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방출·재입단…펜스 공포 극복, 데뷔 첫 안타까지 '한화의 인간 승리'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2.05.08 04: 09

먼길을 돌고 돌아 대전의 외야에 섰다. 한화 외야수 원혁재(27)에게 영원히 잊을 수 없는 1군 데뷔의 날. 펜스 앞에서 그림 같은 점프 캐치로 트라우마를 극복하며 데뷔 첫 안타까지 신고했다. 
원혁재는 7일 대전 KIA전을 앞두고 육성선수에서 정식선수로 전환돼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입단 2년차였던 지난 2018년 5월12일 이후 두 번째 1군 콜업. 당시 4일 동안 엔트리에 머물다 경기는 뛰지 못하고 2군으로 내려갔다. 그로부터 4년의 시간이 흘러 다시 1군에 올라왔고, 8번타자 선발 우익수로 꿈에 그린 데뷔전을 치렀다. 
그 사이 4년의 시간은 원혁재에게 암흑과도 같았다. 2군에서 한창 성장하던 2018년 9월18일. 서산에서 열린 삼성과의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펜스 충돌로 큰 부상을 당했다. 팔뚝 뼈가 부러지고, 팔꿈치 인대 안쪽과 바깥쪽이 모두 끊어졌다. 무려 4차례의 수술을 받고 1년 내내 재활했지만 기약이 없었다. 

한화 원혁재가 7일 대전 KIA전에서 2회 류지혁의 타구를 점프 캐치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결국 2019년 10월 팀으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았다. 1군 데뷔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야구 인생이 끝나는 것 같았다. 야구를 떠나 부상 자체가 워낙 심각했다. 군대도 현역으로 갈 수 없는 몸이었다. 사회복무요원 대기 인원이 많아 방위산업체로 눈길을 돌렸고, 이곳에서 야구와 인연이 다시 닿았다. 
천안의 한 반도체 회사에서 야구팀을 운영하고 있었고, 원혁재는 홍익대 선배인 전 KT 투수 장현우의 연결로 팀에 합류했다. 야구를 좋아한 산업체 전무의 적극 지원으로 실업팀 ‘천안 메티스’가 창단했고, 이곳에서 조금씩 몸을 회복하며 야구를 재개했다. 열정이 되살아난 원혁재는 소집해제 후 몸을 만들어 한화에 입단 테스트를 받았다. 지난해 11월이었다. 당초 다른 선수들을 위한 테스트 무대였지만 뒤늦게 참가한 원혁재만 통과했다. 
한화 원혁재 /한화 이글스 제공
그렇게 한화에 재입단한 원혁재는 올해 2군 퓨처스리그 16경기에서 49타수 11안타 타율 2할2푼4리 2홈런 6타점 10볼넷 1사구 9삼진 출루율 .361 장타율 .408 OPS .769로 가능성을 보였다. 최원호 한화 퓨처스 감독은 “선구안과 펀치력을 갖춘 중거리 유형의 타자로 도루 능력과 센스도 겸비했다. 긴 재활 과정을 이겨내고 돌아온 것은 선수의 성실함, 절실함 덕분이다”고 말했다. 
7일 KIA전을 앞두고 마침내 1군 콜업을 받은 원혁재. 올 시즌 대전 홈구장 최다 1만1114명의 관중이 지켜보는 앞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2회 KIA 류지혁의 머리 위로 넘어가는 펜스 앞 큼지막한 타구를 따라가 점프 캐치하며 홈 관중들의 박수를 받았다. 
펜스 충돌로 야구 인생이 끝날 뻔한 원혁재에겐 트라우마를 극복한 의미 있는 장면. 경기 후 원혁재는 “퓨처스 스프링캠프 초반에는 펜스 앞에 서면 주춤주춤했다. 트라우마처럼 남아있었던 게 사실이다”며 “퓨처스에서 우익수로 계속 펜스 플레이를 하면서 마음이 편해졌다. 과거에 열정으로 공만 보고 쫓아갔다면 이제는 펜스를 보면서 공격적으로, 안전하게 하려 한다”고 말했다. 
한화 원혁재가 7일 대전 KIA전에서 2회 류지혁의 타구를 점프 캐치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그림 같은 호수비로 팬들에게 첫인사한 원혁재는 3회 데뷔 첫 타석에서 첫 안타까지 신고했다. 상대는 KIA 대투수 양현종. 초구 슬라이더에 방망이가 헛돌았지만 2구째 직구를 밀어쳐 좌전 안타로 연결했다. 감격의 첫 안타. 원혁재는 “상대가 대한민국 대표 투수 양현종 선배였다. 변화구로 승부할 것 같지 않아 빠른 공을 노리고 쳤는데 운 좋게 안타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원혁재는 감격을 느낄 새가 없었다. 안타 이후 3타석에서 모두 삼진을 당한 것이다. 특히 9회 무사 2루에서 1~2구 연속 보내기 번트 실패 이후 삼진으로 물러난 게 아쉬웠다. 한화도 KIA에 4-5, 1점차로 아깝게 패했다. 
원혁재 첫 안타 기념구 /한화 이글스 제공
원혁재는 “첫 안타보다 마지막 타석 번트 실패 상황이 머리에 남아있다. 너무 세밀하게 하려다 보니 힘이 많이 들어갔고, 결과가 좋지 않았다. 팀에 보탬이 되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쉽다”며 “첫 안타도 소중하고 영광이지만 나머지 타석에서 보완점을 빨리 파악해야 한다. 다음 경기에선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보통 사람이었으면 벌써 포기했을 악재와 불운을 딛고 일어선 원혁재에게 삼진 3개는 시련도 아니다. 앞으로 보여줄 것이 많은 원혁재의 1군 커리어는 이제 막 시작됐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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