 기대하며 감내하고 갈 것인지 묻자 “지금은 답은 없다. 박해민의 능력과 장점이 더 발휘된다면 동력이 될 것이다. 팀의 득점력이 더 좋아질 거다. 계속 지켜볼 거다. 지금 흘러가는 모습을 지켜볼 것이다”고 답했다. 또한 “박해민은 수비 장점이 있기에, 좀 더 컨디션이 떨어지더라도 계속 지켜볼 것이다”고 했다.
5일 경기에 앞서 류 감독은 부진한 서건창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로 지켜보고 있다. 컨디션이 떨어져 있는 건 사실이다. 어떻게 경기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여러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야구는 선수가 하는 것이고, 해줘야 할 선수가 해줘야 한다. 박해민이 주축 선수로 제 임무를 수행해야 LG 공격력도 살아나고, 우승을 향한 선두 도약의 기회가 생길 수 있다. 144경기 한 시즌을 길게 봐야 하는 부분도 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났다. 시즌 초반 어어 하다가 놓친 한 경기가 시즌 막판 순위 다툼에서 부메랑처럼 돌아온다는 것을 LG는 지난 3년간 반복해서 뼈저리게 느꼈다. 살아나길 무작정 기다리는 것보다는 타순 조정, 한 경기 휴식 등 적극적인 방법도 사용해야 하지 않을까.
박해민 1번을 위해서 1번에서 3번으로 옮긴 홍창기는 최근 10경기에서 타율 1할8푼4리(38타수 7안타)로 뚝 떨어졌다. 타순 이동과 타격감 하락의 상관 관계는 명백하진 않지만. 중심 타선을 강화하겠다는 류 감독의 기대와는 180도 다른 결과다.

KBO리그 역대 11번째 600승 금자탑을 쌓은 김태형 감독은 “감독은 이기려고 구상을 한다. 개인 감정은 없어야 한다”며 “기량이 떨어지면 밑에서 올라온 선수가 나간다. 밑에 선수가 40 먹은 선수를 못 이기면 40 먹은 선수가 계속 나간다”고 했다.
5일 두산-LG전, 두산 2년차 투수 최승용은 선발로 등판해 4이닝 3실점(2자책)을 기록했다. 투런 홈런 한 방을 맞았고, 4회말 2사 후 수비 실책으로 1점을 내줬다. 두산이 5회초 2점을 뽑아 8-3으로 달아났다. 여유있는 점수차, 더구나 최승용의 데뷔 첫 선발승 기회였다.
그러나 김 감독은 5회말 최승용을 교체했다. 냉정했다. 임시 선발로 2번째 선발 경기에 나선 최승용의 투구수가 80구였기 때문. 일단 5회말에도 올려서 운좋게 적은 투구수로 막을 기회도 있겠지만, 게다가 5점차 리드였는데, 모험을 하지 않았다. 김태형 감독다운 결정이었다.
5회말 1~4번 LG 좌타라인 상대로 좌완 최승용을 내리고 우완 김명신을 올렸다. 김명신이 2⅔이닝 무실점으로 잘 막고 승리 투수가 됐다. 5회 승리 요건을 앞둔 최승용 교체를 두고 김태형 감독에게 물었다면 아마도 이랬을 것 같다. “최승용의 데뷔 첫 선발승? 그건 다음에도 할 수 있잖아. 팀이 이겨야지. 계속 선발로 내보내 줄테니 다음에 하라고 해”라고 웃으며 말했을 것 같다.
(LG 선발 투수 켈리가 8실점까지 하면서 62경기 연속 5이닝 신기록을 이어간 것은 따로 언급하지 않는다)
5일 현재 두산은 미란다, 양석환, 김인태 등이 부상으로 빠져 있지만 16승 12패로 3위에 올라 있다. 개막 5연승으로 2위로 시작한 LG는 부진한 주전들로 고정 라인업을 고수한 채 15승 14패 5위로 밀려나 있다. 최근 1승 5패, 5월 들어 1승 4패다. 어느새 6위 KT에 1경기 1.5경기 차이로 추격 당하고 있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