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기계 우익수 떠나고 4단 합체 삐걱…봄바람에 가려졌던 롯데의 민낯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2.05.10 04: 33

봄바람에 가려져 있었던 롯데의 민낯이 이제는 여실히 드러났다. ‘안타기계’ 손아섭(NC)이 떠난 우익수  자리를 어느 정도 채워주기를 기대했던 대안들이 모두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롯데의 올해 과제 중 하나는 FA로 팀을 떠난 손아섭의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지난 10여 년을 롯데의 우익수 자리를 책임졌던 손아섭처럼, 미래 10년을 책임질 우익수 자리의 적임자를 찾아야 했다. 한 선수가 확실한 대안으로 툭 튀어나오면 좋겠지만 희망사항이었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을 구단도 알았다.
그래서 우익수 후보군들이 투수 매치업과 컨디션에 따라서 출장해 공백을 최소화 하는 방안을 생각했다. 성민규 단장은 손아섭과 계약이 불발되고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추재현, 김재유, 신용수 등의 후보군을 활용해서 공백을 채우겠다고 말한 바 있다. 팬들은 이를 ‘3단 합체’로 부르기도 했다.

고승민-조세진-신용수-추재현(시계방향) /OSEN DB

선수는 달랐지만 실제로 롯데는 우익수 자리에 선수들을 번갈아가며 기용했다. 투수 매치업에 따라서 총 4명의 선수가 우익수로 선발 출장했다. 고승민이 15경기로 가장 많은 경기에 선발로 나섰고 조세진(11경기)이 뒤를 이었다. 주로 고승민과 조세진의 플래툰으로 우익수 자리를 운영했다. 신용수가 2경기에 선발 출장했고 지난 5일에 말소된 고승민의 자리에 콜업된 추재현이 3경기에 나섰다.
그러나 이들 모두 고전했다. 4월에는 타선에서 한동희, 이대호, 안치홍, 전준우 등의 맹활약 하면서 이들의 부진이 어느정도 가려졌지만 지난 주 4연패 포함, 1승5패를 기록하는 과정에서 우익수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다.
시범경기 기간 두각을 나타내며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기회를 받았던 고승민은 타율 1할6푼7리(54타수 9안타) 3타점 4득점 OPS .472로 부진했고 5일 2군으로 내려갔다. 신인 조세진도 시범경기 활약으로 1군에 깜짝 승선했지만 타율 1할6푼4리(55타수 9안타) 4타점 4득점 OPS .364로 거전했다. 특히 15개의 삼진을 당하는 동안 볼넷을 1개도 얻어내지 못했다. 래리 서튼 감독은 조세진이 그동안 1군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이고, 1군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강조했지만 결국 1군의 벽은 높았다. 결국 고승민을 따라서 9일 자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현재까지 롯데의 우익수로 선발 출장했던 선수들의 기록을 정리하면 타율 1할3푼1리(106타수 14안타) 7타점, 7볼넷, 27삼진, OPS .353이다. 타율, 안타, OPS 모두 리그 최하위다. ‘스탯티즈’ 기준 우익수 WAR(대체선수대비 승리 기여)는 -0.95로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다. 현재 롯데의 우익수 자리는 평균 이하이자 낙제 수준이다.
시즌 초반 코로나 이슈로 컨디션 회복이 더뎠던 추재현도 2군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렸지만 콜업 이후 3경기에서 10타수 무안타로 침묵 중이다. 2군에서 타율 3할2푼4리 2홈런 10타점 OPS 1.079로 폭격하고 올라왔지만 아직 1군에서 헤매고 있다. 곧 콜업을 할 수 있는 신용수가 2군에서 타율 4할6푼7리 OPS 1.205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1군에서 다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서튼 감독 /OSEN DB
장두성, 강로한 등의 다른 외야수들은 1군에서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여전히 미지수다. 기존 우익수 후보군들이 1군에 자리 잡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불안한 예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경험이 있고 가능성을 비췄던 김재유의 부재가 현재로서는 아쉽다. 스프링캠프 막판 우측 어깨 통증으로 컨디션을 뒤늦게 끌어올렸고 4월 13일에서야 등록된 김재유는 1경기만 뛰고 무릎 인대 부상을 당하며 이탈했다. 전반기 막판에나 복귀가 가능할 전망.
당분간 롯데는 우익수 고민을 안고 가야 할지도 모른다. 과거 김주찬(현 두산 코치)이 FA 자격을 얻어 KIA로 떠난 뒤 계속됐던 ‘나는 좌익수다’ 오디션이 이제는 ‘나는 우익수다’로 바뀌어서 재개되는 모양새다. 육성을 기조로 잡은 롯데지만 당장 기대 이하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는 우익수 자리는 당분간 고민거리로 남을 전망이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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