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신인 홈런이 물거품 되지 않도록…37세 베테랑, 혼신의 통산 90세이브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22.05.23 04: 26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것 같지만...". 
삼성 라이온즈 사이드암 우규민이 22일 대구 KT전에서 의미 있는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6월 12일 대구 NC전 이후 344일 만에 세이브를 추가하며 개인 통산 90세이브 고지를 밟았다. 
 4-3으로 앞선 8회 1사 1루 상황에서 좌완 이상민 대신 마운드에 오른 우규민은 첫 타자 배정대를 헛스윙 삼진으로 제압했다. 곧이어 1루 주자 조용호가 2루 도루에 실패하며 이닝 종료. 

역전 승리의 주인공 삼성 라이온즈 이재현이 4-3으로 승리 한 후 우규민의 축하를 받고 있다. 2022.05.22 / foto0307@osen.co.kr

우규민은 9회 선두 타자 신본기의 땅볼 타구를 직접 처리하며 첫 번째 아웃 카운트를 챙겼다. 곧이어 황재균에게 내야 안타를 내줬지만 박병호를 3구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장성우를 투수 땅볼로 잡아내며 1점 차 승리를 지켰다. 삼성은 KT를 4-3으로 꺾고 연패 사슬을 끊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우규민은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것 같지만 개인 통산 100세이브 달성까지 11세이브에서 10세이브로 줄였다"고 씩 웃었다. KBO리그 최초 350세이브 시대를 연 '끝판대장' 오승환이 존재하기에 세이브를 추가하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오)승환이 형이 한 번씩 연투하고 힘들어지면 한 번씩 세이브 기회가 온다. 작년에도 두 차례 세이브를 기록했다. 오늘도 기회가 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 좋은 기회가 왔으면 했다. 왜냐하면 세이브 기회가 이럴 때 아니면 없으니까. 1점 차가 아니길 바랐는데...". 우규민의 말이다. 
삼성 라이온즈 우규민이 역투하고 있다. 2022.05.22 / foto0307@osen.co.kr
우규민이 1점 차 승리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여긴 이유는 따로 있었다. 천금 같은 한 방을 터뜨린 '특급 신인' 이재현을 위해서다. 이재현은 2-3으로 뒤진 7회 1사 1루서 KT 선발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와 볼카운트 1B-2S에서 5구째 커브를 힘껏 잡아당겼다. 타구는 좌측 외야 스탠드에 떨어졌다. 4-3.
"(이)재현이가 극적인 상황에서 홈런을 때렸는데 제가 1점 차 승리를 지키지 못한다면 마음이 너무 무거울 것 같았다. 재현이의 홈런이 물거품 되지 않도록 무조건 집중하자는 생각뿐이었다. 다른 선수도 아니고 신인 선수가 홈런을 쳤으니까". 
우규민은 지난달 9경기에 등판해 1패 2홀드 평균 자책점 4.50으로 약간의 부침이 있었으나 이번 달 9차례 마운드에 올라 1세이브 4홀드 평균 자책점 0.00을 기록 중이다. 
이에 "지난달 몸 상태는 괜찮았는데 준비가 부족했던 것 같다. 이기고 있는 상황뿐만 아니라 동점 또는 지고 있을 때도 나가니까 아드레날린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던 것 같다. 승계 주자의 득점을 허용하면서 미안한 마음이 너무 컸다"고 털어놓았다. 
정신이 번쩍 든 우규민은 '원래 내 자리는 없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다시 시작해보자는 마음으로 했는데 다행히 그렇게 하면서 결과가 좋아져 자연스럽게 좋은 방향으로 흘러간 것 같다"고 말했다. /wha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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