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를 모신 날, 한화가 무기력한 대패를 당했다. 3~4번 타자들이 무사 만루 황금 찬스를 삼진과 병살로 날린 게 뼈아팠다.
한화는 6일부터 대전에서 열리는 KIA와의 홈 3연전을 ‘레전드 매치 시리즈’로 준비했다. 한화는 빙그레 시절 줄무늬 유니폼을, KIA는 해태 시절 검빨 유니폼을 입고 레트로 컨셉으로 올드 팬들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레전드 매치 시리즈 첫 날을 맞아 한화는 빙그레 전성기를 이끌었던 레전드 5명을 초대했다. 영구 결번 레전드 송진우와 장종훈을 필두로 유승안, 이강돈, 한희민 전 선수가 특별 초청돼 경기 전 합동 시구도 했다.

하주석(이강돈), 노시환(장종훈), 김범수(송진우), 최재훈(유승안), 강재민(한희민) 등 현역 선수들이 시포로 나서 레전드들과 짝을 이뤘다. 의미 있는 행사로 경기 전까지 훈훈했던 분위기는 2회부터 급변했다.
선발 김민우가 첫 타자 박동원을 몸에 맞는 볼로 내보낸 뒤 최형우에게 번트 안타를 맞아 위기에 몰렸다. 소크라테스 브리토를 땅볼 유도했으나 유격수 하주석이 포구 실책을 하며 선취점을 허용했다. 이어 황대인에게 스리런 홈런을 맞으며 초반 분위기가 KIA로 넘어갔다.
한화에도 반전 기회는 있었다. 3회 박정현의 안타, 정은원의 볼넷, 최재훈의 안타로 무사 만루 찬스가 왔다. 3~4번 마이크 터크먼과 노시환에게 기회가 왔지만 결과는 충격이었다.

터크먼은 한승혁의 5구째 포크볼에 배트가 헛돌아 삼진으로 물러났다. 득점권 타율이 1할1푼1리(27타수 3안타)로 떨어진 순간. 터크먼의 가장 최근 타점은 지난달 21일 사직 롯데전으로 최근 13경기 연속 타점을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130타석 36안타 4타점으로 결정력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터크먼의 삼진에 아쉬워할 틈도 없었다. 계속된 1사 만루에서 4번타자 노시환이 한승혁의 초구 슬라이더를 건드려 투수 정면으로 가는 땅볼을 쳤다. 앞으로 달려나온 한승혁이 포수 박동원에게 공을 토스했다. 3루 주자부터 포스 아웃. 이어 포수 박동원이 빠르게 1루로 송구, 타자 주자 노시환까지 더블 플레이로 이닝이 끝났다. 초구에 나온 1-2-3 병살로 만루 찬스를 허무하게 날렸다.
3회 경기 초반이었지만 흐름이 완전히 KIA로 넘어간 순간이었다. 노시환은 6회 우중간 2루타를 터뜨렸지만 승부의 추가 넘어간 뒤였다. 한화 선발 김민우는 4⅓이닝 8피안타(1피홈런) 2볼넷 1사구 4탈삼진 10실점(9자책)으로 무너졌다. 9자책점은 개인 한 경기 최다 기록. 올 시즌 최다 1만305명의 홈 관중들이 입장했지만 한화는 2-13 무기력한 대패로 고개를 숙였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