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과 함께 4월 한 달간 타율 4할대 맹타를 휘두르며 MVP를 받은 그 선수가 맞나 싶다. 롯데 차세대 거포 한동희(23)에게 시즌 첫 시련이 찾아왔다.
롯데는 지난 2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시즌 4차전에서 4-0 완승을 거두며 4연패를 끊어냈다. 대체선발로 나선 나균안이 6⅔이닝 무실점 깜짝 호투를 선보였고, 타선에서는 DJ 피터스와 안치홍이 홈런포로 금요일 밤을 뜨겁게 달궜다. 잠실 3루를 가득 메운 롯데 팬들은 경기 후 신나게 응원가를 부르며 귀갓길에 올랐다. 래리 서튼 감독이 “사직과 같은 에너지를 얻었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열기가 대단했다.
그러나 한동희는 마냥 금요일밤의 축제를 즐길 수 없었다. 이날 3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침묵했기 때문이다. 1회 첫 타석 헛스윙 삼진을 시작으로 3회 3루수 땅볼, 5회 헛스윙 삼진에 이어 7회 투수 땅볼에 그치며 19일 사직 KIA전에 이어 2경기 연속 4타수 무안타 슬럼프를 겪었다.

한동희는 불과 지난달만 해도 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타격감을 보유한 타자였다. 4월 한 달 동안 24경기에 출장해 타율 4할2푼7리(1위), 홈런 7개(1위), 안타 38개(2위), 22타점(2위)의 맹타를 휘둘렀고, 장타율 .764(1위), 출루율 .485(공동 1위)를 비롯한 모든 타격 지표에서 상위권에 들며 롯데의 초반 상승세를 이끌었다.
뜨거웠던 방망이는 5월 4일 수원 KT전 3타수 무안타를 기점으로 식기 시작했다. 이후 7일 사직 삼성전 3타수 무안타로 4할대 타율이 깨졌고, 거듭된 기복과 부진 속 현재 타율이 3할3푼8리까지 떨어진 상태다. 5월로 기간을 한정하면 타율이 2할2푼1리로 상당히 저조하다. 5월도 벌써 20일을 넘겼지만 월간 홈런은 15일 대전 한화전에서 친 투런포가 전부다.

왜 이런 시련이 찾아온 것일까. 20일 잠실에서 만난 래리 서튼 감독은 “아시다시피 개막 후 첫 6주 동안 날카로운 타격을 선보였지만 지금 첫 고비가 찾아왔다. 정신과 육체가 모두 피곤한 상태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이 또한 이겨내야 포스트 이대호이자 롯데의 차세대 거포로 자리를 잡을 수 있다. 공교롭게도 한동희의 타격감이 떨어지자 롯데 또한 기세가 주춤해졌다. 한 사령탑이 "한동희를 막아야 롯데를 막을 수 있다"고 말할 정도로 그의 입지가 달라졌다.
서튼 감독은 “우리 경기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한동희가 올스타급 3루 수비를 보여준 경기들도 있었다. 물론 최근 몇 경기에서는 평범한 땅볼도 처리를 못했지만 이 또한 이겨내야 자이언츠의 2전 3루수로 발돋움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향후 한동희에게 주어진 과제는 꾸준함이다. 시즌 초반 워낙 매서운 타격감을 뽐내며 5월 타율 2할대 부진에도 여전히 3할대 타율을 유지 중이지만 지금의 흐름이 계속된다면 작년처럼 다시 2할대로 시즌을 마치지 말란 법이 없다. 아울러 잦은 기복은 곧 신뢰 저하를 의미한다.
서튼 감독은 “한동희에게 향후 도전과제가 생겼다. 이는 모든 선수들에게 해당되는 말”이라며 “야구는 공격, 수비에서 꾸준한 모습을 보여야 주전 그 이상의 선수로 발전할 수 있다. 꾸준함이라는 과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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