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생으로 메이저리그 현역 최고령 투수인 리치 힐(42·보스턴 레드삭스)에겐 한국전쟁에 참전한 아버지가 있었다.
미국 야후스포츠는 지난 6일(이하 한국시간) 현역 최고령 투수 힐의 가족을 조명한 기사를 실었다. 지난달 16일 9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힐의 아버지 로이드 힐은 브라운대학교 미식축구팀 주장 출신으로 보스턴 마라톤을 37번 완주한 한국전쟁의 참전 용사로 소개됐다. 1950년 6·25 전쟁 때 파병으로 한국에 오기 전에는 NFL 피츠버그 스틸러스와 계약할 정도로 운동 능력이 뛰어났다.
5자녀 중 한 명으로 태어난 힐은 “아버지는 자신의 능력에 대해 말한 적이 없다. 아버지가 눈을 감은 뒤 함께했던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들었다. 아버지는 자신이 하는 많은 일들을 대단치 않게 생각했지만 항상 말하고 싶었던 것이 한 가지 있었다”며 주변을 보살피는 선행과 봉사를 강조했다.
![[사진] 리치 힐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2/05/07/202205070040778662_62754452c2e84.jpg)
힐은 아버지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생후 두 달도 안 된 둘째 아들을 뇌 관련 희귀병으로 잃은 힐은 아내 케이틀린과 함께 매사추세츠 종합 병원과 제휴해 희귀병 유전자 연구 및 치료를 위한 자선재단 ‘필드 오브 진스’를 만들었다. 더 많은 이들이 유전자 관련 검사를 받게 하면서 거동이 불편한 아이들을 위한 장비 지원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설립 당시 기부금 100만 달러를 목표로 했는데 최근 90만 달러를 넘었다. LA 다저스 시절 동료였던 류현진(토론토)도 지난 2019년 5월의 선수 선정 후 상금 1000달러를 기부한 바 있다.
야후스포츠는 ‘힐은 올 시즌이 그의 마지막 시즌이 될 것이라고 말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그는 퀀시고등학교 교장으로 20년 포함 35년 동안 일한 로이드 힐의 아들이다’며 아버지처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사진] 리치 힐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2/05/07/202205070040778662_627544533e563.jpg)
실제 힐은 아버지를 여의고 3일 만에 마운드에 복귀했다. 지난달 19일 미네소타 트윈스전에 선발로 나서 4⅔이닝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된 힐은 “어떤 상황에도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게 바로 아버지에게 배운 것이다”며 울먹였다. 이후 3경기 13이닝 연속 무실점으로 노익장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6일 LA 에인절스전에서 오타니 쇼헤이와 선발 맞대결을 벌여 5회까지 1피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팽팽한 투수전을 펼쳤다. 최고 구속 89.8마일(144.5km) 포심 패스트볼(35개), 커브(18개), 슬라이더(14개), 체인지업(1개)을 섞어 던졌다. 팔 각도를 사이드로 낮춰 던지는 변칙 투구폼으로 에인절스 타자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0-0 동점 상황에서 내려와 승리를 기록하지 못했고, 오타니의 7이닝 6피안타 무사사구 11탈삼진 무실점 호투에 막힌 보스턴이 0-8로 패했지만 힐의 투구는 인상적이었다.
![[사진] 리치 힐(오른쪽)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2/05/07/202205070040778662_62754453c0ad9.jpg)
지난 2005년 시카고 컵스에서 빅리그 데뷔한 힐은 볼티모어 오리올스, 보스턴,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에인절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LA 다저스, 미네소타 트윈스, 탬파베이 레이스, 뉴욕 메츠 등 11개 팀을 오갔다. 통산 329경기(200선발) 1156⅔이닝을 던지며 74승53패 평균자책점 3.78 탈삼진 1202개를 기록 중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보스턴과 1년 500만 달러에 FA 계약을 체결하며 18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다. 5경기에서 승리 없이 1패만 안았지만 평균자책점 2.86으로 투구 내용은 좋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