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빅히트를 친 영화 '아저씨'에서 원빈은 "난 오늘만 산다"는 명대사를 남겼다. "내일을 보고 살아가는 사람은 오늘만 살아가는 사람에게 진다"는 대사도 있었다.
SSG 랜더스에도 원빈처럼 하루만 보고 사는 아저씨가 있다. 바로 프로 21년차 좌완 베테랑 고효준(39)이 그 주인공이다.
최근 2년간 두 차례 방출의 아픔을 겪은 그는 입단 테스트를 거쳐 SSG에서 현역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흔히 말하는 '유니폼을 입고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성적도 좋은 편. 고효준은 12일 현재 10경기에 등판해 5홀드 평균 자책점 0.00을 기록 중이다. 12일 대구 삼성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고효준은 "컨디션은 항상 좋고 지금도 잘 유지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올해 들어 마운드에서 자신의 감정을 마음껏 표현한다. 이에 "오늘도 마찬가지지만 매 경기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하고 있다. 한 경기에서 제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걸 보여드리고 싶다. 그러다 보니 그런 모습이 나오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직구 비율이 높았으나 변화구 위주의 투구로 변화를 꾀한 게 효과를 봤다. "어떻게 보면 제가 직구에 대한 생각이 강했다. 일종의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코칭스태프의 조언대로 다 바꿨다. 변화구에 자신감이 많이 생겼고 이제 변화구 쓰는 게 더 편하다". 고효준의 말이다.
고효준은 10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며 '미스터 제로'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그는 "언젠가는 점수를 주겠지만 몇 경기 무실점 행진 기록을 세우겠다는 생각보다 승계 주자를 남기지 않고 팀이 이길 수 있는 방향에서 어떻게 할지 생각한다"고 밝혔다.
마운드에 오를 수 있어 행복한 고효준은 "21년간 야구를 한다는 목표를 달성했는데 더 오래 뛰는 게 목표다. 나이가 들었다고 안 된다는 편견을 바꾸고 싶다. 몸 관리 잘해서 계속 앞으로 나아갈 생각"이라고 했다.
이어 "올해 가장 즐기는 것 같다. 예전에는 전체적인 분위기도 그렇고 많이 억눌려 있었다. 아무래도 제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이제는 세대가 많이 달라졌다. 지금은 후회없이 즐기고 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