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게 패했지만 부진에 허덕이던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은 패배 속 소득이었다.
롯데는 지난 17일 사직 KIA전에서 3-4 재역전패를 당했다. 위안거리를 찾는다면 외국인 투수 글렌 스파크맨의 데뷔 첫 퀄리티스타트 달성과 외국인 타자 D.J. 피터스의 호쾌한 한 방.
스파크맨은 이날 경기 전까지 6경기에 등판해 1승 2패 평균 자책점 7.65에 그쳤다. 6경기에 나섰지만 퀄리티 스타트는 단 한 번도 달성하지 못했다. 다시 말해 선발 투수로서 제 몫을 하지 못했다는 의미. 지난달 23일 대구 삼성전에서 5이닝을 소화한 게 자신의 최다 이닝 기록.

래리 서튼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스파크맨은 좋을 때와 나쁠 때의 차이가 크다. 꾸준한 모습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또 “마운드에서 너무 많은 걸 하려고 하다 보니 스스로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너무 완벽하게 투구하려고 하니까 고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파크맨은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6이닝 4피안타 4볼넷 2탈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데뷔 첫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다. 총 투구수 90개 가운데 스트라이크는 52개.
최고 구속 155km까지 스피드건에 찍혔고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컷패스트볼 등 다양한 구종을 선보였다. 승수를 추가하지 못했지만 자신을 둘러싼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는데 성공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타율 2할1푼1리(142타수 30안타)의 빈타에 시달렸던 피터스는 승부처에서 해결사 본능을 발휘했다.
1회와 4회 유격수 땅볼에 이어 7회 헛스윙 삼진으로 아쉬움을 삼켰던 피터스. 8회 2사 만루 찬스에서 적시타를 터뜨리며 존재감을 뽐냈다.
1-2로 뒤진 8회 안치홍의 중전 안타와 전준우의 우전 안타 그리고 이대호의 볼넷으로 만든 2사 만루 찬스에서 네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피터스는 KIA 필승조 장현식의 1구째 슬라이더(131km)를 힘껏 받아쳐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로 연결했다. 주자 2명을 홈으로 불러들이며 3-2 역전 성공.
소방수 최준용이 9회 2점을 헌납하는 바람에 3-4 재역전패를 당하고 말았지만 스파크맨과 피터스의 활약은 반가운 소식. 이날 경기를 계기로 상승세를 타게 된다면 더 바랄 게 없는 최상의 시나리오 아닐까.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