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트레이드 퇴짜’ LG의 플랜B…불펜 투수를 선발로 만든다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22.05.12 09: 38

 LG 트윈스가 토종 선발진의 부진을 해결하기 위한 플랜B에 들어간다.
트레이드로 선발 투수 영입을 시도한 플랜A는 서로 카드가 맞지 않아 무산됐다. LG는 몇몇 구단에 선발 트레이드를 문의했으나 반대 급부로 요구하는 카드를 맞출 수 없었다. 트레이드 협상이라는 것이 무산됐다가도 카드를 맞춰주면 갑자기 성사되는 것이지만 트레이드에 목 메고 있을 수만은 없다. 플랜B는 불펜 투수의 보직을 바꿔 선발 투수로 만드는 것이다.
LG는 선발 경험이 있는 함덕주를 당분간 2군에서 선발 투수로 준비시키기로 했다. 선수의 의견을 반영한 시도다.

함덕주는 두산 시절인 2017년 35경기(선발 24경기)에 출장해 9승 8패 2홀드 평균자책점 3.67을 기록한 바 있다. 선발로 시즌을 시작했고 중간중간에 팀 사정상 불펜 투수로 11경기 던졌지만, 선발 시즌에 가까웠다.
그러나 2018년부터 다시 불펜으로 돌아갔고 2021시즌 개막을 앞두고 두산에서 LG로 트레이드됐다. 트레이드 당시만 해도 LG는 임찬규, 이민호의 몸 상태가 안 좋아 함덕주를 선발 투수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함덕주는 스프링캠프에서 불펜 투수로 시즌을 준비했기에 선발 투수로서 준비(투구 수)가 제대로 안 된 몸 상태였고, 설상가상 5월초 팔꿈치 뼛조각 통증으로 이탈했다. 재활이냐 수술이냐를 두고 고민을 하다가 4개월 재활을 거쳐 9월 중순 복귀했다. 시즌 막판 통증이 재발됐고, 결국 시즌을 일찍 마친 뒤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함덕주는 올 시즌 13경기에 등판해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2.13을 기록했다. 12⅔이닝을 던져 9피안타 11볼넷 13탈삼진 3실점을 허용했다. 그리곤 지난 7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단순히 피로 회복과 체력 보호를 위한 열흘짜리 말소인 줄 알았는데 선발 전환을 위한 2군행이었다. 함덕주는 11일 KT 2군과의 퓨처스리그에 선발 투수로 등판, 1⅔이닝 동안 48구를 던지며 2피안타 4볼넷 4실점을 기록했다.
류지현 감독은 함덕주의 2군 선발 등판에 대해 선발 투수로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류 감독은 “수술 이후 건강면에서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이제는 재활은 완전히 벗어난 상태로 몸에 문제가 없다. 선수가 트레이닝 파트와 소통하면서 투구 수와 투구 이닝을 길게 던져보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했다”며 “(2군행)휴식을 주는 과정에서 투구 수를 늘리는 시도를 해보고 긍정적으로 판단되면 선발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다. 현재는 그 과정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2군에서 성적보다는 투구 수와 이닝을 중점적으로 지켜봐야 할 것이다. 류 감독은 “일단 함덕주는 일주일에 한 번 선발로 던지기로 했다. 함덕주를 언제 1군에 올린다고 말하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당분간 2군에서 선발 수업을 받는 것이다. 함덕주의 1군 복귀 시점은 딱히 정해진 것은 없다. 최소 한 달 정도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등판해 던지면서 투구 수를 50구, 70구, 90구로 점차 늘려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투구 내용을 보고 선발로서 순조롭게 던질 수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선발로 성공적으로 안착할지, 다시 불펜 투수로 돌아갈지는 앞으로 함덕주에게 달려 있다.
시즌 도중에 필승조에 가까운 임무를 수행하는 불펜 투수를 2군에 내려 선발 투수로 준비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LG는 불펜 숫자가 한 명 빠져도 여유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또 아시안게임이 내년으로 연기되면서 시즌 운용 계획도 변화가 생겼다.
아시안게임이 연기되지 않고 대표팀이 꾸려졌다면, LG는 불펜 자원인 고우석, 정우영이 발탁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럴 경우, 함덕주는 아시안게임 기간에 LG 불펜진에서 주요 임무를 맡아야 했다. 또 LG 불펜진에 김대유, 진해수 외에 이우찬이 최근 좋은 구위로 1군에 합류했다. 롱릴리프도 가능한 이우찬은 5경기(7이닝)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0이다. 좌완 불펜은 2군에 최성훈도 있다.
LG는 외국인 투수 2명(켈리, 플럿코), 3~4선발 임찬규, 이민호 그리고 5선발로 손주영, 임준형, 김윤식을 준비시켜 개막을 맞이했다. 그러나 손주영은 팔꿈치 수술로 시즌 아웃, 김윤식과 임준형은 부진으로 2군으로 내려가 있다. 이민호와 임찬규도 부진과 잔부상으로 한 차례 1군에서 말소됐다.
배재준이 임시 선발로 합류해 토종 선발진은 계속해서 바뀌고 있다. 시즌은 아직 110경기나 남아 있다. 길게 봐야 한다. 함덕주가 선발로 돌아온다면 LG는 올해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좋은 효과를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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