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징커브? 948일 만에 홈런 1위! 국민거포는 어떻게 부활했나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2.05.07 05: 05

누가 국민거포에게 에이징커브를 의심했던가. 디펜딩챔피언 KT 위즈로 이적한 박병호(36·KT 위즈)가 개막 한 달 만에 홈런왕의 면모를 완벽히 되찾았다.
박병호는 지난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과의 시즌 3차전에 4번 1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2홈런) 3타점 맹타로 팀의 6-0 완승을 견인했다.
1회 투수 땅볼과 4회 헛스윙 삼진으로 방망이 예열에 시간이 조금 걸렸다. 그리고 1-0으로 근소하게 앞선 6회 마침내 홈런이 터졌다. 선두 황재균이 볼넷으로 출루한 가운데 0B-1S에서 두산 선발 곽빈의 2구째 슬라이더(135km)를 제대로 받아쳐 좌월 투런포로 연결한 것. 어린이날 수원 롯데전 만루홈런에 이은 2경기 연속 홈런이었다. 아울러 이 홈런으로 한동희(롯데)를 제치고 이 부문 단독 선두(8개)로 올라섰다.

6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2 신한은행 SOL KBO 리그’ 두산 베어스와 KT위즈의 경기가 열렸다.6회초 무사 1루 KT 박병호가 격차벌리는 2점 홈런을 날린 뒤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2022.05.06 /ksl0919@osen.co.kr

박병호의 화력쇼는 계속됐다. 4-0으로 앞선 8회 선두로 등장해 이번에는 바뀐투수 윤명준의 초구 커브(122km)를 노려 다시 좌측 담장을 넘긴 것. 개인 통산 20번째 연타석홈런이자 LG 소속이었던 지난 2009년 7월 3일 두산전 이후 무려 13년 만에 나온 잠실구장 연타석홈런이었다. 홈런 2위 한동희와의 격차도 2개로 벌렸다.
국민거포 박병호가 홈런 부문 단독 선두에 오른 건 마지막으로 홈런왕을 차지했던 2019년 정규시즌 최종일(10월 1일) 이후 무려 948일만이다. 박병호는 당시 33홈런을 치며 제이미 로맥, 최정(이상 당시 SK)을 4개 차이로 따돌리고 홈런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6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2 신한은행 SOL KBO 리그’ 두산 베어스와 KT위즈의 경기가 열렸다.6회초 1사 KT 박병호가 격차벌리는 2점 홈런을 날린 뒤 더그아웃에서 동료 선수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2.05.06 /ksl0919@osen.co.kr
박병호는 한때 KBO리그를 대표하는 홈런왕이었다. 2012년부터 홈런, 타점, 득점, 장타율 등 주요 부문을 석권하며 2년 연속 정규시즌 MVP를 차지했고, 당시 2년 연속 50홈런을 비롯해 4년 연속 홈런왕을 거머쥐었다. 국민거포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바로 이 시기다. 메이저리그에 잠시 다녀온 뒤에도 2년 연속(2018~2019) 30홈런으로 KBO 대표 4번타자의 명성을 이어갔다.
박병호가 에이징커브를 의심받기 시작한 건 지난 2020년. 당시 홈런수 급감(33개→21개)과 함께 타율이 2할2푼3리에 그쳤고, 작년에도 간신히 20홈런을 치며 8년 연속 20홈런을 달성했지만 역시 타율이 2할2푼7리로 저조했다. 이번 시즌에 앞서 KT와 3년 총액 30억원에 FA 계약할 당시 에이징커브에 대한 우려가 컸던 게 사실이었다.
무엇이 국민거포의 회춘을 이끈 것일까. 넥센 코치 시절부터 박병호를 쭉 봐온 이강철 감독은 “처음 팀에 올 때 작년만큼만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솔직히 작년만큼 못하겠나 싶었다”며 “원래 (박)병호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초반 스타트가 중요했다. (강)백호도 없는 상황에서 집중 공략을 당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시범경기 때부터 타격이 잘 되면서 마음이 편해졌다. 병호 역시 플레이를 편하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6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2 신한은행 SOL KBO 리그’ 두산 베어스와 KT위즈의 경기가 열렸다.8회초 KT 선두타자 박병호가 솔로 홈런을 날린 뒤 더그아웃에서 이강철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22.05.06 /ksl0919@osen.co.kr
KT는 2020년 정규시즌 멜 로하스 주니어가 떠난 뒤로 장타 기근에 시달렸다. 지난해 외국인타자의 잇따른 부진과 함께 한방을 쳐줄 거포의 부재로 마운드의 과부하가 거듭됐고, 이는 곧 압도적 정규시즌 1위에도 10월 부진 속 삼성과 타이브레이커를 치르는 사태를 초래했다.
그러나 올해는 시즌 초반부터 박병호라는 걸출한 거포가 승부처마다 한방을 치며 힘을 제대로 보태고 있다. 이 감독은 “항상 도망가거나 쫓아갈 때는 한방이 있는 선수가 있어야 하는데 그 동안 우리 팀에는 그런 선수들이 많지 않았다”며 “병호가 와서 좋다. 사실 경기에서 한 번만 해결해주면 된다. 현재 자기 스윙을 너무 잘 가져가고 있다”고 흡족해했다.
감독뿐만이 아니다. 마운드에 있는 투수들도 1루와 4번타자 자리에 베테랑 홈런타자가 있으니 확실히 안정이 된다. 전날 8이닝 무실점으로 승리를 따낸 고영표는 “박병호 효과를 완전 체감한다”며 “투수 입장에서 일단 득점 지원을 해줘서 좋다. 게다가 팀이 이긴다. 또 견제를 할 때 보면 수비도 굉장히 디테일하다. 나 같은 경우 땅볼 유도가 많은데 1루에서 좋은 수비까지 해주신다. 여러 방면에서 시너지 효과가 나고 있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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