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수 2명의 동반 이탈 악재에도 잘 버티던 한화 토종 선발진. 서서히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것 같다. 이럴 때 부상에서 돌아오면 딱인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화는 외국인 투수 닉 킹험과 라이언 카펜터가 지난달 16~17일 대전 LG전을 끝으로 휴업 중이다. 킹험은 상완근 염좌로 2주 휴식 소견을 받았고, 카펜터는 팔꿈치에 뻐근함을 느껴 보호 차원에서 1군 엔트리 말소됐다.
처음에는 복귀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런데 3주 가까이 됐는데 두 선수 모두 돌아오지 않았다. 카펜터의 경우 큰 부상은 아니지만 올해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의 바뀐 규정으로 치료 목적 주사를 맞지 못하면서 시간이 지연되고 있다.

그나마 카펜터는 복귀 일정이 잡혔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6일 대전 KIA전을 앞두고 “카펜터는 원래 이번 주말 등판을 계획했는데 다음 주말에 가능할 것이다”고 밝혔다. 불펜 피칭을 거쳐 정확한 복귀 날짜를 잡는다. 다음 주말 대전 롯데전 복귀가 유력하다.
반면 킹험은 기약 없는 함흥차사다. 수베로 감독은 “킹험의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오래 보고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2주 휴식기가 지났지만 아직도 공을 만지지 못하고 있어 구체적인 복귀 시점을 말할 수도 없다. 킹험은 지난해에도 5월20일부터 6월23일까지 광배근 부상으로 35일간 공백기를 가진 바 있다.

올해도 벌써 20일이 지났고, 눈에 띄는 진전이 없다. 구단에선 혹시 모를 경우를 대비해 대체 선수도 리스트업 중이다. 교체를 하더라도 대체 선수 합류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기다려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 무엇보다 지난해 10승8패 평균자책점 3.19로 한화 역대 10승 외국인 투수 중 가장 평균자책점을 기록할 만큼 건강할 때 실력이 검증된 선수라 단칼에 포기하기도 애매하다.
한화는 킹험과 카펜터 없이 16경기에서 8승8패 5할 승률로 선전하고 있다. 기존 선발 김민우, 윤대경, 박윤철 그리고 대체 선발 장민재와 남지민까지 토종 투수 5명이 로테이션을 돌며 강력한 불펜 야구로 잘 버텼다. 그러나 장민재와 남지민이 최근 등판에서 나란히 고전하는 등 대체 투수들의 힘이 떨어지는 시기가 왔다.

설상가상 토종 에이스 김민우마저 흔들리고 있다. 6일 KIA전에서 4⅓이닝 8피안타(1피홈런) 2볼넷 1사구 4탈삼진 10실점(9자책)으로 무너지며 데뷔 후 최악의 투구를 했다. 9자책점은 개인 한 경기 최다 기록. 시즌 전체로 봐도 7경기 2승4패 평균자책점 6.68로 기대에 못 미친다. 킹험 복귀가 하염없이 늦어지는 가운데 토종 에이스까지 난조를 거듭하면서 한화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