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칸 현장] 오광록 "데뷔 40주년, '저 배우 연기 뻔하다'는 말 듣고 싶지 않아"(종합)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2.05.23 00: 22

배우 오광록이 프랑스 영화 ‘RETOUR À SÉOUL’(원제 ‘All the people I’ll never be‘)로 칸영화제를 찾은 것에 대해 “이렇게 오게 돼 기쁘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오광록은 22일 오후(현지 시간) 칸 팔레 드 페스티벌 외부에 마련된 한국영화진흥위원회의 부스에서 “칸이 작품을 선택한 거니까. 제가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는데, 데이비 감독 덕분”이라고 칸영화제에 초청받은 소감을 이 같이 전했다.
칸의 레드카펫을 장식한 것에 대해서는 ”부산영화제 레드카펫만 참석하다가, 칸의 레드카펫을 밟았지만 큰 차이는 없는 거 같다“고 비교했다.

오광록은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받은 프랑스 영화 ‘RETOUR À SÉOUL’(감독 데비 슈)에 아버지 역할로 출연했다.
출연을 결정한 과정에 대해서는 “제작사 대표가 제게 먼저 연락을 주셔서 ‘이런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시더라. 제작사 측에서 영화에 대한 대체적인 내용, 감독에 대한 대체적인 소개를 하시면서 ‘함께 작업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저도 시나리오를 읽고 좋아서 ‘함께 하자’고 했다”고 밝혔다.
‘RETOUR À SÉOUL’(리투어 어 서울)은 25세의 여성 프레디(박지민 분)가 자신이 태어난 고향을 찾고 싶은 마음에 입양된 프랑스를 떠나 한국을 찾는 여정을 그린 로드 무비. 출생했지만 제대로 알지 못하는 나라 한국에서 프레디가 친부모를 찾기 시작, 난생 처음 신기한 일들을 겪고 자신의 삶을 다시 시작하는 과정을 담았다. 연출한 데이비 추 감독은 캄보디아계 프랑스인이다.
오광록은 “촬영은 작년 7월부터 두 달에 걸쳐 매일 했다. 한국에서 진행이 됐다”고 촬영기를 전했다. 촬영 중 어려운 점은 없었느냐는 물음에 “저는 한국어만 쓰니까 외국어를 해야 한다는 부담은 없었다. 근데 프랑스어, 영어가 나오는 장면에서 내가 한국어 대사를 언제 쳐야 하는지 대사를 외워 타이밍을 맞추는 게 쉽지 않았다. 프랑스어에 익숙해져야 해서 어려웠다”고 했다. “영어는 핵심단어만 알면 내가 대사를 칠 순간을 아는데, 프랑스어는 그렇지 않았다. 어려워서 의미, 뉘앙스도 파악해야 했다“고 촬영 중 어려운 부분을 전했다.
언어적인 어려움을 제외하고 유쾌함 속에 촬영을 진행했다면서도 ”제작사와 스태프가 프랑스, 독일, 벨기에, 미국 등 다국적으로 구성됐다. 외국 스태프와 촬영하며 동시녹음까지 마쳤다. 찍으면서 한국영화와 많이 다르다는 걸 느꼈다. 언어장벽도 있어서 어쩌면 더 디테일하게 소통을 해야했는데 그럴 때마다 감독에게 더 질문을 했다“고 했다.
구체적 차이점에 대해서는 ”카메라와 조명 등의 위치, 카메라의 각도도 다 달라서 신선하고 흥미로운 작업이었다. 얼굴에 강렬한 조명이 비춰져 힘들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한국식 유머와 프랑스식 유머가 달라 이해하는 데 심도 깊은 시간이 필요했다고.
오광록이 맡은 아버지의 딸 역할은 연기 경험이 전무한 배우 박지민이 맡았다. 이번 작품이 데뷔작. 이에 오광록은 ”저랑 만나는 장면에서 연기를 잘했다. 그렇지만 영화를 보면서 더더욱 놀랐다. ’어떻게 저렇게 잘할 수 있나?‘ 싶다“고 칭찬했다. ”이 영화가 사실 1년간 제작이 무산되면서 박지민이 그 시간 동안 연기력 향상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들었는데, 그 시간 속 연습 과정에서 연기력이 발전한 거 같다“고 덧붙였다. 박지민의 직업은 설치미술가. ”설치 미술을 준비하다가 이번 작품으로 처음 연기에 도전해봤다“고 전했다.
이어 오광록은 ”자기가 화가니까 내면의 고민과 걱정을 캐릭터 안에 녹아내지 않았나 싶다“며 ”감독의 말에도 기분 상해하지 않고 빠른 속도로 그의 의견을 반영해 놀랐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뜨거운 창작물이었다“고 ‘RETOUR À SÉOUL’을 극찬한 오광록. 감상 포인트에 대해서는 ”4년 전, 윤재호라는 감독과 ’뷰티풀 데이즈‘를 했었다. 부산영화제 개막작이었는데 그 작품도 너무 예술적이고 아름다운 영화라고 생각했다. 근데 개봉 후 관객이 몇 만 명이 안 들어 굉장히 아픈 기억이었다“면서 ”이 영화는 뻔하지 않다. 통념들 앞에서도 전혀 다른 스타일과 구조를 지녔다는 것에 놀랐다“고 다시 한번 칭찬했다.
오광록은 배우로서 한 가지 이미지에 매몰되지 않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이날 그는 ”저는 로맨스를 하고 싶다. 아버지 나이가 되니까 아버지를 맡는 게 자연스러운데 로맨스를 하고 싶다“며 ”단순히 어머니, 아버지로 간단하게 소비되지 않도록 더 깊이 들여다보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작품 속 캐릭터마다) 뭔가 더 깊이 찾아내야 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의지를 다졌다.
오광록은 1982년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데뷔해 올해 데뷔 40주년을 맞이했다. 이에 그는 ”제가 40년간 배우 생활을 했는데 배우는 항상 공부해야 한다. (작품을) 할 때마다 참 좋은 배우로, 좋은 인생을 살아야겠구나 싶다. 끊임없이 더 목표가 생기고 더 깊이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사람들에게 ’저 배우 연기 뻔해‘라는 말은 듣고 싶지 않다. 익숙해질수록 그런 그물에 걸리기 쉽기 때문에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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