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내뱉어 놓고 못 지키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은 개막을 앞두고 미디어데이에서 올해 NC로 이적한 손아섭을 향해 “NC를 잡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특히 (손)아섭이 형을 꼭 잡겠다”라고 엄포를 놓았다. 앞서 손아섭이 “롯데를 이겨야 경남 팬들이 좋아하실 것이다. 롯데만 이기면 우승할 것 같다”라는 저격에 박세웅도 이에 뒤질세라 맞받아 쳤던 것.
지난 10일, 박세웅은 손아섭을 이적 후 처음으로 만났고 엄포대로 손아섭을 3타석 모두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웠다. 박세웅은 손아섭 뿐만 아니라 다른 NC 타자들까지 무력화시키며 8이닝 무실점 역투로 시즌 5승을 달성했다.

박세웅은 경기 후 “아섭이 형과의 승부를 크게 의식하거나 신경쓰지 않았다”라면서도 “그대로 미디어데이 때 내뱉은 말이 있었기 때문에 못 지키면 안된다고 생각을 했다. 세 타석 모두 범타로 처리해서 다행이었다”라고 웃으며 공약을 지킨 것에 나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내뱉은 말은 꼭 지키려고 하는 박세웅의 자세와 시선은 이제 올 시즌 마지막으로 향한다. 올해 박세웅은 그 어느 때보다 쾌조의 컨디션으로 리그 최고 투수 경쟁을 펼치고 있다. 7경기에서 5승 무패 평균자책점 1.21(44⅔이닝 6자책점), 47탈삼진, 8볼넷, 0피홈런, WHIP 1.03의 성적을 남기고 있다. 다승은 팀 동료 찰리 반즈와 공동 1위, 평균자책점은 2위, 탈삼진 공동 3위, 이닝 5위 등 투수 기록 전부문에서 상위권에 올라 있다.
시즌을 앞두고 페이스를 다른 투수들에 비해 빨리 끌어올리는 편인 박세웅은 현재 컨디션에 대해 “매일 경기를 준비하면서 컨디션이 어떻냐는 질문을 받는데, 딱히 어떻다고 말을 잘 못하겠다. 나도 잘 모르겠다. 제가 컨디션을 잘 못 느낄 편일 수도 있고 둔감할 수도 있는데, 그냥 결과 자체가 좋은 것 같다”라면서 “컨디션이 좋아서, 페이스가 좋아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건가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컨디션이라기보다 그동안 잘 준비했던 것들이 마운드 위에서 표출되고 있지 않나”라고 강조했다.
사실 올해의 박세웅과 비교될 만한 시즌은 5년 전, 2017년이다. 당시 박세웅은 12승6패 평균자책점 3.68(171⅓이닝 70자책점)의 기록을 남겼다. 다승, 이닝, 평균자책점 모두 커리어 하이 시즌이었다.
하지만 커리어 하이 시즌의 기록에는 맹점이 있었다. 전반기와 후반기가 극과 극으로 달랐다. 전반기 17경기 9승3패 평균자책점 2.81을 기록했다. 전반기 국내 최고 투수라고 불려도 무방했다. 하지만 후반기에는 11경기 3승3패 평균자책점 5.07에 그쳤다.
후반기 페이스를 유지했다면 더 나은 성적을 기록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아쉬움이 짙었다. 팀은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박세웅은 당시 구위 저하로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서야 선발 등판했고 팀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2017년과 올해, 7경기 시점을 비교하면 성적도 비슷하다. 2017년 7경기 4승2패 평균자책점 1.91(42⅓이닝 9자책점)을 기록했다. 기록 만으로 비교하면 올해 페이스가 더 좋다.
5년의 시간 동안 박세웅은 완전히 다른 유형의 투수가 됐다. 2017년에는 패스트볼과 포크볼 타이밍 싸움으로 승부하는 투수에서 이제는 최고 151km에 육박하는 패스트볼에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삼으며 커브, 포크볼을 적절하게 섞는 투수로 거듭났다. 구위와 제구에 경험까지 쌓이며 완성형 투수가 됐다.

올해는 5년 전인 2017과 다른 결말을 만들겠다고 다짐한다. 박세웅이 반드시 지키고 싶은 목표다. 그는 “(포스트시즌 진출을) 엄청 이루고 싶은 욕심도 많다. 또 2017년도에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전반기 때 워낙 좋았지만 후반기 안 좋았던 부분들을 개선해서 올해는 전후반기 다 좋은 성적을 거둬서 시즌을 마무리 하고 싶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박세웅이 내뱉은 궁극의 목표는 에이스의 목표이자 숙명이다. 과연 박세웅은 에이스의 역량을 시즌 끝까지 과시하면서 팀의 가을야구 에이스로 거듭날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