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패 마진 +5의 성적이 한 달 만에 증발됐다. 2위에서 7위로 추락했다. 이제는 승률 5할 수성도 버겁고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중위권이 아닌 하위권에 가까워지는 시점. 거품이 걷히고 팀의 허약한 체질을 재차 확인했다. 현재 롯데의 야구는 방향성과 민심을 모두 잃어가고 있다.
롯데는 지난 24~26일, 인천 SSG 3연전을 모두 내줬다. 5월에만 벌써 3번째 스윕패. 4월에는 연패보다 연승이 더 많았지만 5월에는 연패가 훨씬 더 많아졌다. 14승9패1무로 4월을 마무리하며 희망에 부풀었지만 5월에는 8승14패의 성적에 그치고 있다. 이제 롯데는 22승23패1무, 5할 승률이 붕괴됐다. +5를 한 달이 채 안되는 상황에서 모두 잃어버렸다.
일단 주요 선수들의 이탈이 성적으로 직결됐다. 정훈, 한동희, 전준우 등 공수의 주축 선수들이 모두 부상으로 빠지게 되면서 롯데의 하락세는 가속화됐다. 1루수 자리의 정훈이 지난 12일부터 1군에서 빠졌는데, 이후 내야 송구 실책이 급증했다. 기본적으로 송구의 문제가 있었지만 받아주는 야수의 역량도 무시할 수 없었는데 정훈의 포구 능력은 팀 내에서 대체불가였다. 정훈 이탈 이후 13경기에서 17개의 실책을 범했는데 12개가 송구 실책이었다.

한동희와 전준우는 모두 공격의 주축이었다. 중심 타선을 이끌던 이들이 빠지자 무게감이 확연하게 떨어졌다. 상위타선에서 해결하지 못할 경우 득점루트가 제한적이다. 하위 타선에 포진한 대체 선수들은 상대에게 쉬어가는 타순으로 인식되어가고 있다. 안치홍, 이대호, DJ 피터스만으로 공격을 풀어가기에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롯데와 서튼 감독이 추구했던 ‘디테일 야구’의 방향이 제대로 흘러가고 있는지 물음표가 크다. 디테일을 장착하기 위해 겨우내 많은 훈련을 펼쳤지만 소득은 없었다. 발 빠른 선수들을 활용한 도루로 득점 기회 창출, 한 베이스 더 가는 주루플레이, 번트 플레이 등으로 롯데가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지만 벤치와 선수의 역량 부재만 확인하고 있다. 롯데의 도루성공률은 불과 50%에 불과하다. 당연히 최하위다. 도루와 득점의 상관관계를 높이기 위해서는 최소 75%이상의 도루 성공률이 되어야 하는데 절반에 그치는 도루 성공률은 사실상 팀의 주루 능력이 낙제에 가깝다는 것을 의미한다. 14개의 주루사는 덤이다.

투수진에서도 '60세이브 마무리' 김원중의 복귀 이후 좀 더 나아질 것이라고 봤던 불펜진이 흔들리고 있다. 4월의 기세가 이어지지 않았다. 김원중과 최준용의 보직 정리 문제로 방황하더니 교통정리를 마무리한 뒤에도 여전히 흔들리고 있다. 지난 26일 SSG전에서도 7회초 피터스의 3점포에 힘입어 5-4로 역전했지만 김유영, 김원중의 불펜진이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4월에는 팀의 상승 동력이었던 부분들이 5월에는 약점으로 전락하면서 5할 승률이 무너졌다. 4월 팀을 이끌었던 타선의 한동희와 투수진의 불펜진이 흔들리자 5월에는 하위권으로 처졌다. 그들이 추구했던 방향성마저도 올바르게 이어지지 않으면서 무색무취의 팀이 됐다. 세밀한 디테일의 야구는 그들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옷이었던 셈. 현재 팀 홈런 1위(38개)에 도루 성공률 꼴찌는 롯데 야구의 방향성이 모호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지표일 수도 있다.
또한 래리 서튼 감독의 리더십에도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다. 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외부의 시선에는 날 선 반응을 보이며 취재진과 대립각을 세웠다. 불통의 문제가 서튼 감독으로 교체한 이유였는데 롯데는 1년이 지난 현재에도 똑같은 문제를 답습하고 있다. 위기 상황을 제대로 헤쳐나가지 못하는 데에는 지도자의 역량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롯데 야구는 방향성도, 민심도 모두 잃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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